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9월 발표한 ‘5극 3특 국가균형성장 전략’은 수도권과 대도시 중심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역 주도의 성장을 실현하겠다는 포부를 담고 있다. 겉보기에는 초광역권 5극과 특별자치도 3특을 함께 육성하는 듯 보이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실제 설계는 철저히 ‘5극 중심’으로 짜여 있다.
최근 전북연구원이 내놓은 분석이 이를 명확히 지적했다. 3특이 정책 설계의 주변부로 밀려날 구조적 위험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5극 3특’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비대칭이 심화된 이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우려의 핵심은 초광역특별계정과 전략사업 투자계획에 있다. 정부는 2026년부터 10조 6천억 원 규모의 포괄보조금과 초광역특별계정을 신설해 지역성장 투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계정의 편성 구조상 초광역권만을 기본 단위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법률’ 제2조 제7호는 초광역권을 “2개 이상의 지자체가 협의해 설정한, 시·도 경계를 넘어서는 권역”으로 규정한다. 이는 단일 광역단체인 전북·제주·강원 등 3개의 특별자치도가 제도적으로 초광역특별계정의 직접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뜻이다.
전북은 그중 가장 취약한 위치에 놓여 있다. 전북특별자치도의 재정자립도는 23.6%로 전국 17개 시·도 중 최하위이며, 제주·세종과 달리 보통교부세 특례도 없다. 그동안 재정특례를 위한 입법이 번번이 좌절된 상황에서 초광역특별계정마저 배제된다면 전북은 사실상 국가균형성장 전략의 바깥으로 밀려나게 된다. 전북연구원이 “이는 단순한 예산 축소가 아니라, 국가 성장 전략의 본류에서 전북이 제외되는 것”이라고 경고한 이유다.
실제 정부가 내놓은 5극 3특 추진 전략의 세부 내용은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AI 혁신거점 3조 1억 원 투자 계획에서 전북은 일부만 포함되었고, 초광역교통망 구축은 사실상 5극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3조 5천억 원 규모의 지역성장펀드도 ‘권역별 조성’이라는 모호한 표현만 있을 뿐 3특 반영 여부는 명시되어 있지 않다.
지방시대위원회의 5극 3특 설계도는 3특의 존재감을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이며, 자칫하면 정책 명칭만 ‘5극 3특’일 뿐 실질은 ‘5극 단일정책’으로 귀결될 위험이 다분하다. 이런 구조는 ‘균형성장’이라는 정책의 근본 가치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전북연구원은 매우 명확하고 현실적인 개선책을 제안했다. 첫째, 법률 개정이 핵심이다.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법 제2조 제7호의 초광역권 정의에 “특별자치도가 독자적 발전전략 수립 또는 인접지역과의 연계·협력을 위해 설정한 권역(특별광역권)”을 포함하도록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전북특별자치도가 단독으로도 초광역권으로 인정받는 길을 제도적으로 열어주는 조치다. 법 개정이 이뤄지면 전북도는 특별광역권으로서 초광역특별계정에 참여하고, 중앙정부와의 초광역특별협약 체결, 패키지형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는 구조적 통로를 확보하게 된다.
둘째, 초광역특별계정 운용지침에 ‘3특 최소 배분비율’을 명시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하한선 규정이 아니라 5극 중심 편중을 예방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또한 초광역계정의 편성 방식을 ‘부처 직접편성 + 지자체 자율편성’의 이중트랙으로 설계해 3특이 실질적인 재정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북처럼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일수록 재정지원의 안정성이 핵심인데, 이중트랙은 지역의 전략적 선택권과 실행력을 동시에 보완하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북 스스로의 대응력이다. 중앙정부 정책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법 개정 필요성과 제도 개선 방향을 선제적으로 제안하는 ‘능동적 주도권’이 필요하다.
따라서 전북특별자치도가 법 개정을 통해 자립적인 초광역권으로 인정받게 되면, 단순한 재정 확충을 넘어 패키지형 지원과 초광역특별협약 체결 등 5극3특에 관한 중앙정부 및 지자체 간 거버넌스 구조 안에 자연스러운 편입이 가능해진다.
전북특별자치도의 제도적 위상 강화, 전략투자 분야에서의 가시적 성과 창출, 권역 간 연계협력 모델 제시 등 중앙정부가 반박하기 어려운 근거와 실적도 축적해야 한다. 정치권과 학계, 시민사회도 힘을 모아 전북의 정당한 권익을 제도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5극 3특’은 지역균형발전을 향한 국가적 약속이다. 그러나 약속은 제도 속에서만 실현된다. 지금처럼 3특을 주변부로 밀어내는 구조를 방치한다면 전북은 또다시 국가 정책의 변두리로 밀려나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중앙정부는 명칭만 ‘5극 3특’인 모순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5극 3특’이라는 정책 명칭이 무색하게 3특이 배제되는 구조는 국가균형성장의 가치에 위배된다. 조속한 법개정 및 제도 개선을 통해 3특이 제도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진정한 균형성장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국가균형발전의 취지를 살리고, 지역의 미래를 온전히 보장하는 길이며, 그렇게 해야만 진정한 ‘5극3특’ 균형성장이 실현될 수 있다.
전북은 더 이상 뒤에서 따라가는 ‘보조축’이 되어서는 안 된다. ‘5극 3특’의 실질적 당사자로서 정당한 지위와 권한을 확보하기 위한 전북의 치밀한 전략과 결단이 절실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