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전주 함께 복지 시리즈’, 도시의 온도를 높이다

시민 참여로 완성한 생활복지, 전국 모델로 주목

각자도생의 시대라고 하지만, 전주시는 ‘함께’라는 단어에서 복지의 방향성을 찾았다. 라면 한 봉지에서 출발한 작은 나눔은 시민 참여를 바탕으로 골목과 마을로 확산되며, 세대 돌봄과 지역경제 지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주함께라면’을 시작으로 함께힘!피자, 함께미소, 함께주방, 함께장터, 함께라서로 확장된 전주 함께 복지 시리즈는 누구나 일상 속에서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복지를 구현해 왔다. 이 ‘함께’의 여정을 따라가며, 시민의 작은 실천이 어떻게 생활 속 복지로 연결되고 있는지 살펴본다. / 편집자 주

▲ 라면 한 봉지에서 시작된 시민 참여형 복지
라면 한 봉지에서 시작된 작은 나눔은 이제 전주시를 대표하는 시민 참여형 복지 모델로 자리 잡았다.

‘전주 함께 복지 시리즈’는 행정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복지 공백을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보완하며, 새로운 도시형 복지 생태계를 구축했다. 복지의 주체를 행정에서 시민으로 확장한 혁신적 모델로 평가받으며, 2025년 전북특별자치도 시·군 우수정책 평가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전주시는 혼자 사는 중장년과 은둔형 위기가구, 갑작스러운 실직이나 질병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정 등 제도권 밖에서 발생하는 복지 사각지대에 주목했다. 기존 복지 제도만으로는 이들의 위기 상황을 신속하게 발견하고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 아래,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는 복지 공간을 도심 곳곳에 조성했다.

그 출발점이 바로 ‘전주함께라면’이다. 복지관과 청소년시설 안에 라면 나눔 공간을 마련해, 누군가는 자발적으로 라면을 채워두고 도움이 필요한 이웃은 부담 없이 그 라면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별도의 신청이나 심사 절차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 나눔의 문턱을 낮추고 참여와 이용이 시민의 일상이 되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함께라면’의 핵심은 순환과 연결이다. 기부된 라면 한 봉지는 생활이 어려운 이웃의 한 끼가 되고, 반복적인 이용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관계가 형성된다. 이 과정에서 생활 실태가 파악되고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위기 징후가 확인되면 상담을 통해 맞춤형 복지 지원으로 연계된다. 단순한 음식 나눔을 넘어, 위기를 조기에 발견하고 행정 서비스로 연결하는 생활 밀착형 복지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

‘함께라면’은 2024년 6개 복지관에서 시작해, 2025년 청소년시설 2곳이 추가됐다. 이후 커피와 책을 더한 복합 복지공간 ‘함께라떼’로 발전하면서 현재 함께라면 8개소, 함께라떼 6개소가 운영 중이다.

성과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12월 기준 ‘함께라면’ 누적 이용자는 7만 2천여 명, ‘함께라떼’ 이용자는 3만 5천여 명에 이른다. 두 공간을 통해 이어진 후원은 총 1,022회로 라면과 커피, 즉석밥 등 물품과 성금을 합쳐 약 2억 원 규모다. 이를 통해 211건의 위기가구가 발굴돼 맞춤형 복지 지원으로 연결됐다.

▲ 세대와 지역을 잇는 ‘함께’의 확장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전주함께라면’의 운영 방식은 이후 ‘전주 함께 시리즈’ 확장의 토대가 됐다.

일상 공간에서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는 접근 방식은 세대 돌봄과 지역경제 영역으로까지 확장되며, 복지의 범위를 넓히는 동시에 단절됐던 도시 공동체를 다시 잇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전주 함께 복지 시리즈’의 세 번째 나눔사업인 ‘함께힘!피자’는 세대를 잇는 복지 모델이다. 후원금으로 마련한 재료를 활용해 시니어클럽 어르신들이 직접 만든 간식을 아동·청소년 시설에 전달하는 구조로, 어르신에게는 양질의 일자리와 사회참여 기회를, 아이들에게는 따뜻한 먹거리를 제공한다. 지난해 12월에는 확대 협약을 통해 나눔 대상을 청년 계층으로까지 넓혀, 전주형 사회주택 등 청년거주시설에 입주한 청년들에게 생필품과 영양 간식을 지원하며 초기 정착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함께미(米)소(笑)’는 독거노인의 안정적인 식생활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정부 민생소비쿠폰 사용 금액의 10%를 기부로 연결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취약계층 지원을 동시에 도모하는 방식이다. 지난 한 해 동안 794건의 후원이 이어지며 약 2억 3천만 원 규모의 성금과 기부 물품이 모였고, 이는 돌봄이 필요한 독거노인에게 백미와 누룽지, 식료품 등의 형태로 전달됐다.

