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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성과 분석 통해 올핸 '실패의 반복' 끊어내야

홍종학 칼럼 / 전 중소벤처부 장관
2026년 새해가 밝은지도 벌써 보름여가 지났다. 매년 이맘때면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자세를 바로잡는다. 헬스장 회원권은 불티나게 팔리고,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는 자기계발서들이 점령한다. 새사람이 될 것 같은 설렘과 의욕이 교차하는 시기다. 그러나 냉정하게 되돌아보자. 우리가 세웠던 작년의 계획, 재작년의 다짐 중 지금껏 살아남은 것은 몇 개인가?

동기부여의 대가이자 미래학자인 다니엘 핑크(Daniel Pink)는 인간이 가진 이 ‘작심삼일’의 구조적 결함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그는 우리가 매번 실패하는 이유가 의지의 부족이 아니라 ‘방법의 부재’에 있다고 말한다. 막연한 희망 사항이 아닌,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기술로서의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그가 제안하는 2026년의 조언은 단순히 개인의 성장을 넘어, 현재 위기론이 대두되는 한국의 투자 시장과 국가 정책 전반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다니엘 핑크는 그의 저서 ‘후회의 재발견’을 통해 후회라는 감정이 가진 생산적인 힘을 강조한다. 그는 새해 계획을 세우기에 앞서 두 가지 단계의 ‘후회 분석’을 제안한다. 첫째, ‘사후 분석(Post-mortem)’: 지난 한 해 동안 가장 후회되는 일은 무엇인가? 우리는 보통 후회를 부정적인 감정으로 치부하고 잊으려 노력한다. 하지만 핑크는 후회를 정면으로 응시하라고 말한다.
내가 내린 잘못된 결정, 게으름으로 놓친 기회들을 목록화하고 그 속에 담긴 교훈을 추출해 실천 계획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둘째, ‘사전 분석(Pre-mortem)’: 올해 연말에 내가 무엇을 가장 후회하게 될 것인가? 이는 미래의 시점에서 현재를 바라보는 기법이다.
“2026년 12월 31일, 나는 왜 또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고 자책하고 있을까?”를 미리 상정해 보는 것이다. 실패의 원인을 미리 시뮬레이션함으로써, 그 함정을 피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어 기제를 오늘부터 구축하라는 뜻이다.
이러한 접근법은 단순히 ‘열심히 살라’는 격언보다 훨씬 실질적이다. 인간은 이득을 얻을 때보다 손실을 회피할 때 더 강력한 동기를 얻기 때문이다.

핑크의 조언을 가장 시급하게 받아들여야 할 곳은 역설적이게도 뜨겁게 달아오른 한국의 주식시장이다. 2026년 초 한국 증시는 작년 저점 대비 100% 상승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지표상으로는 축제 분위기여야 마땅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개인 투자자들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지수는 두 배가 되었는데 내 계좌는 왜 마이너스인가?

이 현상의 핵심에는 ‘도박으로서의 투자’가 자리 잡고 있다. 많은 개인 투자자는 합리적 분석보다는 고위험·고수익을 노린 테마주와 중소형주에 몰입한다. 이는 투자가 아닌,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현실판이나 다름없다. 누군가의 불운이 나의 행운이 되길 바라는 제로섬 게임에 인생을 거는 것이다.

주거 안정 정책, 가계부채 해결책, 부동산 PF 부실 대응 역시 마찬가지다. 규제와 완화를 반복하는 땜질식 처방은 이미 시장에서 신뢰를 잃었다. 정책의 효과가 없었다면 그 방식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설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는데, ‘책임지지 않는 관료주의’는 실패를 인정하기보다 예산의 기계적 집행에만 몰두한다.

새로운 정부나 새해가 시작될 때마다 우리는 화려한 청사진을 목격한다. ‘AI 선도국가’, ‘에너지 혁명’, ‘민생 안정’ 등 구호는 화려하지만 그 알맹이는 늘 비슷하다.

하지만 한국의 정치구조는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국회는 예산안을 심의할 때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는 혈안이 되지만, 이미 집행된 예산이 어떤 성과를 냈는지 따지는 ‘결산’ 과정은 요식 행위로 치부한다.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정책의 실패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이 생략되니, 공무원들은 실패할 것이 뻔한 정책을 이름만 바꿔 다시 올린다. 이것이 바로 아인슈타인이 말한 ‘같은 방식의 반복’이다. 과거를 평가하지 않는 조직은 미래를 설계할 자격이 없다. 2026년의 정부 예산이 2025년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신규 사업 발굴’이 아니라 ‘기존 사업의 철저한 평가에 따른 폐기와 조정’이다.

다니엘 핑크의 조언과 아인슈타인의 경고는 결국 하나의 지점을 향한다. “과거를 정직하게 대면하라”는 것이다. 성실하지만 방법을 몰라 방황하는 청년들에게 2026년은 ‘성실함의 방향’을 재설정하는 해가 되어야 한다.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것이 미덕인 시대는 끝났다. 내가 왜 작년에 좌절했는지, 어떤 유혹에 약했는지를 분석하는 것이 100권의 자기계발서를 읽는 것보다 유익하다.

투자자들에게는 ‘오징어 게임’의 참가자가 아닌, 냉철한 전략가로 거듭나는 결단이 필요하다. 시장이 타오를 때일수록 자신의 투자 원칙을 점검하고, 감정에 휩쓸린 베팅을 멈추는 용기가 수익률보다 중요하다.

정부와 정치권 역시 마찬가지다. 왜 지난 정책들이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대국민 보고서를 먼저 내놓아야 한다. 과거의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조직만이 새로운 시대의 동력을 얻을 수 있다.

2026년의 끝자락에서 우리가 “올해는 정말 달랐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 시작은 화려한 다짐이 아니라, 작년의 초라했던 실패를 가감 없이 기록하는 일기장의 첫 페이지가 될 것이다.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 것, 그것이 가장 위대한 혁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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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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