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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에서 뛰는 대한민국 RE100의 심장

김관춘 칼럼 / 논설위원
대한민국 산업 지형이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전환은 더 이상 선언적 구호가 아니라 발등의 불로 다가왔다.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을 기점으로 글로벌 탄소 규제는 현실이 되었고,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에 RE100은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 됐다. 이런 격변의 흐름 속에서 새만금이 대한민국 RE100 시대의 심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새만금은 명실상부 국내 최대 재생에너지 집적지다. 현재 태양광 3GW, 해상풍력 4GW 등 총 7GW 규모의 재생에너지 발전단지가 조성 중이다. 이는 단일 권역 기준 국내 최대 규모로, 세계적 수준의 RE100 산업단지를 구상할 수 있는 결정적 토대다. 특히 2029년에는 수상태양광 1.2GW가 본격 가동돼 RE100 기업에 직접 전력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 단기간 내 가시적 성과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새만금의 경쟁력은 더욱 돋보인다.

전력 인프라도 탄탄하다. 새만금은 이미 1.5GW 규모의 전력 공급 능력을 확보해 대규모 전력을 필요로 하는 첨단기업의 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서해안권과 수도권을 연결하는 광역 전력망과의 연계도 용이해 재생에너지 발전원과 기업 간 계통 연결에 유리한 입지를 갖췄다. 이는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연관 산업, 미래 모빌리티 등 고전력 소비 산업 유치에 있어 결정적인 강점이다.

제도적 기반도 앞서 있다. 새만금 산단 5‧6공구는 2022년 전국 최초로 스마트그린산단으로 지정되며 RE100 구현을 위한 실험 무대가 됐다. 조성 중인 산업용지와 수변도시를 연계해 단순한 산업단지를 넘어 에너지 자립형 미래 도시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부 역시 새만금의 잠재력을 국가 전략으로 공식화했다. 국정과제 51번에 ‘새만금 RE100 산단 조성과 재생에너지 허브 육성’이 명시됐고, 국정과제 39번에서는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에 파격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지산지소형 RE100 산업단지를 통해 지역 균형성장을 이루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는 새만금이 단순한 지역 개발을 넘어 국가 에너지 전략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했음을 의미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 역시 이러한 흐름에 힘을 싣는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새만금을 풍력·태양광·조력 에너지 기반의 RE100 국가산업단지로 조성하고, SOC 조기 완성을 통해 전북의 위대한 미래를 열겠다고 강조해 왔다. 공약 이행이 본격화되면서 전북 재생에너지 허브 도약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새만금을 RE100 선도 모델로 삼아 대규모 전력 수요 기업 유치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제도적 RE100 단지와 물리적 RE100 단지를 병행 조성해 기업의 다양한 RE100 이행 방식을 지원하고, 세제 감면과 전력요금 인하, 재생에너지 저가 공급, 전력망 연계 비용 감면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환경·안전·금융 분야 규제 완화 역시 투자 유치의 문턱을 낮출 전망이다.

새만금 RE100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단순한 에너지 공급 정책을 넘어 산업·도시·생활 전반을 바꾸는 구조적 전환이라는 사실이다. RE100은 전력 조달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기업 경영과 지역 발전 패러다임 자체를 재편하는 요구다. 에너지 생산지와 소비지가 분리된 기존 구조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새만금이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재생에너지 생산과 산업 활동이 동일 공간에서 이뤄지는 ‘지산지소’ 모델을 실현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는 전력망 부담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일 뿐 아니라, 기업의 RE100 이행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효과를 낳는다.

나아가 에너지 자립을 기반으로 한 신산업 생태계 조성은 청년 일자리 창출과 인구 유입, 지역 경제의 지속 가능성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새만금은 이제 전북만의 프로젝트가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의 미래를 시험하는 국가적 실험장이 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최근에는 계획만 있고 추진이 중단된 삼성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새만금으로 유치하려는 움직임이 정치권에서 가시화되고 있어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남권 해상풍력 2.4GW 조성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확산단지 1GW 추가 지정을 통해 집적화단지로 확대하고, 한국전력의 선투자를 통한 전력계통 적기 구축도 병행 추진된다. 이는 재생에너지 공급의 안정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핵심 요소다.

전북의 도전은 RE100에 그치지 않는다. 조선산업에서는 암모니아 등 친환경 선박 대체연료 실증 거점 구축을 추진하고, 농·건설기계 분야에서는 지능형 농기계 실증단지와 디지털 전환 플랫폼을 통해 산업의 친환경 전환과 고도화를 동시에 꾀하고 있다.

7GW 재생에너지와 첨단 산업 인프라를 동시에 갖춘 곳은 대한민국에서 새만금이 유일하다. 이제 새만금은 ‘개발의 상징’을 넘어 ‘전환의 상징’으로 거듭나고 있다. 전북이 새만금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탄소중립 시대를 선도하고, 글로벌 기업이 찾는 재생에너지 허브로 도약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은 이미 현실의 문턱에 와 있다. RE100 시대, 대한민국의 심장은 분명 새만금에서 뛰고 있다.
  • 글쓴날 : [2025-12-16 13:5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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