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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상 첫 10조 국가예산, 도민 삶의 변화로 이어져야

전북자치도가 마침내 사상 첫 국가예산 ‘10조 원 시대’를 열었다. 내년도 국가예산 10조 834억 원 확보는 전북이 국가 정책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분수령이다. 전년 대비 8천억 원 이상 증가한 예산 규모는 대규모 SOC 사업 종료라는 악조건과 국가 재정 긴축 국면 속에서도 도와 정치권, 지역사회가 끝까지 힘을 모은 결과다. 더욱이 민선 8기 출범 이후 3년 만에 9조, 10조 벽을 잇달아 뛰어넘은 것은 전북 예산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대도약이다.

이번 예산의 의미는 규모보다 내용에서 더 빛난다. 전북이 미래산업 지형의 핵심 한가운데로 이동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피지컬 AI 기반 소프트웨어 플랫폼, 우주 방사선 영향평가용 사이클로트론 연구시설, 헴프산업클러스터, 고령친화산업복합단지 등 굵직한 신규 국책사업이 대거 반영됐다.

이 사업들은 연차별 투자 기반이 단단히 구축되어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선정 성과’를 넘어 전북의 미래 먹거리를 실질적으로 키워낼 수 있는 자양분이 된다.

새만금 국제공항, 지역 간 연결도로, 새만금항 인입철도 등 기존 핵심 SOC 사업들도 일정 수준의 예산을 확보해 추진 동력을 살렸다. 특히 국회 단계에서 야당의 대규모 감액 시도가 있었음에도 국토부·새만금청·전북도의 긴밀한 공조로 이를 방어해 낸 점은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감액이 현실화 됐다면 10조 달성은 불가능했다는 점에서 행정적 대응력과 전략적 판단이 돋보였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 예산 확보는 출발일 뿐, 도민이 체감하는 변화는 집행과 성과에서 나온다. ‘10조 시대’의 진정한 가치는 그 예산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고,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전북권역통합재활병원 예산 확보로 수도권까지 중증 재활치료를 받으러 가야 했던 불편이 줄어들 전망이며, 국도대체우회도로와 병목구간 개선사업은 도민의 이동 시간을 크게 단축할 것이다. 이처럼 삶의 현장에서 체감되는 변화는 전북이 정책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윤택한 전북의 미래는 ‘발굴-확보-집행’의 선순환이 제대로 작동할 때 가능하다. 전북도가 전북연구원과 함께 국책사업 발굴단을 구성해 2027~2028년 신규 사업을 조기 발굴하겠다고 밝힌 만큼, 예비타당성 조사 단계부터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각 시군과의 협력 체계를 강화해 사업 집행 속도를 높이고, 예산이 현장에서 실제 변화를 만드는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전북이 어렵게 연 ‘10조 원 시대’는 도민의 기대를 걷어내는 순간 빛을 잃는다. 미래산업 육성과 지역균형발전, 생활 인프라 개선이라는 예산의 목적이 흔들리지 않도록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도민은 ‘예산을 확보했다’는 사실보다 그 예산이 ‘어떻게 쓰였는지’를 평가할 것이다. 전북도는 이번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예산 집행의 투명성과 속도, 그리고 체감 효과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이번 10조 예산이 전북 도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 글쓴날 : [2025-12-03 13: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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