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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하면 이룬다”…전북, 산업 전환의 거대한 실험장을 꿈꾸다


“전북이 변하고 있다.”

그동안 산업의 주변부로 여겨졌던 전북에서, 지금 대한민국의 산업지도가 다시 그려지고 있다. 그 중심엔 김관영 도지사가 있다.

수 해 전만 해도 ‘지방소멸’, ‘고령화’, ‘청년 이탈’이란 단어가 전북을 상징했다면, 이제는 ‘피지컬AI’, ‘이차전지’, ‘RE100’, ‘핵융합’과 같은 첨단 산업 키워드가 이 지역의 미래를 말해준다.

김관영 도지사는 민선 8기 취임 이후 ‘겸손하되 성과를 내는 도지사’를 자처했다. 수치로 증명되는 그 성과는 분명하다. 227건, 17조 원 규모의 투자유치. 서울이나 수도권도 아닌, 전북에서 일어난 변화다. 수도권 블랙홀을 피해 지역 균형 발전의 새로운 모델을 찾고 있는 이 나라에서, 전북은 조용하지만 뚜렷하게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 “도민이 원하는 건 단순하다… 기업, 그리고 일자리”
김 지사는 말한다.
“도민이 가장 바라는 건 결국 양질의 일자리입니다. 좋은 기업이 들어오고, 지역에 활력이 돌게 만드는 것이 도정의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말처럼, 도정의 방향은 단순하면서도 강력했다. 도청 내부에 ‘기업유치지원실’이라는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일종의 파격으로 불리는 ‘투자보조금 선지급 제도’를 도입했다. 기업의 망설임을 줄이고, 초기 투자 리스크를 낮추는 방식이었다.

전북도는 새만금 투자진흥지구, 이차전지 특화단지, 기회발전특구 등 지정을 통해 전략 거점을 설정하고, 기업이 정착할 수 있도록 기반 시설과 인허가, 규제 완화 등을 패키지로 지원했다. ‘1기업-1공무원 전담제’는 관행을 깬 아이디어였다. 기업 한 곳에 공무원 한 명이 전담해 행정적인 갈등을 줄이고, 유치 후의 돌봄까지 책임졌다.

이런 일련의 전략들은 두산, 삼성전자, LG화학, LS 등 국내외 대기업들을 움직였고, 결과적으로는 연평균 5조 원이 넘는 투자 유치라는 실적을 만들어냈다.

◆ “피지컬AI가 뭐야?” 전북이 주도하는 기술 이야기
기술은 낯설다. 하지만 기술이 바꾸는 삶은 구체적이다.

전북이 공을 들이고 있는 ‘피지컬AI’는 이름도 생소하지만, 사실 우리 삶에 곧 밀접해질 기술이다. 공장을 스스로 운영하는 인공지능, 물류창고에서 최적의 동선을 찾아 자율로 일하는 로봇, 병원에서 실시간으로 환자의 상태를 파악해 조치하는 시스템. 이 모든 것이 피지컬AI가 현실화하는 장면이다.

전북은 이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실증단지를 조성 중이다. 지난 8월, 국무회의를 통해 1조 원 규모의 국책사업으로 예타 면제가 확정됐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기관에서 최종 검토가 진행 중이다.

왜 전북인가. 전북은 이미 상용차, 농기계 같은 전통 제조업이 강한 지역이다. 여기에 피지컬AI를 접목하면,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라 지역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레벨업이 가능해진다. 이곳이 '국가 전략 산업 거점'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 이차전지 특화단지, 전북의 새 얼굴을 만들다
한때 새만금은 ‘30년째 개발 중인 땅’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 땅에 이차전지 산업의 거대한 생태계가 들어서고 있다.

2023년 7월, 새만금 일부가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되면서 전북은 배터리 중심지로 급부상했다. 여의도의 2.8배 규모, 약 10조 원 규모의 민간 투자. 기업 명단을 보면 그 무게감이 실감난다. LS MnM, LS L&F, SK온, 포스코퓨처엠 등 핵심 대기업과 전해액·음극재·재활용 기업들이 함께 들어서고 있다.

이 단지는 단순한 산업단지가 아니다. 전북이 지향하는 ‘기회 수도’의 상징이다. 수출 중심 배터리 산업과 연계한 교육, 주거, 연구, 물류 생태계가 함께 조성되면서, 산업과 도시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실험이 진행 중이다.

단지 내 산업용지는 이미 절반 이상 분양이 완료됐고, 연말까지 100% 분양도 예상된다. 전북이 만든 ‘배터리 클러스터’는 이제 수도권과의 비교에서 밀리지 않는 기술 기반과 인프라 경쟁력을 확보한 상태다.

◆ 에너지 대전환, RE100이 전북을 부른다
전 세계가 ‘RE100’을 이야기한다. 기업들이 100%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공장을 운영하고, ESG에 따른 투자와 시장 기준이 산업 판도를 바꾸고 있다.

전북은 이 흐름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7GW 규모의 청정에너지 발전단지를 새만금 일대에 조성하고, 그 중 1.2GW는 2028년부터 RE100을 실현하고자 하는 기업에 전용으로 공급한다.

특히 5·6공구는 대한민국 최초로 ‘스마트그린산단’이라는 타이틀을 얻었고, 그에 걸맞은 제도와 전력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단지 기반의 에너지 공급이 가능한 몇 안 되는 지역, 그것도 정책과 법이 함께 따라주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전북의 존재감은 뚜렷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에너지 대전환의 길에서 전북이 가장 앞서 있다”고 언급했을 만큼, 이 지역의 선도적 역할은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 ‘인공태양’, 전북에서 피어오를 수 있을까
에너지 산업의 끝엔 ‘핵융합’이라는 꿈이 있다.

태양처럼 빛나지만 탄소도, 방사성 폐기물도 배출하지 않는 이상적인 에너지.

전북은 지금 이 핵융합 연구시설 유치를 준비하고 있다. 새만금 지역은 50만㎡ 이상 단일 부지 확보가 가능하고, 6차선 도로, 전력·상하수도 기반, 부지 조성 일정까지 국가 연구소 유치를 위한 요건을 대부분 갖췄다.

이미 군산 플라즈마기술연구소라는 인프라도 있고, 전주-새만금을 잇는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접근성과 정주 여건도 확연히 개선된다. 단순히 꿈만 꾸는 것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뜻이다.

김관영 도지사는 말한다.

“전북은 더 이상 변방이 아닙니다. 기업이 돌아오고, 청년이 돌아오며, 지역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해내고 있는 일은 작은 변화가 아니라, 전북이라는 지방이 산업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실험입니다.”
/장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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