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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신영대 의원직 상실이 던진 질문, 정치권이 답하라

신영대 의원의 의원직 상실은 한 개인의 불운이나 캠프 차원의 일탈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무겁고 뼈아픈 사건이다. 대법원이 확정한 ‘여론 조작·경선 조작’ 유죄 판결은 전북 정치가 오랫동안 외면해 온 구조적 병폐를 드러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여론 조작 공천’을 추방하고 특정 정당의 일당 독점이 만들어낸 부패 구조를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신 전 의원 선거캠프 전 사무장이 대포폰을 동원해 여론을 조작하고 금품을 매개로 경선을 왜곡했다는 사실은 ‘경선만 이기면 당선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왜곡된 정치 공식이 어떻게 현실에서 작동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전북 정치에서 더불어민주당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등식이 굳어지면서 본선 경쟁은 사실상 무의미해졌고, 그 자리를 조직 동원과 여론 조작이라는 ‘보이지 않는 전쟁’이 대체해 왔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이를 두고 ‘휴먼 에러’라고 표현했지만, 도민들이 체감해 온 현실은 오랜 기간 방치된 ‘시스템 에러’였다. 35년 가까이 지속된 일당 독점 구조 속에서 공천 과정은 권력을 사고파는 폐쇄적 문턱으로 변질돼 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과거 “특정 지역 공천은 살인마도 당선시킨다”며 2인 선거구제 개편을 촉구한 배경 역시 바로 여기에 있다. 선택지가 봉쇄된 정치에서 유권자의 표는 주권이 아니라 형식으로 전락한다.

숫자는 이 같은 현실을 더욱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전북 기초의원 선거구 136곳 중 74곳, 광역의원 선거구 37곳 중 20곳에서 투표조차 없이 당선자가 결정됐다. 광역의원 당선자 90% 가까이가 특정 정당 소속이라는 사실은 전북 민주주의가 이미 심각한 빈혈 상태에 놓여 있음을 시사한다.

어느 정당을 불문하고 최근 불거진 일부 의원들의 각종 의혹 역시 우연이 아니다. 이는 도덕성의 문제 이전에 구조의 문제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부패하고 그 비용은 고스란히 도민의 몫으로 돌아간다.

중대선거구제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2인 선거구 쪼개기’ 시도나, 특정 지역 권력형 비리에 대한 선택적 침묵 또한 같은 뿌리에서 나온다. 공천 독점 구조를 유지한 채 제도만 손질해서는 문제의 본질을 건드릴 수 없다.

이제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첫째, ‘여론 조작·돈 공천’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불법 공천으로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경우 해당 정당에 국고보조금 삭감과 후보 추천 제한 등 실질적 제재를 가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셋째, 수사 기관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역 정치 전반에 만연한 여론 조작과 권력형 비리를 수사해야 한다.

무엇보다 거대 양당은 기득권 유지를 위한 선거제도 꼼수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다양한 정치 세력이 경쟁할 수 있는 제도적 토양 없이는 민주주의는 다시 같은 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다. 다가오는 6.3 지방선거는 ‘조작된 공천’이 아니라 도민의 ‘살아있는 민심’이 승리하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 신영대 사건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한다. 이제 전북 정치가 응답할 차례다.
  • 글쓴날 : [2026-01-12 15:4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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