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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세력은 누구이며 어디까지인가(2)

전우용 칼럼 / 역사학자
1948년 7월 17일에 제정된 제헌헌법은 ‘단기 4278년 8월 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조항을 부칙에 명기했다. 8월 5일, 제헌국회는 ‘반민족행위 처벌 특별법 기초위원회’를 구성했고, 위원회는 미군정기의 특별조례법률에 기초한 법안을 만들어 정부 수립 다음 날인 8월 16일 국회에 상정했다.

특별법은 ① 일제로부터 작위를 받거나 세습한 자, ② 중추원 부의장, 고문 또는 참의 되었던 자, ③ 칙임관 이상의 관리 되었던 자, ④ 밀정행위로 독립운동을 방해한 자, ⑤ 독립을 방해할 목적으로 단체를 조직했거나 그 단체의 수뇌간부로 활동했던 자, ⑥ 군, 경찰의 관리로서 악질적인 행위로 민족에게 해를 가한 자,
⑦ 비행기, 병기 또는 탄약등 군수공업을 책임경영한 자, ⑧ 도, 부의 자문 또는 결의기관의 의원이 되었던 자로서 일정에 아부하여 그 반민족적 죄적이 현저한 자, ⑨ 관공리되었던 자로서 그 직위를 악용하여 민족에게 해를 가한 악질적 죄적이 현저한 자, ⑩ 일본국책을 추진시킬 목적으로 설립된 각 단체본부의 수뇌간부로서 악질적인 지도적 행동을 한 자,
⑪ 종교, 사회, 문화, 경제 기타 각 부문에 있어서 민족적인 정신과 신념을 배반하고 일본침략주의와 그 시책을 수행하는데 협력하기 위하여 악질적인 반민족적 언론, 저작과 기타 방법으로써 지도한 자, ⑫ 개인으로서 악질적인 행위로 일제에 아부하여 민족에게 해를 가한 자들을 ‘민족반역자’로 규정했다.

이들 중 ①~③까지는 이론의 여지가 없었지만, ④부터는 정성적 판단이 필요했다. 수사와 기소의 주체로 조사위원과 특별검찰부, 특별재판부로 구성된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가 구성되었다. 그러나 민족반역자의 범위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절대다수의 구 총독부 하급 관리들, 특히 경찰들은 과거 행적을 반성하는 쪽보다는 민족반역자의 정체성을 내면화하는 쪽을 택했다.

특별법에 따르면 민족반역자로 처벌받을 경찰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대중적 정의감’이 원하는 바를 잘 알았던 경찰들에게 반민특위 와해는 ‘생존의 문제’였다. 결국 ‘대중적 정의감’은 단 1%도 충족되지 못했다.
그로부터 8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2024년 12월 3일 이후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은 명백한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 그러나 ‘내란세력’의 최우선 살해 대상이었던 이재명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고작 49.4%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내란세력’에 동조하는 것으로 의심받을 만한 판사들이 내란범들을 재판하고 있으며, 영장 기각으로 내란범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 제1야당은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 행사로서 결코 내란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재래식 신문 지면들에는 연일 같은 내용의 기사가 실리고 있다.

내란에 동조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전국 도시 거리 곳곳에 걸려 있으며, ‘윤 어게인’을 외치는 자들이 수시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내란 극복’은 ‘내란세력 척결’과 대략 같은 뜻이다. 민주주의를 파괴하려 했던 자들과 함께 민주주의 회복의 길을 걸을 수는 없다.

‘내란범들은 나치 전범처럼 끝까지 처벌해야’한다던 이재명 대통령이 ‘윤 어게인’ 집회에서 내란의 정당성을 선동했던 국민의힘 소속 이혜훈을 기획예산처장으로 지명했다. 일견 앞뒤가 안 맞는 일이다. 그러나 ‘국민 검증을 거쳐야 한다’며 한쪽 문을 열어 놓은 것을 보면, ‘내란세력’의 범위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구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또는 ‘생각 없이 내란세력에게 휩쓸려 들어간’ 사람들에게 반성의 기회를 준 것일 수도 있다. 민주공화국에서는 사회적 합의가 법적 단죄의 전제이다. ‘대중적 정의감’이 지목하는 내란세력과 ‘사회적 합의’로 규정되는 내란세력은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다.

‘내란세력’을 엄격히 규정하면 오히려 그 동조세력이 늘어나고, 관대하게 규정하면 ‘대중적 정의감’을 충족시킬 수 없는 것이 80년 전의 딜레마이자 오늘날의 딜레마이다. ‘내란세력’을 어떻게 특정할 것인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김문수에게 투표한 41%의 국민?, 지금도 계엄은 정당했다고 주장하는 국민의힘 당원들과 그 당을 지지하는 25%의 국민?, 아니면 내란특검이 기소한 고작 수십 명의 ‘수괴 및 중요 임무 종사자’들?

민주주의 회복과 내란 극복은 미룰 수 없는 우리 시대의 과제이다. 80년 전 선조들이 ‘친일파 청산’을 못해서 한국 현대사가 시작부터 뒤틀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제 우리 세대가 같은 시험대 위에 올라 서 있다.

‘내란세력’의 범위, 달리 말하자면 내란을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길에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의 범위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서둘러야 한다. 이 문제에 관한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이혜훈 기획예산처장 지명은 ‘내란세력’의 범위를 최소화하는 안을 제출한 것과 같다.

이 지명을 둘러싼 논쟁이 대통령 결정에 관한 ‘찬반 논란’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치열한 토론을 거쳐 ‘사회적 합의’로 이어져야 하며, 국회 청문회가 ‘토론장’ 구실을 해야 한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이번에는 반민특위의 경험이 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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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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