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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은 연결의 예술 - ‘빅데이터 나침반’에 주목하자

김관춘 칼럼 / 논설위원
전북 관광이 성장의 문턱에서 매번 한계를 드러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명백하다. 관광객이 전북을 찾아오긴 하지만 오래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짧은 동선 안에서 특정 지자체만 방문하고 소비 역시 한정적으로 이뤄지는 구조적 제약은 전북 관광의 고질적 병목으로 지적돼 왔다.

이제는 ‘어디로, 언제, 어떻게 움직이고 소비하는가’를 실시간으로 읽어내는 데이터 기반 정책이 그 병목을 뚫어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되며 주목받고 있다. 전북 관광정책의 새로운 방향을 ‘빅데이터 나침반’으로 정하자는 제안이다.

전북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이슈 브리핑에서 전북형 관광정책의 혁신을 위해 ‘상시 수집–표준 진단–실시간 활용’이라는 3단 고리로 구성된 데이터 전주기 체계 구축을 핵심 해법으로 제시했다.

관광의 목적이 단순한 관람형에서 체류·참여형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흐름 속에서, 이동·혼잡·소비의 흐름을 읽고 곧바로 정책과 현장 운영에 반영할 수 있는 ‘데이터 허브’가 전북 관광의 운명을 가를 분수령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전북 관광 이동 데이터를 살펴보면 구조적 문제가 더욱 분명해진다. 전북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전북 지역 관광 이동의 78.3%가 ‘시군 내 이동’에 집중돼 있어 특정 지자체만 들렀다가 떠나는 ‘편중형 패턴’이 고착화되어 있다.

이는 전북의 풍부한 관광자원을 광역적으로 연계하는 데 실패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관광자원이 풍부해도 이동을 설계하지 못하면 체류는 늘지 않고, 체류가 늘지 않으면, 소비도 확대될 수 없다. 무엇을 어떻게 연결해 관광객을 머물게 할지, 그 해답을 제시할 도구가 바로 데이터다.

이미 국내 여러 지자체는 데이터 기반 관광정책을 통해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이동통신·신용카드·내비게이션 등 민간 빅데이터와 공공 통계를 결합해 과학적 정책 수립을 도와 왔다.

일례로 제주특별자치도는 관광객과 차량 분포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빅데이터 보드’를 운영해 혼잡 분산과 방문지 다변화를 유도하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전북 관광정책이 더 이상 전통적 방식에 머물러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북연구원은 전북형 데이터 전주기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구체적 과제를 세 단계로 제시했다. 첫째, 도 단위의 관광데이터 분석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시·군 데이터를 연계하는 광역형 협업체계를 갖춰야 한다. 데이터 허브는 단순한 저장소가 아니라 상시 수집과 표준 분석을 수행하는 ‘두뇌’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민간데이터 구매, 분석 인력 확보, 빅데이터 플랫폼 운영을 위한 안정적 예산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

또한 공무원과 관광업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데이터 활용 역량 강화 교육’도 필수 과제로 꼽힌다. 데이터 기반 정책을 만들어도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둘째, 민간 데이터 기업과의 협력체계를 강화하고, 전북형 축제·상권 데이터 허브를 구축·운영해야 한다. 지역 축제의 방문 흐름, 소비 패턴, SNS 확산, 숙박·교통의 연계성을 통합 분석해 지자체와 지역 상권에 개방하는 체계를 갖추자는 제안이다.

이는 축제와 상권의 파급효과를 사전에 예측하고,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대응하며, 사후 평가까지 연동시키는 ‘데이터기반 정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핵심 장치다. 축제의 성과를 단순 방문자 수로 평가하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 어떤 경로로 와서 얼마나 머물고 무엇을 소비했는지가 정책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셋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 기반 ‘교통–관광’ 연계체계 구축이다. 현재와 같은 편중형 이동 구조를 탈피하려면 관광객의 실제 이동 패턴을 분석해 권역별 순환형 광역관광교통망을 설계해야 한다.

이는 관광의 이동비용을 줄여 접근성을 높이고, 그 결과 체류 확장으로 이어지게 하는 구조적 처방이다. 전북연구원은 모바일 통합패스 도입을 통해 교통 접근성의 한계를 보완하고, 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가 추진 중인 ‘초광역 관광교통 혁신 선도지구’와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광역 단위의 교통·관광 정책이 결합될 때 전북의 관광권역은 하나의 거대한 순환축으로 거듭날 수 있다.

연구를 주관한 김수지 박사는 “데이터가 전략이고 연결이 성과”라고 강조했다. 이 말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전북 관광정책이 앞으로 무엇을 우선순위로 삼아야 하는지 명확히 보여준다.

지금까지 전북 관광정책은 ‘자원 개발’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전략적 연결’과 ‘데이터 기반 운영’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짧은 이동을 긴 체류로 바꾸는 정책, 제한된 소비를 확장 소비로 바꾸는 정책은 결국 데이터가 아니면 실현될 수 없다.

전북 관광의 경쟁력은 이미 자원 자체에 의문이 있다기보다 연결과 운영 전략의 부재에서 비롯되었다. 이제 전북형 데이터 허브를 중심축으로 3단 고리를 가동해 정책과 현장을 일원화하고, 체계적 교통연계와 권역 순환형 관광망을 구축한다면 전북 관광은 단순 방문지에서 ‘머무는 목적지’로 진화할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실행이다. 빅데이터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전북 관광의 다음 10년을 재설계해야 할 때다.
  • 글쓴날 : [2025-12-03 13: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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