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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반도체클러스터 논쟁, 해답은 분산에 있다

김관춘 칼럼 / 주필
다시 한번 강조컨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둘러싼 논쟁은 ‘이전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핵심은 국가 전략산업을 어디에, 어떤 조건에서 배치해야 지속가능하냐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용수 문제를 점검하고, 전북과 새만금에 반도체와 첨단산업 유치를 지원하는 특별위원회 구성을 결정한 것은 이 논쟁이 지역 이기주의를 넘어 국가적 과제로 격상됐음을 의미한다.

전북에서 제기된 문제의식이 중앙당 차원의 공론으로 확장됐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구조적 리스크는 이미 수차례 지적돼 왔다. 국회입법조사처와 다수 전문가들은 수도권에 초대형 반도체 단지를 집적하는 방식이 전력과 용수, 환경 부담 측면에서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반도체 산업은 전력 다소비 산업이며, 특히 첨단 공정으로 갈수록 안정적이고 대규모 전력 공급이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수도권은 이미 전력 자급 능력을 상실한 지 오래고, 용수 확보 역시 갈수록 불확실해지고 있다. 문제는 이 리스크가 단기적 보완으로 해결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다. 결국 지방으로의 분산 배치 외에는 근본적 해법이 없다.

중요한 사실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되돌릴 수 없는 사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SK의 일부 공정을 제외하면 전체 사업의 90% 이상이 여전히 계획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는 곧, 입지 재배치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시점이라는 뜻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시장 회복 국면에서 조속한 양산 체제 가동이 절실하지만, 용인에서는 전력과 용수 문제로 일정 자체가 불투명하다. 반대로 전북과 새만금은 비교우위가 분명하다. 대규모 전력 공급이 가능하고, 즉시 착공할 수 있는 넓은 부지를 확보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와 연계한 안정적 에너지 전환 모델을 구현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세제·행정 지원, 주거와 정주 환경까지 포함한 종합 패키지를 제시한다면, 기업 입장에서 새만금은 ‘대안’이 아니라 ‘합리적 선택지’가 된다.

이 논의가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단순히 용인의 문제를 전북이 대신 떠안겠다는 논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전북의 첨단산업 유치는 용인 반도체 리스크의 반사이익이 아니라, 전북이 가진 고유한 경쟁력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 상징적 과제가 바로 남부권 반도체 벨트에 전주를 포함시키는 일이다. 현재 정부 구상에서 전북이 배제된 것은 명백한 정책적 공백이다. 남부권 반도체 벨트가 실질적인 지역균형발전 전략이 되려면 ‘전주–광주–부산–구미’로 이어지는 4극 체제로 재설계돼야 한다.

전북, 특히 전주는 전력반도체 산업의 조건을 이미 갖추고 있다. 전력반도체는 피지컬 AI 시대의 핵심 부품이며, 그 핵심 소재인 탄소(SiC) 산업은 이미 전주에 집적돼 있다. 상용차, 농기계, 배터리, 로봇 등 전력반도체의 주요 수요 산업 역시 전북에 밀집해 있다.

부산이 전력반도체 거점으로 기능한다면, 전주는 후공정과 양산 체제를 담당하고 이를 피지컬 AI 실증단지와 연계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이는 산업 논리와 공간 전략 모두에서 합리적인 분업 구조다.

결국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구조적 리스크는 특정 지역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문제다. 이를 해결하는 것은 집권 여당의 책임이며, 동시에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적 과제와 맞닿아 있다.
전북과 새만금은 이 위기를 에너지 전환과 산업 분산을 통해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출발선에 서 있다. 반도체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국가 균형발전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길, 그 비교우위는 이제 분명히 새만금을 가리키고 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짚어야 할 점은,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국제 환경 변화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각국은 반도체를 더 이상 개별 기업의 투자 판단에만 맡기지 않는다. 에너지와 물, 인력, 물류, 안보까지 아우르는 ‘국가 차원의 입지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수도권 과밀에 기반한 기존 산업 배치 모델은 이러한 흐름과도 맞지 않는다. 반면 새만금은 항만·공항·철도를 연계한 트라이포트 구축이 가능하고, 재생에너지 기반의 RE100 대응 역시 용이해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요구하는 새로운 기준에 부합한다.

또한 새만금 이전 논의는 단순히 반도체 한 산업의 이전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 구조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메모리 중심에서 시스템·전력반도체로, 수도권 집중에서 권역별 기능 분담으로, 화석연료 의존에서 에너지 전환 기반 산업으로 이동하는 전략적 계기가 되는 것이다.

전북이 제시하는 새만금 모델은 생산기지 이전에 그치지 않고 연구·실증·양산이 결합된 완결형 생태계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기존 지방 이전 정책과도 결이 다르다. 정주 여건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요소다.

수도권의 주거 비용과 삶의 질 문제는 이미 기업 경쟁력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새만금과 전북은 상대적으로 낮은 주거 비용과 쾌적한 환경, 충분한 공간을 바탕으로 계획 단계부터 ‘사람 중심의 산업도시’를 설계할 수 있다. 이는 단기적 비용 절감이 아니라, 장기적 인력 확보와 산업 지속성 측면에서 분명한 비교우위다.

이제 필요한 것은 결단이다. 반도체의 미래를 수도권의 한계에 가둘 것인가, 아니면 새만금이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대한민국 산업의 다음 30년을 설계할 것인가. 답은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 글쓴날 : [2026-01-15 13:3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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