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오래된 이야기 모음집 『판차탄트라』는 단순한 동화집이 아니다. 동물이 말을 하고, 인간의 욕망과 계산, 우정과 배신이 얽히는 이 우화들은 2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세대를 건너 전해지며 인간 사회의 본질을 비추는 거울 역할을 해왔다. 어린이를 위한 교훈서로 분류되기 쉽지만, 이 고전이 품고 있는 질문은 오히려 어른들에게 더 깊은 울림을 남긴다.
『판차탄트라』는 ‘다섯’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판차’와 지혜의 확장과 방법을 의미하는 ‘탄트라’가 결합된 이름이다. 말 그대로 ‘다섯 묶음의 지혜로운 이야기들’이다. 전승에 따르면 이 이야기는 브라만 학자 비슈누샤르마가 왕의 세 아들에게 세상의 이치를 가르치기 위해 들려준 우화에서 시작되었다. 학문적 교훈이나 추상적 윤리가 아니라, 흥미로운 이야기와 반전을 통해 삶의 판단력을 키우는 방식이었다.
이 책이 오랜 세월 살아남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야기 속에는 친구를 배신하지 않는 의리, 뜻밖의 관계에서 피어나는 우정, 전쟁과 갈등이 남기는 교훈, 이익과 손해의 경계, 그리고 경솔함이 부르는 실수들이 담겨 있다. 다섯 개의 큰 이야기보따리는 서로 액자처럼 연결되며, 독자를 자연스럽게 다음 이야기로 이끈다. 한 편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느새 또 다른 이야기 속에 들어가 있는 구조다.
이번에 출간되는 『판차탄트라』는 산스크리트어 원본의 흐름을 바탕으로 하되, 현대 독자들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새롭게 편역한 장편이다. 대화체를 중심으로 각 이야기를 독립된 장으로 재구성했고, 고어와 장황한 호칭, 지나치게 낯선 이름들은 과감히 덜어냈다. 그렇다고 해서 원전이 담고 있는 지혜의 핵심을 훼손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오늘의 언어로 다시 옮겨오면서, 이 우화들이 여전히 현재형의 질문을 던지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판차탄트라』의 지혜는 도덕 교과서처럼 단선적이지 않다. 약삭빠름과 영리함, 기민함과 교활함, 슬기로움과 간계는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같은 행동도 누군가에게는 지혜로, 다른 누군가에게는 술책으로 읽힌다. 이 책은 독자에게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판단의 몫을 남겨둔다. 그래서 읽는 이의 삶의 자리와 경험에 따라 이야기는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흥미로운 점은 『판차탄트라』가 특정 문화권에만 머물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 이야기는 중동과 유럽으로 전해지며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고, 이솝 우화를 비롯한 서양의 우화 전통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전래동화와 민담 속에서도 판차탄트라와 닮은 구조와 서사를 발견할 수 있다. 꾀 많은 원숭이와 아둔한 악어의 이야기가 판소리 「별주부전」을 떠올리게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 책은 어린이를 위한 동화라기보다, 어른을 위한 우화집에 가깝다. 삶의 선택 앞에서 망설일 때, 관계의 계산과 신뢰 사이에서 갈등할 때, 이 오래된 이야기들은 묵직하지 않게 그러나 가볍지도 않게 질문을 던진다. 웃으며 읽다가도 문득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판차탄트라』는 2천 년 전의 이야기이지만, 오늘의 세상과 낯설지 않다. 권모술수와 이해관계가 얽힌 인간사의 풍경은 시대를 가리지 않는다. 이 책이 여전히 읽히는 이유는, 바로 그 오래됨 속에 지금의 삶을 비추는 지혜가 살아 있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먼저 읽고, 다시 아이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동화. 『판차탄트라』는 그렇게 세대를 잇는 이야기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