공유경제의 개념을 복지 영역으로 확장한 ‘함께주방’은 사전 신청을 통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유 조리 공간이다. 시민 제안으로 시작된 이 사업은 노송동 천사마을과 전주푸드 효천점에 이어 최근 전주시 자원봉사센터에 3호점을 추가로 조성하며 운영 거점을 확대했다. 요리와 나눔을 매개로 시민 교류를 활성화하고 지역 공동체 형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함께장터’는 상생의 문화를 지역경제 회복으로 연결한 전주형 착한 소비 운동이다. 기업·시민·공공기관·소상공인이 함께 참여해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이용을 장려하는 구조로, 골목상권·전통시장·노동자 기(氣) 살리기 3가지 방식으로 추진된다. 특히 지난해 9월부터 진행된 ‘산단 노동자 아침 식사 지원 사업’은 큰 호응을 얻으며, 13회에 걸쳐 846개 업체, 4,325명의 노동자에게 든든한 아침 식사를 제공했다.

전주 함께 복지 시리즈는 책을 매개로 한 새로운 영역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선보인 ‘함께라서(書)’는 시민과 기업, 지역 서점이 참여해 책을 기부하고 나누는 문화복지 모델이다.

기증 도서는 독서 소외계층과 시민에게 전달되며, 읽은 책을 다시 공유하는 구조를 통해 일상 속 나눔 문화 확산에 초점을 맞췄다. 단순한 물질적 지원을 넘어 독서 경험과 정서적 위로, 학습 기회를 함께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라면에서 책까지, ‘함께’가 만든 생활 속 복지
라면 한 봉지에서 책 한 권까지, ‘전주 함께 복지 시리즈’가 걸어온 길은 복지의 범위와 방식을 새롭게 정립해 왔다. 시민의 자발적 참여와 지역 자원을 연결해, 도움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누구나 자연스럽게 나눔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했다.

‘전주 함께 복지 시리즈’는 단순한 물적 지원을 넘어 관계를 만들고, 세대를 잇고, 공동체를 회복하는 데 의미가 있다. ‘함께라면’과 ‘함께라떼’는 위기가구를 조기에 발견하는 생활 밀착형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함께힘!피자’와 ‘함께미소’는 세대 돌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이끌고 있다. ‘함께주방’과 ‘함께장터’는 시민 참여와 상생 소비 문화를 확산시키며, 지역 공동체의 연결을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함께라서’가 더해지면서 전주의 복지는 생존 지원을 넘어 정서적 안정과 문화 향유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행정이 모든 위기를 사전에 파악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전주 함께 복지 시리즈는 시민과 일상 공간, 민간 자원을 촘촘히 연결해 ‘발견-연결-지원’으로 이어지는 생활 기반 복지 체계를 형성해 왔다. 이러한 운영 성과를 바탕으로 현재까지 45개 지자체와 기관이 ‘함께라면’ 모델을 벤치마킹하는 등 전국적 확산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전주시는 올해부터 고립 위기가구 발굴과 사례 관리 기능을 한층 강화한 함께 시리즈를 재설계하고, 종합사회복지관과 행정복지센터와의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위기가구 상시 발굴 체계를 구축하고, 발굴 이후에는 지속적인 사례 관리와 민관 자원 연계를 통해 보다 촘촘한 통합 복지 체계를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함께 시리즈’를 통해 위기가구를 조기에 발굴하고, 필요한 지원까지 연결하는 통합 복지 체계를 강화해 나가겠다”라며, “누구나 주변의 어려움을 발견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전주형 복지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장정철 기자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