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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1,050원 초코파이 사건 무죄, 과잉 기소의 민낮

1050원 어치 간식 절도 혐의로 한 노동자가 형사 재판대에 서야 했던 사건이 항소심에서 무죄로 결론났다. 전주지법 항소심 재판부는 “절도 고의 단정이 어렵다”며 원심을 뒤집었다. 이로써 피고인은 억울한 낙인을 벗고 생업을 이어갈 길을 되찾았다.

그러나 박수를 치기에는 마음 한켠이 씁쓸하다. 국민은 묻는다. 1천원 남짓의 초코파이 때문에, 그것도 업무 현장에서 간식 공유가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는 정황이 충분했던 사안에서 과연 기소까지 필요했는가. 피고인이 20년 가까이 현장을 지켜온 경비 노동자였다는 점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이 사건은 무죄라는 결론보다, 왜 그가 법정까지 가야 했는지를 되묻는다.

검찰은 보잘것없는 액수의 간식 두 개를 두고 형사처벌이 가능한 절도 범행으로 판단했다. 이후 비판여론이 커지자 뒤늦게 선고유예를 구형했지만 이미 피고인은 회사와 직장, 동료들 사이에서 ‘도둑’이라는 따가운 눈총을 견뎌야만 했다.

검찰권은 국민 기본권과 직결되는 공적 권력이다. 그럼에도 기소 판단이 사회적 상식과 괴리돼 있었다면 이는 단순한 과잉 대응이 아니라 사법권력의 무감각을 드러내는 지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1심 재판부 역시 책상 하나로 공간이 구분됐다는 점, 출입 허용 구역이 아니었다는 점 등에 근거해 ‘절도 고의’를 기계적으로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판단에서 드러났듯, 사무실 간식은 평소 여러 직원이 자유롭게 이용했고 허용 여부도 명확히 안내되지 않았으며 피고인이 동료들로부터 승낙을 받았다고 인식했을 가능성까지 존재했다. 형사재판은 합리적 의심이 소거돼야 유죄가 성립한다는 원칙을 따른다.

하지만 1심은 이 기본 원칙보다 규정과 형식에 치우쳐 인간의 맥락을 놓쳤다. 법은 잣대이기 이전에 사람의 삶을 보호하기 위한 도구이어야 한다. 이 사건은 단순한 ‘간식 절도’가 아니다. 불분명한 사실관계와 관행 속에서 오해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존재했음에도, 노동자 한 명이 거대한 형사시스템 앞에 홀로 서야 했다는 사실이 핵심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왜 이렇게까지 해야 했는지 모르겠다”는 피고인의 호소는, 우리 사법의 민낯을 서늘하게 드러낸다. 사법 시스템이 약자를 상대로 과잉 반응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법과 절차가 인간의 존엄보다 앞서버린 것은 아닌가. 사소한 사건을 엄중한 처벌로 끌어올렸을 때 잃게 되는 것은, 법의 권위가 아니라 국민이 법을 믿는 마음이다.

이번 무죄 판결은 다행이지만 ‘시필귀정’이라는 말로만 흐지부지 끝날 일이 아니다. 검찰과 법원은 사건의 경중, 사회적 맥락, 피고인의 생계와 명예를 고려하는 상식적 판단이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 성찰해야 한다. 사법은 ‘정확히 적용되는 권력’이 아니라 ‘정의에 봉사하는 장치’여야 한다.

다시는 이런 사건이 기소로 이어지고, 한 노동자가 법정에서 명예를 되찾기 위해 수개월을 소모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법은 약자를 힘으로 누르지 않을 때, 더욱 존중받는다. 이번 무죄 선고가 그 상식을 되살리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 글쓴날 : [2025-11-28 14: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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