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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출산 친화도시 남원, 공공 돌봄의 새 모델이 되라

남원시 공공산후조리원 제1호 ‘산후케어센터 다온’이 마침내 문을 열었다. 이는 출산과 산후조리 인프라가 취약했던 전북 동부권에 새로운 의료안전망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오랫동안 지역 산모들은 출산 직후 안정과 회복이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먼 거리의 민간 조리원을 찾아야 했고 그 과정에서 비용·이동·의료 접근성 문제는 늘 부담으로 따라붙었다. 이제 남원에 공공 기반의 전문 산후조리원이 설립되면서 이러한 불편은 획기적으로 해소될 수 있게 됐다.

지역이 아이를 키우고 아이가 지역을 키우는 선순환의 가능성이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다온’은 전북자치도 제1호 공공산후조리원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실질적 기능도 탄탄히 갖추고 있다. 이 시설에는 신생아실, 산모 휴식실 13실, 마사지실과 맘카페, 전문 프로그램실, 식당 등 산모 회복과 영아 건강관리의 핵심적인 요소를 모두 포함했다.

운영은 도립남원의료원이 맡아 공공성과 의료 전문성까지 겸비했다. 더불어 소아과·산부인과 상담, 산후요가, 신생아 응급처치 교육 등 교육·치유·예방이 한꺼번에 이뤄지는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이는 산후 회복을 넘어 육아 역량 향상이라는 미래적 가치까지 품고 있다.

무엇보다 공공조리원의 가장 실질적인 성과는 비용 부담 완화에 있다. 이는 출산 비용 문제로 고민하는 예비 부모들에게 현실적인 숨통을 틔워주는 지원이자 출산 친화 지역 정책이 행동으로 구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용, 돌봄, 사회적 시선, 양육 부담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어떤 정책도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이번 개원은 저출생 극복의 실질적 대안 모델이 될 수 있다.

개원식에 산모와 시민이 직접 참여했다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이는 이 시설이 지역사회가 함께 품고 키워갈 공동 기반임을 상징한다. 남원에 들어선 조리원이지만 이용자는 남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도내 전역은 물론 전남·경남 등 지리산권 산모까지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지역 격차 해소’라는 정책 목표도 뒷받침된다.

그러나 첫걸음이 완성은 아니다. 공공조리원은 개원보다 운영이 더 어렵다. 의료진의 전문성 유지, 감염 안전 관리, 서비스 질 향상, 프로그램 운영의 지속성 등은 앞으로 남원시가 풀어가야 할 과제다. 특히 시설 수용 인원이 많지 않은 만큼 수요가 폭증할 것에 대비해, 예약 대기·공공성 유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관리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아울러 향후에는 신생아 집중 케어 시스템, 산모 정신건강 상담, 배우자 참여형 육아교육 등 더욱 확장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한다. 공공시설의 모범은 개원이 아니라 진화에서 증명된다. 남원 공공산후조리원의 개원은 전북 동부권 산모들의 삶을 바꾸는 작은 혁명이 될 수 있다.

이제 남원시는 ‘출산 후 머무는 공간’에서 더 나아가, ‘출산과 양육이 행복한 도시’라는 목표를 착근시켜야 한다. 공공조리원의 첫 불이 켜진 지금이 중요하다. 아이를 낳으면 지역이 기쁜 곳, 부모가 안심할 수 있는 도시, 그 미래가 남원에서 시작되기를 기대한다.
  • 글쓴날 : [2025-12-01 14:4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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