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126년만의 재도약, 새만금항 메가포트 시대가 열린다

김관춘 칼럼 / 논설위원
전북이 126년 만에 새로운 바다를 맞이하고 있다. 군산항이라는 단일 관문에 의존해 오던 해양 물류체계가 ‘새만금항 신항’이라는 거대한 확장성과 결합하며 마침내 하나의 이름, ‘새만금항’으로 재탄생한다. 이는 단순한 명칭 통합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서해 물류 흐름의 중심축으로 전북이 도약하는 출발점이며, 동북아 해상 네트워크에서 뒤늦게 편입했지만 가장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전략적 교두보의 구축을 이룬 것이다.

현재 새만금항 신항의 인프라 확충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총 3조 2,476억 원이 투입되는 신항 개발은 5만 톤급 9선석 규모로 추진되며, 이 중 2선석이 사실상 공사를 마무리하고 있다. 접안시설 90% 진척, 북측 진입도로 25% 진행이라는 지표는 개장을 향한 시계가 이미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방파제 3.1km 구축, 준설 작업 주요 구간 완공 등 기반 공사는 골격을 갖춘 상태며, 추가 방파제와 후속 공정도 곧 가속도가 붙는다. 2026년 신항 개장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전북은 항만 경쟁력에서 더 이상 변방이 아닌 ‘플레이어’로 우뚝 올라서게 된다.

특히 지난 5월 중앙항만정책심의회에서 ‘새만금항(군산항+신항)’이 국가관리무역항으로 승인된 결정은 의미가 크다. 항만은 법적 지위가 경쟁력이다. 무역항 지정은 곧 국제 물류 허브로 진입하는 관문이며, 그 자체가 투자·기업 유치의 신호탄이다. 12월까지 항만법 시행령 개정이 마무리되면 그 위상은 법제화되고, 새만금항의 운영 권한과 정책 추진 동력은 훨씬 강력해진다.

부두 운영사 선정도 끝났다. CJ·선광·세방·동방이 참여한 ‘새만금신항만(주)’이 신항 잡화부두 2선석 운영권을 확보했고, 해상풍력 기자재·이차전지 원료·농식품 등 특화화물 중심의 물동량 모델도 설정되었다. 이는 단순한 항만이 아니라 미래 산업의 공급 체계가 집결하는 물류 거점으로 설계된 항만이라는 의미다. 환황해권을 무대로 한 전북 해양경제의 핀셋 전략이 본격 가동되는 셈이다.

그러나 기반만 갖추었다고 항만이 스스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전북이 가장 절실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신항 조기 활성화다. 이를 위해선 1-1단계 배후부지 약 36만평에 대한 2,056억 원 규모의 재정사업 전환이 핵심 고리다. 부두가 완성되어도 화물을 처리하고 보관·가공·유통까지 이어갈 공간이 없다면 항만은 빈껍데기에 불과하다.

전북도는 현재 정치권과 보조를 맞추며 국가 재정 투입을 요청하고 있다. 이 부분이 풀리지 않으면 ‘메가포트’의 시계는 어느 순간 속도가 떨어지면서 기대에 찬 도민들의 열망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더 나아가 항만은 항만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배희성 경기대 교수는 최근 새만금 정책포럼에서 ‘K-물류 트라이포트 전략’을 강조했다. 항만–철도–도로–공항을 하나의 체계로 묶는 통합 물류망이다.

이미 새만금~전주 고속도로 개통으로 내륙 접근성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개선됐고, 새만금 신항과 새만금공항을 연결하는 복합 운송체계가 확립되면 새만금은 단일 항만이 아니라 ‘전북 전체가 항만이 되는’ 구조로 확장될 수 있다.

인천보다 짧고 직선적인 항로를 강점으로 한 한중 카페리 복합운송 도입은 물동량 확보의 실질적인 카드가 될 수 있다. 전북은 항만경쟁에서 ‘규모의 추격’보다 ‘속도의 승부’로 접근해야 한다.

한편 군산항의 문제 해결도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새만금항 신항과의 통합은 단순 병합이 아니라 역할 재편과 상호 보완이 전제되어야 한다. 군산항은 토사 퇴적이라는 고질적 문제로 매년 유지준설이 필요하다. 올해 158만㎥ 준설, 내년 131억 원 예산 확보는 필수적인 대응일 뿐 근본 대책은 아니다.

2028년 사용 종료 예정인 금란도 투기장을 대체할 제2준설토 투기장(215만㎡) 건설은 항만 운영의 생명줄이라 할 수 있다. 이 공정이 늦어지면 새만금항–군산항 통합 항만 전략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이제 전북은 선언을 넘어 실행의 시대로 들어섰다. 새만금항 메가포트 구상은 단순한 SOC 개발사업이 아니라 전북의 경제지도를 다시 그리는 프로젝트이며, 지역 산업구조·수출기반·신재생에너지 생태계와 직결된 국가적 전략사업이다. 2026년 신항 개장 이후 물동량을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고, 물류기업을 어느 속도로 유치하며, 배후단지 산업화를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하느냐에 따라 새만금항의 미래는 결정된다.

전북은 지금 바다를 얻는 첫 세대다. 내년에 문을 열 이 항만이 100년 뒤 어떤 형태로 기록될지는 지금 우리 세대가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 새만금항이 더 이상 ‘바다를 향한 꿈’이 아니라 대한민국 서해 물류의 실질적 중심으로 우뚝 서기 위해, 전북은 지금보다 더 과감한 속도와 더 견고한 전략, 그리고 더 집요한 실행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2026년 새만금항 신항의 성공적 개장과 함께 군산항 경쟁력 강화를 통해 새만금항이 명실공히 환황해권 물류 중심 항만으로 도약하도록 총력을 다해야 한다. 126년간 전북의 유일한 무역항이었던 군산항이 새만금항 신항과 통합해 '새만금항'으로 재탄생한 만큼, 서해권 K-물류 거점 구축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국가 물류 경쟁력 제고에 크게 기여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새만금항의 메가포트 도약은 이미 시작되었다. 이제 남은 질문은 단 하나, 전북이 그 속도를 얼마나 극대화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 글쓴날 : [2025-11-27 13:49:46]

    Copyrights ⓒ 전북타임즈 & jeonbuktimes.bstorm.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