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을 둘러싼 논의가 국가적 현안으로 부상한 가운데, 전북 정치권이 결집된 행동에 나섰다. 안호영·윤준병 두 국회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산하에 ‘삼성전자 전북 이전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공동위원장 체제로 총력 대응을 선언한 것이다.
무려 360조 원 규모의 초대형 국가 프로젝트를 수도권에만 집중시키는 기존 산업 구조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전북을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이번 특별위원회 출범은 단순한 지역 민원 차원을 넘어선다. 수도권 과밀과 전력·용수 부족, 지역 불균형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국가 전략 차원의 전환 요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와 여권 내부에서도 반도체 산업의 지방 이전 필요성이 공개적으로 언급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북도당 차원의 공식 기구 설치는 전북을 ‘가장 준비된 이전 후보지’로 각인시키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평가된다.
전북은 이미 재생에너지 생산량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하며, RE100 기반의 친환경 산업 입지로 손색이 없다. 반도체 산업의 최대 약점으로 지적되는 전력 수급 문제에서 전북은 오히려 경쟁력을 갖춘 지역이다.
여기에 새만금과 연계한 대규모 산업 부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용수 확보 여건까지 고려하면 삼성전자 이전 논의에서 전북은 더 이상 주변부가 아니다. 몇 개의 팹만 이전되더라도 전북 경제 지형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더 나아가 이번 특별위원회 출범은 전북이 더 이상 ‘기회를 기다리는 지역’이 아니라 국가 전략산업을 주도적으로 선택하고 요구하는 주체로 나서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그동안 전북은 국가 기간산업 유치 경쟁에서 번번이 명분과 당위만을 제시하는 데 그쳤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에너지·환경·입지 여건이라는 구체적 경쟁력과 정치권의 조직적 행동, 도민 참여라는 실질적 동력을 함께 갖췄다. 수도권에 쏠린 산업 논리를 그대로 방치한다면 국가 경쟁력 또한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전북의 요구는 지역 이기주의를 넘어 대한민국 산업 구조를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현실적 대안이다.
특별위원회는 전북도민과 시민사회를 아우르는 범도민 서명운동을 전개해 대통령실에 직접 전달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는 정치권 내부 논의에 머물지 않고 도민의 집단적 의지를 국가 권력의 최종 결정선까지 밀어 올리겠다는 선언이다. 전북 정치권이 하나의 목표로 힘을 모으는 모습은, 오랜 시간 소외와 낙후의 언어에 익숙했던 도민들에게 새로운 가능성과 자신감을 안겨준다.
삼성전자 반도체 이전 논의는 한 기업의 입지 선택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산업 정책이 수도권 집중이라는 관성을 벗어나 지속 가능성과 균형발전이라는 새로운 원칙으로 이동할 수 있는가를 가늠하는 시험대다. 전북 정치권의 이번 결집은 그 전환을 촉구하는 강력한 메시지다. 이제 공은 정부와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국가 미래를 위한 결단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그 답은 분명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