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공공기관과 체결하는 투자 양해각서(MOU)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에서 ‘종이 약속’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협약 당시에는 대규모 투자와 고용 창출을 약속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경영 여건 악화나 시장 변화 등을 이유로 흐지부지되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전북특별자치도의 투자유치 성과는 분명 눈여겨볼 만하다. 민선 8기 들어 체결된 투자협약 227건 가운데 73%가 실제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전국적으로도 찾아 보기 힘든 이례적인 성과다.
도내에는 현재 이미 투자를 완료해 공장을 가동 중인 기업이 46곳에 달하고, 96곳은 입주 계약이나 건설, 준공 단계에서 정상적으로 투자를 이행 중이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50%대에 머물던 실투자율이 단기간에 크게 상승한 것은 전북자치도가 투자유치를 ‘체결’이 아닌 ‘이행’ 중심으로 관리해 온 결과로 평가된다.
특히 지난해 도입한 투자유치기업 전담관리제는 형식적인 MOU 관행을 넘어 실질적 성과를 만들어내는 핵심 장치로 자리 잡고 있다.
전북도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담관리제는 기업마다 전담 공무원을 지정해 협약 이후부터 준공·가동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밀착 관리하는 방식이다. 분기별 현장 방문과 수시 점검을 통해 투자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인허가·부지·자금 등 현장에서 발생하는 애로를 즉각 해결해 주는 시스템이다.
실제로 환경 인허가 지원, 공장 부지 보조금 연계, 금융 지원 등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지원이 이어지면서 과거와 다르게 기업들의 투자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물론 아직 투자 준비 단계에 머물러 있는 기업도 적지 않다.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둔화와 금융시장 불안, 원자재 가격 변동 등 외부 변수는 기업들의 투자 결정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일수록 행정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단순히 ‘기업 사정’으로 미뤄둘 것이 아니라, 왜 투자가 지연되는지 그 원인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맞춤형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전담관리제가 형식적 점검에 그치지 않고, 투자 철회 가능성까지 사전에 관리하는 ‘조기 경보 장치’로 기능해야 하는 이유다.
아울러 투자협약을 체결한 기업 역시 지역과의 약속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투자유치 과정에서 지방정부의 행정·재정적 지원을 기대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 있는 이행이 뒤따라야 한다. 투자가 실제로 이뤄질 때, 지역 경제는 활력을 얻고, 일자리와 산업 생태계도 함께 성장한다.
전북자치도의 성과는 투자유치 정책의 방향을 분명히 보여준다. 협약 건수 늘리기에 급급한 ‘양적 경쟁’이 아니라, 실투자율을 높이는 ‘질적 관리’가 지역 경제를 살린다는 점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도정 역량을 모두 쏟아부어 미적거리는 투자협약 기업들을 끝까지 설득하고 지원해 실제 투자로 이끌어 내는 일이다. 전북자치도가 보여준 집요한 관리와 현장 중심 행정이 끝까지 이어질 때 MOU는 종잇장이 아닌 지역 성장의 실질적 동력이 되어 도민의 삶에 도움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