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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대신 새만금, 그 선택이 국가를 살린다

김관춘 칼럼 / 주필
새해 벽두부터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이전을 둘러싼 논쟁이 거세다. 논쟁의 출발점은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문제 제기였지만, 파장은 산업 입지와 에너지 체계, 나아가 국가균형발전의 방향까지 건드리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정치권과 재래식 언론은 이 사안을 ‘수도권 산업을 지키기 위한 방어전’쯤으로 축소하며 비수도권을 또다시 희생의 공간으로 전제하는 익숙한 논리를 반복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대한민국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초고압 송전탑 민원과 ‘남방한계선’이라는 모욕적인 언어로 분열의 혼란을 겪을 것이다.

용인에 추진 중인 반도체 산업단지는 두 곳이다. SK가 추진하는 일반산단과 삼성 중심의 반도체 국가산단이다. 이 두 단지가 필요로 하는 전력은 모두 16GW, 원전 16기 분량에 달한다. 이는 2024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전력수요의 16%를 넘는 규모다.

문제는 이 막대한 전력을 용인과 수도권에서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서울의 전력자급률은 10%대, 경기도 역시 60%대에 머물고 있다. 이미 수도권은 비수도권에서 생산된 전력에 구조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고, 이를 위해 수많은 초고압 송전선이 전국을 가로지를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비효율과 불안을 낳는다. 장거리 송전을 전제로 한 계통에서는 사고에 대비해 실제 송전 용량의 일부만 사용할 수밖에 없고, 그만큼 비용은 늘고 안정성은 떨어진다. 그런데도 또다시 원전 16기 분량의 전력을 수도권으로 끌어오겠다는 발상은, 비수도권을 ‘전력 생산지이자 희생지’로 고정시키겠다는 선언과 다르지 않다.

실제로 전남·전북·충남·충북·세종 등을 관통하는 초고압 송전선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현실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역대급 규모의 송전망 건설은 지역 갈등과 환경 훼손을 키우고 비수도권 주민들에게 또 한 번의 일방적 부담을 지우고 있다.

그럼에도 이를 문제 삼기는커녕, 장관의 문제 제기를 공격하며 괴변으로 ‘산업 경쟁력’을 앞세운다. 심지어 용인 이남으로 반도체 공장을 옮기면 인재 확보가 어렵다는 이른바 ‘남방한계선’ 논리까지 등장했다.
이는 비수도권을 교육과 인재가 부족한 공간으로 낙인찍는 발상이다. 비수도권에 인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좋은 일자리가 없어서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떠난다는 사실을 외면한 주장이다. 일자리가 가면 인재는 따라간다.

만약 용인에 반도체 산업단지를 고집한다면, 논리적으로는 그 전력을 생산할 발전소 역시 용인에 들어서야 맞다. 원전이든 LNG든, 그 부담을 지역이 함께 지는 것이 공정하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전력 생산의 부담을 비수도권에 떠넘기는 선택을 반복해 온 것이다.

그렇다면 답은 분명하다. 지금이라도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이러한 논쟁을 단순히 ‘입지변경 여부’나 ‘정치적 발언 공방’으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 본질은 대한민국의 산업정책과 에너지정책이 여전히 수도권 중심의 중앙집중 모델에 갇혀 있다는 데 있다. 반도체 산업은 국가 기간산업이자 안보산업이다.

그런 산업의 입지를 결정하면서 전력 생산 구조와 계통 안정성, 지역 간 형평성 문제를 함께 고려하지 않는다면, 이는 전략 부재이자 정책 실패다. 세계 각국이 반도체 산업을 유치할 때 가장 먼저 따지는 것이 안정적 에너지 공급과 물, 그리고 장기적 확장성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특히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과제 속에서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구상은 여러모로 시대착오적이다. LNG 발전소를 추가로 짓고 수천 km에 달하는 초고압 송전망을 확충하는 방식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외치면서 실제로는 수도권 대공장을 위해 비수도권에 발전시설과 송전탑을 집중시키는 이중적 정책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문제는 사회적 비용이다. 초고압 송전선 건설을 둘러싼 갈등은 단순한 민원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붕괴와 직결된다. 수년간 이어지는 갈등 조정 비용, 행정력 낭비, 사회적 불신은 숫자로 환산되지 않지만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잠식한다. 반도체 산업이 ‘미래 먹거리’라면 그 토대가 되는 에너지 정책 역시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이 지점에서 새만금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분명해진다. 새만금은 재생에너지 잠재력, 산업용지 확장성, 국가 주도의 계획적 개발이라는 조건을 모두 갖춘 드문 공간이다. 단순히 수도권의 부담을 덜어주는 ‘대체지’가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지도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

반도체 산업을 새만금과 같은 비수도권 거점에 배치하는 것은 지역 배려 차원이 아니라, 국가 효율과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합리적 선택이다. 이는 전력계통의 안정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송전망 건설 비용을 줄이며,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는 길이기도 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내세운 ‘5극 3특’ 구상이 말에서 끝나지 않게 하려면, 반도체라는 국가 핵심 산업부터 입지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수도권에 공장은 몰리고, 비수도권은 전력만 생산해 보내는 구조로는 결코 다극 체제가 될 수 없다.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이전 문제는 좌고우면할 사안이 아니다. 국가 전체의 지속가능성과 공정성을 위해, 그리고 기업의 안정적 성장과 지역의 미래를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결단이다. 새만금이라는 대안을 진지하게 검토하는 것, 그것이 대한민국을 전력식민지의 길에서 벗어나게 하는 첫걸음이다.
  • 글쓴날 : [2026-01-05 14:2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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