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원 JB우리캐피탈 대표의 전북은행장 선임을 둘러싸고 불협화음이 증폭되고 있다. 전북은행 이사회와 임시 주주총회가 무기한 연기된 배경 역시 단순한 절차상의 문제가 아니라 후보자의 인사 적합성과 도덕성에 대한 지역사회의 깊은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읽힌다.
전북은행은 그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지 않고 있으나 단독 후보로 추천된 박 대표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사법 리스크’가 공론의 장에 오른 이상, 침묵은 결코 해명이 될 수 없다. 전북은행장은 단순한 전문경영인이 아니다. 전북을 대표하는 금융기관의 수장으로서 금융의 공적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공공적 책무와 사회적 신뢰를 함께 짊어지는 자리다.
특히 전북은행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버팀목이자 지역경제의 마지막 안전판으로 기능해 왔다. 이 같은 역할은 탁월한 금융 실적만으로는 결코 대신할 수 없으며 도덕성과 공공성, 지역에 대한 이해와 책임 의식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박춘원 대표를 둘러싼 의혹들은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박 대표는 김건희 일가의 ‘집사’로 알려진 인물이 설립에 관여하고 지분을 보유한 IMS모빌리티에 대한 투자 과정과 관련, 청탁성 투자 의혹으로 특검 조사를 받은 바 있다.
해당 기업은 자본잠식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정권 핵심 인사와의 친분을 고리로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실제로 회사 대표가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되면서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아직 사법적 판단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전북은행장이라는 공적 자리에는 ‘의혹만으로도’ 신중해야 한다는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야 마땅하다.
1969년 설립된 전북은행은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전북도민과 희로애락을 함께해 온 지역의 자산이다. 전국 지방은행의 한 축이자 JB금융지주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전북의 금융 주권을 지키고 키워내려는 도민들의 애정과 신뢰가 있었다.
그러나 금융의 공적 역할에 둔감하고, 전북은행의 역사와 지역적 소명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인사에게 이러한 기대를 맡길 수는 없다. 과거의 논란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를 알면서도 눈을 감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전북은행의 신뢰 하락과 지역 금융의 약화로 돌아올 것이다. 전북은행에는 전북을 잘 알고, 전북의 현실과 과제를 온몸으로 이해하는 인물이 필요하다.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는 쌓기는 어려워도 의혹과 불신이 겹치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지역 금융의 신뢰 붕괴는 단순히 한 기관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경제 전반의 위축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더욱 엄중하다. 전북은행장 인선은 내부 인사 문제가 아니라 전북도민 모두의 삶과 직결된 공적 사안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전북은행은 박춘원 은행장 선임을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 그리고 금융의 공적 책임과 지역사회 공헌이라는 본연의 가치에 부합하는 인물을, 투명하고 설득력 있는 절차를 통해 재추천해야 한다. 그것이 전북은행이 도민의 신뢰를 지키는 길이며, 지역 금융의 미래를 위한 최소한의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