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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답을 찾는 전북형 친기업 행정

김관춘 칼럼 / 주필
전북자치도가 역점적으로 추진해 온 ‘1기업-1공무원 전담제’가 단순한 기업 지원 정책을 넘어, 행정과 기업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제도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 행정이 기업 위에 존재하며 규제와 허가의 주체로 인식됐다면, 이 전담제는 공무원이 먼저 현장을 찾아가 기업의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는 동반자 모델을 정착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제도 출범 3년여 만에 누적 애로사항 5,641건 접수, 실질 해소율 78.2%라는 수치는 전북형 친기업 행정이 결코 구호에 그치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이 제도의 핵심 경쟁력은 ‘상시성’과 ‘현장성’이다. 전북도와 14개 시군이 도내 2,797개 기업과 전담 공무원을 1대1로 매칭해 월 1회 현장 방문, 주 1회 유선 소통을 원칙으로 삼은 것은 행정의 리듬을 기업의 호흡에 맞춘 과감한 전환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민원이 생길 때마다 담당 부서를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되고, 공무원 입장에서는 기업 경영 전반을 이해한 상태에서 보다 정교한 행정 지원이 가능해졌다. 인력, 환경·안전, 판로, 자금 등 애로 유형이 고르게 분포돼 있다는 점은 기업의 어려움이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복합적으로 얽혀 있음을 보여주며, 그만큼 전담 공무원의 역할이 단순 중계가 아닌 종합 코디네이터로 확장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해소율이 해마다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2023년 54.6%에서 2024년 61.5%, 2025년 73.4%로 꾸준히 높아진 것은 제도가 안정화되며 기업과 행정 간 신뢰가 축적된 결과다.

특히 시군 단위로 제도가 확산되면서 교통 안전시설 설치나 환경 정비, 단순 제도 문의 같은 생활 밀착형 애로가 늘어난 현상은, 기업들이 행정의 문턱을 낮게 느끼기 시작했다는 긍정적 신호다. 이는 통계상의 성과를 넘어, 기업 생태계 전반에 신뢰 자본이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성과 사례들은 전담제가 왜 필요한지를 더욱 분명하게 보여준다. 새만금산단에서 전력 수급 문제로 공장 가동을 걱정하던 기업이 전담 공무원의 끈질긴 협의로 정상적인 전력 공급 방안을 마련했고, 원료 수급에 어려움을 겪던 기업은 도내 농가와의 계약재배로 경영 안정과 지역 상생을 동시에 이뤘다.

해외 이전을 검토하던 기업이 행정의 신속한 용도 변경과 밀착 지원으로 도내 투자를 결정한 사례는, 이 제도가 투자 유치의 결정적 변수로 작동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시군 차원에서도 폐수 처리시설 설치, 산업단지 주차난 해소, 인허가 지연 문제 해결 등 현장 맞춤형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제도가 ‘특정 시기 성과 사업’으로 소비되지 않도록 제도적 내구성을 높이는 일이다. 민선 8기의 대표 정책으로 자리 잡은 만큼, 향후 행정 환경 변화나 인사 이동 속에서도 일관되게 작동할 수 있는 표준 매뉴얼과 운영 원칙을 정립해야 한다.

전담 공무원이 바뀌더라도 기업과의 관계, 누적된 애로사항, 해결 과정이 단절되지 않도록 기록 관리와 인수인계 체계를 더욱 촘촘히 구축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업 규모와 성장 단계에 따라 지원 방식에 차등을 두는 세분화 전략도 요구된다. 초기 창업기업과 중견·중소기업, 대기업 투자 유치 대상 기업의 애로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아울러 1기업-1공무원 전담제를 지역 인재 육성, 산학연 협력, 금융 지원 정책과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시도도 필요하다. 기업 현장에서 수집되는 인력 수요와 기술 과제를 대학, 연구기관, 금융기관과 연결한다면 단순 애로 해소를 넘어 지역 산업 생태계 전반을 업그레이드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전담제가 ‘문제 해결 창구’에서 ‘성장 동반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하는 이유다.

전북자치도가 이 제도를 통해 쌓아 온 현장 행정의 경험과 신뢰를 보다 큰 정책 혁신으로 확장해 나갈 때, 전북형 친기업 행정은 전국 지방정부의 모범 사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이제 과제는 이 성과를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확장하느냐다. 우선 전담 공무원의 전문성과 권한을 함께 강화할 필요가 있다. 기업 애로가 고도화될수록 단순 전달자로는 한계가 있다. 산업별 이해, 재정·법제에 대한 기본 역량을 체계적으로 높이고, 부서 간 협업을 이끌 수 있는 조정 권한을 실질적으로 부여해야 한다.

이어,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애로사항을 정책으로 환류하는 구조를 더 정교화해야 한다. 인력난, 환경 규제, 판로 문제처럼 구조적 성격을 띤 과제는 개별 해결을 넘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기업 체감도가 높아진다.

그리고 전담제의 성과를 데이터로 축적·분석해 선제 행정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는 행정’에서 나아가,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예방하는 행정’으로 진화할 때 이 제도의 가치는 배가된다.
끝으로, 전담 공무원에 대한 조직 내부의 평가와 보상 체계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현장 행정의 성과가 공무원의 경력과 동기 부여로 연결될 때 제도는 형식이 아닌 문화로 뿌리내릴 수 있다.

‘1기업-1공무원 전담제’는 행정이 기업을 살피는 방식을 바꾼 실험이자,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가장 실질적인 경제 정책 중 하나다. 공무원이 먼저 찾아가 작은 불편부터 경영의 큰 방향까지 함께 고민하는 이 전북형 모델이 더욱 고도화될 때, 전북은 기업이 머무르고 투자하고 싶은 지역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 글쓴날 : [2026-01-21 14: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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