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자치도가 추진해 온 ‘결혼이민자 365 언니 멘토단’이 실질적인 멘토링 효과를 입증하며 전북형 다문화 정책의 모범 사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행정이 주도하는 단순 지원을 넘어, 같은 삶의 궤적을 걸어온 선배 결혼이민자가 직접 후배 이민자를 돕는 구조는 무엇보다 현실적이며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이번 우수사례 발표회는 그 효과를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자리였고, 결혼이민자의 지역 정착이 ‘정책 대상’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 간 상호성’의 문제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다.
‘365 언니 멘토단’은 국적을 취득하고 한국 사회 정착 경험을 쌓은 선배 이민자가 멘토가 되어 입국 초기의 결혼이민자에게 생활 정보와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2023년 시범 운영을 거쳐 2024년부터 1:3 매칭 방식으로 확대되며 현재 80명의 멘토와 240명의 멘티가 참여하고 있다. 행정지원 중심이 아닌 자조적 네트워크에 기반한 이 모델은 결혼이민자들이 스스로 서로를 지지하고 이끌어 주는 공동체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가장 큰 울림을 준 사례는 베트남 출신 멘토 이혜진 씨의 활동이다. 이 씨는 자신의 국적 취득 경험을 바탕으로 경제적 어려움과 심리적 불안으로 심사 포기까지 고민하던 멘티를 끝까지 붙잡아 도왔다. 결국 멘티는 국적을 취득하며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우뚝 설 수 있게 됐다.
이 사례가 감동적인 이유는 단순한 성공담이기 때문이 아니라, 결혼이민자의 정착 과정이 얼마나 복잡하고 감정적으로도 고단한 여정인지, 그리고 그 여정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선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혜진 씨가 “서로 힘이 되어 주는 친구 같은 사이”라고 표현했듯, 멘토링은 관계 회복과 공동체 감각의 구축이라는 깊은 의미가 있다. 생활 속 통역, 행정 절차 안내, 자녀 교육 정보, 위기 시 정서적 지지 등은 행정기관이 일방적으로 제공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바로 이 점에서 ‘365 언니 멘토단’은 정책의 빈틈을 촘촘히 메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전북자치도는 이번 발표회를 통해 멘토링이 결혼이민자의 삶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는 동반 성장 모델임을 확인했다. 이제 과제는 이 좋은 흐름을 일시적 프로그램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지역 공동체 모델로 확장하는 일이다.
멘토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교육, 지역사회 기관과의 협력 네트워크 확대, 멘티의 사회·경제적 자립을 돕는 후속 정책 등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 특히 결혼이민자를 단순히 보호 대상이 아닌 지역의 일원으로 인식하고 그들의 역량 강화가 곧 지역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는 관점을 행정 전반에 확산할 필요가 있다.
전북형 다문화 정착 모델은 이제 첫 걸음을 뗐다. 타 지역에서도 충분히 확산 가능한 ‘전북발 상향식 공동체 정책’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꾸준한 관심과 뒷받침이 필요하다. 결혼이민자들이 낯선 땅에서 혼자가 아님을 느끼고 지역사회 속에서 당당한 구성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실효적이고 따뜻한 정책을 지속해 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