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시 행정이 깊은 수렁 속에 빠졌다.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시한 전국 지방자치단체 청렴도 조사에서 최하위를 기록하며 사실상 ‘꼴찌’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것도 모자라, 최근 2년 가까이 이어진 인사 비리 의혹의 중심인물과 함께 최경식 남원시장까지 경찰 조사를 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공정과 원칙을 생명으로 삼아야 할 공공기관이 각종 비리 의혹으로 수사선상에 오른다는 사실 자체가 시민들에게는 깊은 모욕이자 배신으로 다가온다. 문제의 핵심은 남원시 인사가 상식과 공정을 철저히 외면해 왔다는 데 있다.
음주 측정을 거부해 현행범으로 체포된 공무원이 불과 두 달 만에 승진 대상이 되고, 경찰 수사를 받는 인사 담당 공무원이 오히려 서기관으로 승진 내정되는 현실을 어느 시민이 납득할 수 있겠는가.
이는 단순한 행정 착오나 판단 미숙의 차원을 넘어, 조직 전반에 뿌리내린 ‘제 식구 챙기가’와 권한 남용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사례다. 특히 인사 비리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던 5급 공무원을 4급 서기관으로 승진 내정한 결정은 ‘인사 참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전국공무원노조 남원시지부가 ‘재기 불능 수준의 인사’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청렴도 평가에서 최하위를 받은 지자체가 최소한의 반성과 자정 노력조차 없이 논란의 당사자를 중용하는 모습은, 스스로 개혁 의지가 없음을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
이번 사태는 단발성 논란이 아니다. 지난해 5월 음주 측정 거부 사건 이후 이어진 승진 취소, 초고속 특별 승진 논란, 그리고 다시 불거진 서기관 승진 내정까지, 남원시 인사를 둘러싼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경찰의 압수수색이 두 차례나 이뤄졌고, 시장실까지 강제 수사의 대상이 됐다. 이는 사안의 중대성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원시의 대응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논란이 커질 때마다 “문제 없다”거나 “부당한 지시는 없었다”는 해명만 반복할 뿐, 시민 눈높이에 맞는 책임 있는 조치는 찾아보기 어렵다. 최경식 시장이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인사권자로서 반복되는 인사 파문에 대해 정치적·도의적 책임까지 외면할 수는 없다. 책임 있는 리더라면 최소한 시민 앞에 고개를 숙이고, 인사 시스템 전반을 점검하겠다는 약속부터 내놓는 것이 상식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인사 비리가 공직사회 전반의 사기를 꺾고 있다는 점이다. 묵묵히 일해 온 다수의 공무원들은 “원칙을 지켜도 소용없다”는 허탈감에 빠지고, 조직에 대한 신뢰는 급속히 붕괴된다. 이는 결국 행정 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간다. 인사 정의가 무너진 조직에서 청렴 행정과 시민 중심 행정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이제 남원시는 더 이상 시간 끌기나 책임 회피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 경찰 수사 결과를 기다리는 소극적 태도를 넘어, 전북자치도 차원의 철저한 진상 조사와 인사 시스템의 전면 개편이 시급하다. 형사 책임과 별개로 행정적 책임을 분명히 묻고, 인사 과정 전반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독립적인 인사 검증 기구 도입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공정한 인사는 지방자치의 근간이다. 그 근간이 무너지면 행정도, 민주주의도 설 자리를 잃는다. 남원시 인사 비리 의혹은 단지 한 도시의 문제가 아니라, 지방 행정 전반에 던지는 경고다. 남원시는 지금이라도 뼈를 깎는 반성과 실질적인 개혁으로 시민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청렴도 최하위’라는 불명예는 물론,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더 혹독한 시민의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아울러 이번 사태를 단순히 특정 인물의 일탈이나 개별 인사의 문제로 축소하려는 시도는 경계해야 한다. 문제는 ‘누가 승진했는가’가 아니라 ‘왜 이런 승진이 가능했는가’다. 반복되는 논란은 남원시 인사 시스템 전반이 특정 권력과 관계, 비공식적 영향력에 취약하다는 점을 드러낸다. 인사위원회가 과연 독립적으로 기능했는지, 내부 견제 장치는 작동했는지, 규정과 원칙이 실제로 지켜졌는지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뒤따라야 한다.
특히 인사권자의 판단이 행정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을 고려하면, 이번 사안은 ‘신뢰의 위기’라는 보다 구조적인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인사는 공직사회의 나침반이다. 그 나침반이 흔들리면 공무원들은 방향을 잃고, 시민들은 행정의 공정성을 의심하게 된다. 남원시가 인사 논란을 방치한 채 ‘법적 판단을 기다리겠다’는 말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시민의 불신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더욱 우려스러운 대목은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꼬리 자르기’로 귀결될 수 있다는 공직사회 안팎의 불안이다. 몸통은 건드리지 못한 채 실무자 선에서 책임을 묻는다면, 이는 또 다른 불공정을 낳을 뿐이다. 전북도 역시 형사 절차와는 별도로 행정적 진상 규명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남원시는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인사 비리 의혹을 ‘과거의 소란’으로 덮고 넘어갈 것인가, 아니면 아픈 상처를 도려내고 행정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을 것인가. 후자를 택하지 않는다면 남원시 행정은 앞으로도 끊임없는 의혹과 불신 속에서 표류할 수밖에 없다. 공정과 청렴을 회복하지 못한 행정은 결국 시민의 외면을 받는다. 남원시는 이 자명한 진리를 직시하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개선과 변화의 의지를 증명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