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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물 산업,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자

김관춘 칼럼 / 논설위원
최근 들어 전북의 미래 산업 지형도가 새롭게 그려지고 있다. 방점은 ‘물’이다. 지금까지 물 산업은 전통적 인프라 관리의 영역으로만 여겨져 왔지만, 기후 위기와 산업구조 변화, 그리고 첨단기술의 융합이 가속화되면서 물 산업이 지역의 신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새만금을 중심으로 조성되고 있는 이차전지 특화단지와 대규모 스마트팜 단지는 물 관리 기술의 혁신 없이는 지속 가능성이 담보되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전북의 물 산업 육성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 과제가 되고 있다.

전북연구원 새만금연구센터와 전북녹색환경지원센터가 공동 개최한 ‘새만금 전북물산업 기반 구축을 위한 AI 연계 워크숍’은 이러한 흐름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준 자리였다. 환경, 산업, 농생명, 물관리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전북 물 산업의 방향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단순한 의견 교환을 넘어, 산업·농업·공공 인프라 분야에서 물 관리 기술에 AI를 접목해 전북이 대한민국 물 산업의 테스트베드이자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실증적으로 확인한 자리였다.
특히 산업폐수 분야는 전북 물 산업이 차별화할 수 있는 핵심 전선이다. 박용균 전남대학교 교수는 이차전지 산업에서 발생하는 고농도 폐수 처리의 어려움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AI 기반 공정 최적화 기술을 소개했다. 이차전지 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이지만 막대한 폐수와 복잡한 처리 과정이라는 난제가 존재한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선도적으로 확보하는 순간, 전북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게 된다.

공공 정수 분야에서도 혁신 가능성은 이미 입증됐다. 신동기 한국수자원공사 부장은 ‘화성 인공지능정수장’ 사례를 통해 AI 정수 기술의 실효성을 보여주었다. 이 시스템은 AI가 수질 변화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스스로 판단하고 제어하는 것으로, 2024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글로벌 등대로 선정될 만큼 국제적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이러한 기술이 새만금에서 실증되고 전북의 정수장 운영과 연계된다면, 전북은 스마트 물관리 분야에서 전국 최고 수준의 역량을 갖추게 된다.

농생명 분야에서도 물 관리는 더 이상 전통적 기술에 머물 수 없다. 이상현 전북대학교 교수는 기후위기 시대 농업용수 관리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AI 기반 수요 예측, 스마트 관개, 농업 재해 대응 체계 구축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대규모 스마트팜 단지가 조성되는 새만금에서는 이러한 기술이 곧 생산성, 비용 절감, 경쟁력과 직결된다.

토론에서는 보다 구조적 논의가 이어졌다. 광범위한 규제와 기술 실증의 어려움, 기업 참여의 한계 등 물 산업 전반에 걸친 현실적 문제들이 공유됐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기술·인력 육성 전략이 제안되었다. 특히 물 산업 기업의 지역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지역대학과 연구기관의 기술지원과 실증 인프라의 연계가 필수라는 의견이 공통적으로 제기됐다.

눈여겨볼 대목은 새만금의 ‘글로벌 규제 샌드박스’ 제도다. 이는 물 산업에서 가장 큰 장벽인 실증 규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제도적 기반이다. 김재구 전북연구원 새만금연구센터장은 “새만금에서 개발된 기술은 해외시장에서 즉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며 전북의 물 산업 국제화 가능성을 강조했다. 물 산업은 규제, 기술 검증, 시장 진입 장벽이 높지만 한번 기술이 인정되면 글로벌 확산 속도가 빠르다. 전북은 이미 그 첫 단추를 끼운 셈이다.

정부 차원의 R&D 역시 전북의 기회 요인이다. 기후부를 중심으로 이차전지 폐수 처리와 관련된 신기술 개발 투자가 확대되고 있어, 향후 3~5년은 관련 기술의 상용화가 급격히 빨라질 시기다. 이 시점에서 지역 연구기관과 기업이 협력 생태계를 갖춘다면, 전북은 자연스럽게 신기술 개발·실증·사업화가 한 곳에서 이루어지는 ‘물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할 수 있다.

결국 관건은 실행이다. 전북은 이제 ‘물 산업 육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넘어, 실제 기업이 성장하고 기술이 실증되며 산업이 확장되는 구체적 길을 열어야 한다. 연구기관의 지원, 산학연 협력, 기업 참여, 실증 인프라 확충, 국제 표준과 연계한 기술 개발 등 종합적 전략이 필요하다. 지금 그 첫걸음이 시작됐고, 전북이 미래 성장동력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지에 대한 답도 분명해지고 있다.

전북도는 기후 위기 시대에 왜 물 산업이 중요한가를 묻고 또 물어야 한다. 기후 변화로 강수 패턴이 불규칙해지면서 물 부족과 물 과잉이 동시에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안정적 용수 공급·배수·방재 시스템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물은 제조업·반도체·에너지·농업 등 모든 산업의 필수 자원이다.

물 관리 실패는 바로 경제 생산성 저하로 이어진다. AI 기반 정수·하수 관리, 스마트 수자원 모니터링, 물 재이용 기술 등 고부가가치 미래 산업이 빠르게 확장 중이다. 그리고 식수·공업용수·농업용수의 안정적 확보는 국가생존 및 지역 경쟁력과 직결된다.

전북의 물 산업은 더 이상 보조 사업이 아니다. 기후 위기 시대의 필수 산업이자, 새만금이라는 거대한 공간을 기반으로 세계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전략 산업이다. 지금의 논의들이 지역 기업의 성장, 세계 시장 진출,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면, 전북은 대한민국 물 산업의 심장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 글쓴날 : [2025-12-05 14: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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