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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잇고 지역을 살리는 ‘전북 생태관광 2.0 정책’

김관춘 칼럼 / 논설위원
‘에코캠핑 전북 삼천리길’이 조성된다면 전북의 관광지도가 어떻게 달라질까. 단순한 걷기 길이나 풍경 감상 코스가 아니라, 14개 시·군을 하나의 거대한 생태 랜드스케이프로 묶는 전략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지금 전북이 맞닥뜨린 인구감소, 지역소멸 위험, 관광 정체를 뚫을 수 있는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이 바로 생태관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제안은 단순한 길 조성 사업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 구상이다.

최근 전북연구원이 제시한 ‘전북 생태관광 2.0 정책’은 전북이 지난 10여 년간 구축해온 생태관광 기반을 전면적으로 재정비하고 업그레이드하려는 시도다. 사실 전북의 생태관광은 이미 2015년 이후 각 시군의 천리길 조성, 생태관광지 지정, 에코매니저 양성 등 기초 인프라 구축을 통해 뼈대는 마련된 상태다.

동부 산악권의 울창한 숲과 계곡, 중부평야의 농경문화, 서부 연안의 갯벌과 도서 생태계 등 전북이 가진 자연·환경자산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강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생태관광은 ‘하드웨어는 충분하지만 소프트웨어와 경제적 파급력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북연구원이 진단한 문제점은 분명하다. 첫째, 행정 주도와 시설 중심의 접근으로 지역 주민과 관광객 참여가 제한적이었다. 둘째, 시·군별로 개별 운영되다 보니 지역 간 연결성이 떨어져 ‘전북 전체 관광 효과’로 확장되지 못했다. 셋째,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체류·소비 구조로 발전하지 못해 경제적 파급효과가 미미했다. 결국 생태관광이 지역발전 전략이라기보다는 환경시설 조성 사업으로 머무른 셈이다.

이러한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전략이 바로 ‘에코캠핑 삼천리길’ 구상이다. 전북 14개 시·군을 총 1,037km의 걷기길·자전거길·맨발황토길로 연결하고, 각 시군별 대표 콘텐츠를 연계해 체류형 생태관광지로 재편하는 내용이다.

단순히 길을 잇는 것이 아니라, 전북 전체를 하나의 순환형 생태관광 플랫폼으로 구축하겠다는 그림이다. 이를 통해 ‘한 곳만 다녀가는 관광’이 아니라 ‘전북 전체를 돌아보는 여행’으로 변환시키는 것이 목표다.

캠핑·하이킹·자전거·생태체험 프로그램이 결합하면 국내뿐 아니라 해외 여행객도 끌어올 수 있다. 최근 캠핑과 친환경 여행, 자연 속 웰니스 관광이 세계 관광시장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만큼 경쟁력도 충분하다.

전북연구원이 강조한 ‘플러스(+) 전략’은 이 계획을 실현하는 핵심 구조다. 그 전략을 살펴보면 신규 수요 플러스는 MZ세대의 캠핑·모빌리티 여행 수요, 웰니스 관광, 반려동물 동반 여행 등 새롭게 성장하는 시장을 적극 흡수하는 전략이다. 생태자산는 공간구획 플러스: 기존 천리길과 관광지를 단순히 연결하는 수준을 넘어, 주변 농촌·마을·문화유산과 결합해 복합 생태권역으로 확장하는 방식이다.거버넌스 플러스는 행정 중심 모델에서 벗어나 주민·기업·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협력 시스템을 구축해야 지속성이 생긴다. 지역주민이 프로그램 운영의 주체가 되어야 지역경제 파급력이 커진다. 통합 브랜드 플러스는 시·군별로 따로 노는 브랜드가 아니라 ‘전북형 생태관광’이라는 하나의 브랜드를 구축해야 국내외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 네 가지 플러스 전략은 결국 하나의 목표로 귀결된다. 생태관광을 단순한 환경정책에서 벗겨내어 ‘경제를 살리는 산업정책’으로 재정의하는 것이다. 자연을 보호하면서도 지역경제에 실질적 수익을 창출하는 ‘생태 기반 지역 성장 모델’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이는 생물다양성 위기,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시대적 흐름에도 정합적이다. 지속가능한 관광은 앞으로 세계 관광산업의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생태관광이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전북 전역의 균형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점이다. 삼천리길을 매개로 동부 산악권과 서부 연안, 농촌과 도시가 하나의 관광 흐름으로 연결되면 관광 수요가 분산되고 소외 지역에도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 이는 관광을 통한 지역 간 상생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 의미가 크다.

이제 필요한 것은 과감한 전환이다. 길과 시설을 하나 더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전북 전체를 하나의 생태관광 네트워크로 재설계하고, 이를 통해 전북만의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생태관광이 성공하려면 ‘전북의 자연은 좋은데 볼 게 별로 없다’는 기존 인식을 ‘전북은 걷고 머물고 체험하는 여행지’로 바꾸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콘텐츠 발굴, 지역 주민 참여 확대, 브랜드 구축, 체류형 프로그램의 정교화가 뒤따라야 한다.

전북의 생태·환경자산은 전국 최고 수준이지만, 그 가치는 활용 방식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지역소멸 위기를 생태관광으로 돌파하자는 제안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자연을 지키면서도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산업은 많지 않다. 전북은 이미 그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방향 전환과 실행력이다.

전북연구원이 강조한 것처럼 지금은 하드웨어 중심에서 경제효과 중심으로 생태관광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겨야 할 때다. ‘전북 에코캠핑 삼천리길’이 단지 새로운 길이 아니라, 전북의 미래를 바꾸는 길이 되기 위해서라도 과감한 정책 전환과 지역의 결집력이 절실하다. 전북이 다시 활력을 찾고 살아나기 위한 길은, 결국 전북이 가진 자연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 글쓴날 : [2025-12-22 14: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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