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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만금, 에너지 혁신기업 클러스터로 도약하다

새만금에 에너지 혁신기업이 몰리고 있다. 전북도가 올해 에너지특화기업 선정에서 전국 최다인 11개 사를 배출하며 에너지산업 중심지로서의 위상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전국 41개 선정 기업 가운데 4분의 1 이상이 전북에 둥지를 틀었다는 점은 상징적이다. 광주·전남, 경남, 경북·부산 등을 제치고 압도적 성과를 거둔 배경에는 새만금 에너지산업융복합단지를 축으로 한 일관된 정책과 기업 친화적 생태계가 자리하고 있다.

이번에 선정된 기업들은 태양광, 풍력, 수소, ESS 등 차세대 에너지 전반을 포괄한다. 태양광발전시스템과 고장진단 모니터링 기술을 고도화한 ㈜에스엠전자, 재사용 배터리를 활용해 AI 기반 전력 피크 제어를 구현한 ㈜경일, 풍력 블레이드 복합소재와 수소 운송용 극저온 단열기술을 개발한 ㈜하이솔, 풍력발전기 유지보수 전문 역량으로 현장 효율을 끌어올린 ㈜티에스윈드 등은 기술력과 사업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에너지 전환의 핵심 과제를 현장에서 풀어내는 기업들이 새만금에 집적되고 있다는 사실은 전북의 산업 방향이 옳다는 방증이다.

새만금 에너지산업융복합단지는 군산2국가산단과 새만금산단, 부안신재생에너지산단을 아우르는 23.9㎢ 규모의 거점이다. 단지 지정 이후 전북은 매년 에너지특화기업을 꾸준히 늘려 왔고 올해까지 누적 21개 사를 확보했다. 이는 단순한 숫자 경쟁이 아니라 연구·실증·사업화가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관련 법에 따라 선정 기업들은 시제품 제작, 마케팅, 투자유치, 디자인 개발 등 초기 사업화 지원을 받는다. 공공의 정책 지원이 민간의 기술 혁신과 만나 선순환을 이루는 구조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이번 성과가 지역 균형발전과 직결된다는 사실이다. 수도권 중심의 에너지·첨단산업 구조 속에서 전북, 특히 새만금이 기술 혁신의 실험장이자 생산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은 국가 전략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

재생에너지 발전단지, 산업단지, 항만·물류 인프라가 결합된 새만금은 생산·저장·활용이 순환되는 에너지 클러스터로 성장할 잠재력을 갖췄다. 이는 행정 지원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규제 혁신과 기반시설 확충을 병행할 때 좋은 결과를 얻는다.

그러나 성과에 안주할 때는 아니다. 에너지산업은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르고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다. 실증 이후 상용화, 지역 내 공급망 확장, 전문 인력 양성까지 이어지지 않으면 ‘선정의 영예’는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연결되기 어렵다.

전북은 기업 맞춤형 지원을 더욱 정교화하고 대기업·연구기관과의 협력, 금융·투자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특히 새만금의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실증 무대로 적극 개방해 기술 검증과 시장 진입의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

새만금에 몰려드는 에너지 혁신기업은 전북 경제의 새로운 엔진이다. 이번 전국 최다 선정이 일회성 성과에 그치지 않도록, 기업이 뿌리내리고 성장하는 토양을 더욱 두텁게 다져야 한다. 새만금이 대한민국 에너지 전환을 이끄는 실질적 허브로 자리매김할지, 지금의 정책 지속력과 실행력에 달려 있다.
  • 글쓴날 : [2025-12-17 13:4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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