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도내에 사업장을 둔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이 완화되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고금리와 경기 둔화라는 이중고 속에서도 전북자치도의 중소기업 금융정책이 현장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단순한 예산 집행을 넘어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동시에 뒷받침하는 정책 설계가 민선 8기 들어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자치도는 민선 8기 출범 이후 중소기업 육성 자금에만 1조1천억 원을 투입했다. 이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집행된 7,895억 원을 크게 상회하는 규모로, 정책 의지의 강도와 방향성을 분명히 보여준다. 창업 초기 기업부터 경영 안정이 필요한 기존 기업, 그리고 벤처·전략산업 분야까지 지원 대상을 폭넓게 설정해 맞춤형 융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온 점이 특징이다.
그 결과 2023년부터 2025년까지 2,400여 개 기업이 8,300억 원이 넘는 정책자금을 지원받으며 경영의 숨통을 틔울 수 있었다. 특히 고금리 장기화 국면에서 정책자금의 ‘실질 금리’를 낮춘 결정은 현장 체감도를 높인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전북도는 올해 정책자금 대출금리를 기존 5%에서 4.35%로 인하하면서도 이차보전율은 유지했다. 이에 따라 창업 및 경쟁력 강화자금의 기업 부담 금리는 2%대 초반으로, 벤처기업 육성자금은 1%대 초반까지 낮아졌다.
이는 단순한 수치상의 조정이 아니라, 매달 이자 상환 부담에 허덕이던 중소기업들에게 실질적인 경영 여력을 제공하는 조치다. 정책금융이 ‘명목 지원’에 그치지 않고 위기 대응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북자치도의 금융정책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역 전략산업과도 유기적으로 연계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의 상용차 생산기지 확정은 전북 산업 구조에 중요한 전환점이지만, 동시에 협력 중소기업들에게는 대규모 설비투자라는 부담을 안겨준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도가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모빌리티 전략산업 특별자금’은 시의적절한 대응이다.
LT2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자동차 부품기업을 대상으로 최대 50억 원까지 시설자금을 지원하고, 장기 상환 구조와 낮은 실질 금리를 적용한 것은 기업의 투자 결정을 촉진하는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거치기간 연장과 긴급 대환자금의 조기 시행 역시 정책의 세밀함을 보여준다. 매출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상환 시기를 늦추고 고금리 대출을 정책자금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한 조치는 단기 유동성 위기를 넘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는 ‘잘 나가는 기업’만을 지원하는 정책이 아니라, 위기에 처한 기업까지 포용하려는 금융 안전망의 성격을 지닌다.
이제 중요한 과제는 이러한 정책이 일회성 성과에 그치지 않도록 지속성과 일관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중소기업은 단기간에 성과가 나타나기보다, 안정적인 자금 흐름 속에서 기술과 인력을 축적하며 성장한다.
전북자치도의 금융정책 역시 연차별 예산 확대를 넘어, 기업 성장 단계별 맞춤 지원과 사후 관리까지 이어져야 한다. 정책자금이 단순한 ‘버팀목’을 넘어, 기업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디딤돌’이 될 때 전북 경제의 체질도 함께 강화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금융지원 정책이 특정 시기나 특정 업종에 국한되지 않고, 전북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정책자금이 단순히 운영자금 보전에 머문다면 단기 처방에 그칠 수밖에 없다.
기술 고도화와 생산성 향상, 시장 다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연구개발, 인력 양성, 판로 개척 정책과 유기적으로 연계될 필요가 있다. 금융지원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축적해 스스로 설 수 있도록 돕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특히 전북이 강점을 가진 농생명, 모빌리티, 재생에너지, 탄소소재 산업 등 전략 분야에서는 금융지원의 방향성을 더욱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정책자금이 전략산업의 성장 단계에 맞춰 설계된다면, 기업은 불확실성을 줄이고 보다 과감한 투자를 단행할 수 있다. 이는 단일 기업의 성장을 넘어 산업 집적과 연관 기업 동반 성장으로 이어져 지역 경제 전반의 파급 효과를 키우는 결과를 낳는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정책금융의 접근성과 형평성이다. 규모가 작고 정보에 취약한 기업일수록 정책자금 접근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금융지원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장 중심의 상담과 안내, 절차 간소화, 신속한 집행이 병행돼야 한다. 아울러 자금 지원 이후의 경영 컨설팅과 성과 관리까지 이어질 때 정책 효과는 배가될 수 있다.
중소기업은 지역경제의 근간이다. 고용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고, 지역 산업 생태계를 지탱하는 핵심 주체다. 전북도의 실효성 있는 금융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된다면, 도내 중소기업들은 위기를 견디는 수준을 넘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렇게 성장한 기업들이 다시 전북 경제를 떠받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갈 때, 이번 정책 성과는 단순한 숫자가 아닌 ‘전북 경제 도약의 출발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지금 전북자치도의 중소기업 금융정책은 ‘위기 대응’이라는 1차 목표를 넘어 ‘성장 기반 구축’이라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갈림길에 서 있다. 민선 8기의 정책 성과가 숫자에 머무르지 않고, 도내 곳곳에서 살아 숨 쉬는 기업 성장의 이야기로 축적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