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가 출범 2주년을 맞아 내놓은 자체 평가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제도 변화’에 머물던 특별자치가 이제는 ‘삶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년은 전북이 특별자치도의 이름에 걸맞은 실험을 시작한 시간이었다면, 이제부터는 그 성과가 도민의 일상 속에서 얼마나 깊이 체감되는지가 관건이다.
출범 2주년을 맞아 열린 도민 보고회에서 제시된 변화의 목록은 단순한 정책 나열이 아니라, 자치권 강화가 지역의 문제 해결 방식 자체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농생명산업 분야다. 남원·진안·고창·익산·장수·순창 등 6개 시군이 농생명산업지구로 지정되면서, 농지전용과 행정 절차에서 오랜 기간 발목을 잡아 온 규제가 완화됐다.
도지사가 직접 마을정비구역을 지정할 수 있게 되면서 행정 속도는 빨라졌고, 농업진흥지역 해제와 농지전용 권한 확대는 지역 실정에 맞는 산업 전환의 길을 열었다. 이는 단순한 규제 완화가 아니라, 농업을 생계형 산업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려는 전북의 방향성을 상징한다.
축산과 방역 분야에서도 자치의 힘은 분명히 드러난다. 전국 최초로 도입된 ‘전북형 공수의 제도’는 민간수의사를 활용해 도축검사와 방역 공백을 줄이며 현장의 신뢰를 높였다. 동물용의약품 시험·검사 지원 역시 관련 산업의 성장 기반을 다지며, 전북을 축산 바이오 산업의 거점으로 키울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는 도민의 먹거리 안전과 직결된 변화라는 점에서 체감도가 높다.
문화·관광 분야는 특별자치가 지역의 매력을 어떻게 확장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도지사 권한으로 문화산업진흥지구를 지정하고 K-문화콘텐츠지원센터 건립을 추진하는 한편, 야간관광명소와 야간관광진흥도시를 통해 체류형 관광의 기반을 넓혔다.
변산해수욕장 방문객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는 정책이 현장 경제로 연결되고 있음을 증명한다. 해양문화유산 국제교류지구 조성 역시 군산과 부안을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해양문화의 중심지로 재정의하고 있다.
금융과 산업 영역에서도 변화는 진행 중이다. 전국 최초의 핀테크육성지구 지정과 한국핀테크지원센터 전북분원 유치는 청년 창업과 금융 인재 양성의 토대를 마련했다. 실용금융교육을 통해 금융이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도민 모두의 생활 기술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전북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장기 전략의 일부다.
건강·복지 분야에서의 성과는 더욱 직접적이다. C형간염 조기 발견과 치료 지원, 감염병 대응 역량 강화, 화재안전취약계층 지원 확대는 ‘보이지 않는 안전망’이 도민의 삶을 어떻게 지탱하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노인·한부모·다문화가정까지 지원 대상을 넓힌 것은 포용적 자치의 방향을 분명히 한다.
경제활력 제고와 수산업 규제 완화, 고용특구 운영 역시 지역 경제의 숨통을 틔우는 변화다. 시험어업 권한 이양으로 생산비를 절감하고, 낚시어선 규제 완화로 이용객을 늘린 사례는 중앙 일괄 규제가 아닌 지역 맞춤형 자치가 얼마나 효율적인지를 잘 보여준다. 새만금 고용특구를 통한 취업 연계와 고용촉진 지원금 역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결국 특별자치도의 성공 여부는 숫자가 아니라 시간 속에서 평가받는다. 도민이 “확실히 달라졌다”고 말할 수 있는 변화가 누적될 때, 전북은 특별자치도의 모범 사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지난 2년이 가능성을 보여준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시간은 그 가능성을 일상의 신뢰로 바꾸는 과정이 될 것이다. 전북특별자치도의 다음 2년이 더욱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만 특별자치의 성과를 일회성 보고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성찰과 점검도 병행돼야 한다. 특례 확대가 곧바로 체감으로 이어지지 않는 영역에 대해서는 원인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제도의 보완과 운영 방식의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일부 특례가 행정과 정책 담당자 중심의 성과로 인식되지 않도록, 도민 참여와 소통 구조를 제도적으로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 설계 단계부터 반영될 때 특별자치는 비로소 ‘도민의 자치’로 완성된다.
아울러 전북자치도의 강점은 단일 산업이 아니라 농생명·문화관광·에너지·금융·환경이 서로 연결되는 융합 구조에 있다. 농생명산업은 관광과 결합해 체험·치유 산업으로 확장될 수 있고, 환경·산림 특례는 탄소중립과 기후 대응이라는 국가적 과제와 맞물려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연계 전략이 강화될수록 전북의 특례는 개별 정책을 넘어 하나의 지역 브랜드로 자리 잡을 것이다.
이제 전북특별자치도가 고민해야 할 과제는 ‘다음 단계’다. 앞으로는 돌봄·주거·교통·교육 등 생활 밀착형 분야에서의 추가 특례 발굴이 필요하다. 예컨대 농촌형 공공돌봄, 청년·고령자 맞춤형 주거 특례, 산간·도서 지역 교통 규제 완화 등은 도민 체감도를 한층 끌어올릴 수 있다. 또한 시군별 특례 성과가 지역 간 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광역 차원의 조정과 연계 전략도 중요하다. 특례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강점과 약점은 그 원인을 잘 분석해 대처해야 한다.
특별자치도는 제도의 이름이 아니라, 선택의 권한이다. 전북이 지난 2년간 보여준 변화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을 때 지역은 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했다. 앞으로의 과제는 분명하다. 더 과감한 특례, 더 촘촘한 생활 정책으로 자치의 성과를 도민의 일상 속에 깊이 새기는 것이다. 특별자치 3년 차를 향한 전북의 다음 발걸음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