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가 특별법 시행 1년을 맞았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지난 1년은 전북특별자치도가 이름뿐인 제도가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는 자치 모델임을 증명하기 시작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특례는 종이에 적힌 권한이 아니라, 산업 현장과 민생 속에서 하나둘 실행되며 전북의 경쟁력을 키우는 동력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행정 성과를 넘어, 지역이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고 책임지는 지방자치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전북특별법 전부개정안이 지난해 말 발효된 이후, 전북은 지방분권 확대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지역 주도의 성장 전략을 본격화해 왔다. 중앙정부 정책을 수동적으로 집행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지역 여건과 강점을 반영한 맞춤형 정책을 직접 기획·추진할 수 있는 여지가 크게 넓어졌다.
농생명·문화관광·고령친화·미래첨단·민생특화 등 5대 핵심 분야에 걸쳐 131개 조문으로 설계된 특례는 75개 사업화 과제로 구체화됐고, 이 가운데 61개 과제가 이미 시행 단계에 들어섰다. 나머지 과제 역시 조례 제정과 중앙부처 협의 등을 거쳐 실행을 준비 중이다. 이는 전북이 중앙 의존형 정책 집행에서 벗어나, 자율성과 책임성을 동시에 갖춘 자치 역량을 단계적으로 확보해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산업 생태계 구축 성과는 특별법의 실효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농생명산업지구 6개소와 예비지구 2개소, 해양문화유산지구 등 주요 산업 거점이 1년 만에 지정됐다. 통상 산업지구 지정에 수년이 소요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특례를 통해 도지사에게 이양된 권한을 전략적으로 활용한 결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는 단기간 성과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적으로는 기업 유치와 연구개발, 인력 양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산업 성장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여기에 식품·바이오, 야간관광·MICE 등 연계 사업이 더해지며 산업 간 융합과 고도화 가능성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고령친화산업 분야 역시 전북의 미래 전략에서 빼놓을 수 없다. 복합단지 조성을 위한 5개년 진흥계획 수립과 단계별 로드맵 마련은 고령친화산업을 단순한 복지 영역이 아닌, 지속 가능한 신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2026년 보건복지부 고령친화산업복합단지 타당성 연구용역 국비 확보는 이러한 구상이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의미 있는 정책으로 인식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초고령사회로 빠르게 진입하는 상황에서, 전북이 선제적으로 산업 모델을 구축한다면 전국 확산이 가능한 정책 실험장이 될 수 있다.
미래첨단산업 전환을 위한 움직임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차전지 실시간 고도분석센터 구축, 무인이동체 기본계획 수립 등은 전북이 기술 변화에 대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증과 사업화가 가능한 기반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 기반 조성은 전북 산업 생태계의 개방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례의 진정한 가치는 결국 도민의 삶에서 확인된다. 새만금고용특구 지원단을 통한 취업 연계, 외국인 기술창업 비자 도입, 해외 스타트업 지역 채용 확대는 인구 감소와 고용 불안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현실적 대응이다. 보건과 안전 분야에서도 감염병 대응 체계 강화, 화재안전물품 지원 확대, 수산 분야 규제 개선 등 생활 밀착형 성과가 이어지며 특례가 행정 실험에 머무르지 않고 일상의 안전망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성과들은 전북특별법이 단순한 권한 이양에 그치지 않고, 정책 설계부터 집행, 점검까지 지역이 주도하는 행정 체계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각 특례 사업이 개별적으로 흩어지지 않고 산업, 일자리, 민생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은 전북형 발전 모델의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이는 중앙 정책을 모방하거나 수용하는 수준을 넘어, 지역 특성을 반영한 정책 실험과 축적이 가능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앞으로는 이러한 특례 성과가 특정 분야나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14개 시·군 전반으로 고르게 확산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성과가 확인된 사업을 표준 모델로 정립하고, 시·군과의 협력 체계를 강화해 실행 속도와 현장 수용성을 함께 높여야 한다.
또한 도민 참여와 소통을 확대해 특례 정책의 방향성과 효과가 공유될 때, 특별자치도에 대한 공감대와 신뢰도 함께 커질 수 있다. 결국 특례의 성공 여부는 제도의 존재가 아니라, 도민의 삶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이제 과제는 분명하다. 2026년은 기반을 다지는 단계를 넘어 성과를 확장하고 고착화해야 할 시점이다. 특례 목표를 보다 세분화하고,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지표를 명확히 설정해 정책 효과를 가시화해야 한다. 아울러 특례 연계사업과 국가 예산 확보를 통해 재정적 뒷받침을 강화하고, 제도와 사업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지속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더 나아가 2차 전북특별법 개정 논의와 연계해 인구 감소 대응과 중점 산업 육성 전략을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특별자치도 출범과 특별법 시행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지난 1년이 실행 가능성을 증명한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시간은 성과의 깊이와 넓이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전북특별자치도가 2026년을 기점으로 도민 누구나 체감할 수 있는 변화, 지역이 스스로 성장 경로를 만들어가는 자치의 모범 사례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