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 원의 가치가 있는 핵심 기술이 조직적으로 외부로 빠져나갔음에도, 법원이 내릴 형량은 범죄의 파급력에 비해 지나치게 가벼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개인의 일탈을 처벌하는 수준에 머문 결과이며, 기술 유출을 ‘중대 범죄’로 보지 않는 인식의 한계를 드러낸다.
역사를 돌아보면 전쟁의 양상은 시대에 따라 달라졌다. 고대는 창과 칼로 싸웠고, 근대는 총과 대포로 전쟁을 치렀다. 오늘날의 전쟁은 총성이 들리지 않는다. 자본이 국경을 넘고, 기업이 국가 경쟁력을 대신하는 시대에서 전쟁은 곧 자본의 전쟁이다. 그리고 그 무기는 기술이다. 반도체·배터리·바이오 같은 전략 기술은 더 이상 기업의 영업비밀이 아니라 국가 생존과 직결된 핵심 자산이다.
이런 기술을 외국에 넘기는 행위는 단순한 부정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경쟁국의 산업을 키워주고, 자국 산업의 미래를 스스로 갉아먹는 선택이다. 그럼에도 현행 법 체계는 기술 유출 범죄를 여전히 절도나 배임의 연장선에서 다룬다. 기술 가치 산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피해 규모는 축소되고, 국가 산업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은 양형에서 충분히 고려되지 않는다.
문제는 기술 유출 범죄가 이미 ‘고위험·고수익 범죄’로 변질됐다는 점이다. 해외 기업이나 브로커가 개입하는 조직적 범죄임에도, 실형보다는 집행유예나 단기형에 그치는 사례가 반복된다. 이는 “걸려도 감당할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내부자와 잠재적 범죄자들에게 보내고, 재범을 부추기는 구조를 만든다.
기술 유출에 대한 관대한 처벌은 결국 국가 경쟁력에 약화에 대한 방조다. 전략 기술 유출은 산업 안보를 침해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돼야 하며, 최소 형량 상향, 범죄 수익 전액 환수, 관련 산업 취업 제한 등 실질적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 기술을 외국에 파는 행위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국가 공동체에 대한 배신이자, 사실상 매국에 준하는 행위라는 점을 법과 제도가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기술은 한 번 유출되면 되돌릴 수 없다. 지금의 가벼운 처벌은 또 다른 유출을 예고하는 신호에 불과하다. 관대한 처벌은 동정이 아니라 방조다. 기술을 지키지 못하는 국가는 미래를 말할 자격이 없다. 이제 기술 유출을 ‘기업 사건’이 아닌 ‘국가 문제’로 다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