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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북도 도민안전실의 허술 행정, 재정비 시급하다

도민 안전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최근 전북도의회의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드러난 도민안전실의 행정은, 이를 뒷받침해야 할 책임 부서임에도 기본 원칙조차 지키지 못한 채 허술한 집행과 무성의한 관리가 반복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이는 단순한 행정 절차 미비가 아니라, 위기 대응 체계와 재정 운영의 근간을 뒤흔드는 문제다.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 행정에 허점이 존재한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사안이며 이번 지적들이 곧장 시정되지 않는다면 지역 안전망은 한층 더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우선 가장 기본적인 재정 운영에서부터 문제는 시작된다. 법정 기준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안전 관련 기금 적립 상황에도 뒤늦게 ‘5배 규모’의 추경을 편성한 것은 기금 운용 원칙을 사실상 무력화한 행정이다.

만약 재원이 추경에서 충분히 확보 가능했다면 애초에 기금 적립을 우선하고 이후에 사업비를 조정하는 것이 정석이다. 기금이 도민의 안전과 복지를 위한 최후의 재정 장치라면 이는 결코 선택적 운용 대상이 아니라, 반드시 지켜야 할 최소한의 방파제다. 지금의 임시방편식 적립 반복은 반드시 중단되어야 하며 체계적인 기금 운영 규율 확립이 시급하다.

또한 일부 시·군의 민생지원금 지급 역시 원칙 없는 확대가 우려를 낳고 있다. 재정 자립도가 낮은 지자체까지 경쟁적으로 민생지원금을 편성하는 것은 포퓰리즘 행정과 다르지 않다. 당장의 경기 부양이나 주민 만족도 제고에만 초점을 맞춘 지급 정책은 장기적 재정 압박을 초래하고 필수 재난안전 예산을 잠식할 가능성이 크다. 모든 시·군에 동일 기준을 요구할 수 없으며 각 지자체는 재정 상황과 사업 지속성을 면밀히 검토하는 책임 행정을 실천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현장에서 작동해야 할 제도들이 책상 위에서만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안전모니터봉사단과 안전보안관 운영은 실효성이 거의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일부 지역은 관련 조례조차 제정되지 않았으니 현장 대응은 시작조차 못한 것이나 다름없다. 봉사단이 단순 행사·세미나에 머무는 구조라면 사고 예방 기능을 기대할 수 없다.

무더위 쉼터 점검의 허술함도 더욱 심각하다. 에어컨을 켜보기만 하고 냉방 효율, 냉매 누수, 필터 상태조차 확인하지 않았다면 이는 ‘점검’이 아니라 ‘방문’에 불과하다. 여름 폭염은 매년 도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재난인데, 그 대비가 이처럼 형식에 머문다면 폭염 피해는 반복될 수 밖에 없다.

도민안전보험 예산 역시 인구 감소에도 동일 편성이 유지되고 있어 산정 근거에 대한 의문을 낳는다. 보험료는 인구 기반으로 운영되는 정책인데, 사람이 줄었음에도 예산이 동일하다면 이는 사업 구조 분석을 생략했다는 증거다.

보험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보장 범위·금액·운영체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형식적 지원이 아니라 실질적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기관이라면, 행정은 빈틈이 아니라 신뢰여야 한다. 전북도는 이번 질타를 ‘경고’가 아닌 ‘기회’로 받아들이고, 반드시 변화로 증명해야 한다.
  • 글쓴날 : [2025-11-26 13:3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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