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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12·3 내란 사태와 조배숙 국회의원의 책임

민주주의는 어느 날 갑자기 무너지는 것이 아니다. 침묵과 방조, 그리고 책임 회피가 차곡차곡 쌓일 때 헌정 질서는 서서히 균열된다. 지난해 12월 3일,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든 불법 비상계엄 시도는 그 상징적 사례다. 국민의 분노와 역사적 경고 앞에서 정치인의 태도는 분명해야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은 그 엄중한 순간, 끝내 국민 앞에 서지 않았다.

조국혁신당 전북도당이 조배숙 의원에게 공개 질의를 던진 이유는 단순한 정쟁이 아니다. 전북 도민과 국민 다수가 묻고 싶은 질문을 대신 던진 것이다. 12.3 비상계엄 시도가 헌정 질서를 파괴한 내란 행위였는지, 윤석열 등 극우 내란 세력과 정치적 단절 의지가 있는지, 그리고 지금이라도 국민 앞에 사과할 용기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민주공화국의 국회의원이라면 응당 답해야 할 최소한의 책무다.

주지하다시피 조배숙 의원은 해당 사태 당시 줄곧 윤석열 내란수괴 편에 서서 불법 행위를 비판하기는커녕 적극 지지해 왔다. 특히 헌법 가치 수호에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국회의원이, 탄핵이라는 헌법적 절차 앞에서 표결조차 불참했다는 사실은 도민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선택이 아니라, 헌법 질서에 대한 명백한 부정이며, 역사 앞에서 직무 유기 행위다.

더욱이 국민의힘 소속 의원 25명이 뒤늦게나마 윤석열 및 계엄 시도 세력과의 정치적 단절을 선언하고 사과에 나선 것과 비교하면, 조 의원의 침묵은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반성과 단절을 선택한 동료 의원들이 있는 상황에서도 끝내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은, 내란 세력과의 모호한 공존을 택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정치는 기억의 싸움이다. 역사는 침묵한 자를 결코 중립으로 기록하지 않는다. 불법과 위헌 앞에서 침묵한 정치인은 결국 그 책임을 헌법 파괴 세력과 함께 짊어지게 된다. 조 의원의 행태가 ‘반헌법적’이고 ‘반역사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감정적 낙인이 아니다. 헌법과 민주주의라는 잣대로 평가한 정치적 책임의 문제다.

조국혁신당이 경고했듯, 국민은 이미 응원봉 혁명을 통해 무도한 권력에 단호한 심판을 내린 경험을 갖고 있다. 그 힘은 특정 인물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헌정 질서를 유린한 세력 전체를 향한 역사적 경고였다. 이 경고를 외면하는 정치 세력과 당사자는 결국 같은 심판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

조국혁신당이 밝힌 “내란 세력을 단 한 석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선언은 선동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정치적 외침이다. 내년 지방선거는 단순한 권력 재편의 장이 아니라, 헌정 질서를 부정하거나 외면했던 세력에 대한 국민적 평가의 장이 될 것이다.

조배숙 의원에게 남은 선택지는 많지 않다. 침묵을 이어가며 역사 앞에 죄를 더할 것인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국민 앞에 서서 잘못을 인정하고 헌법의 편에 설 것인지다. 민주주의는 관용을 베풀 수는 있지만, 역사는 냉정하다. 헌정 질서를 외면한 정치인의 이름은 결코 가볍게 기록되지 않는다. 이제 답을 할 차례다.
  • 글쓴날 : [2025-12-16 13:5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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