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전북특별자치도당의 예비후보 자격심사 결과가 던진 파장은 결코 가볍지 않다. ‘정밀심사’ 대상에 오른 기초단체장급 출마 예정자가 17명에 달한다는 사실은 전북 정치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특정 정당의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지는 지역 정치 구조 속에서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 검증은 선택이 아니라 유권자에게 올바른 선택권을 보장하는 민주주의의 최소한의 전제다. 그럼에도 이번 심사 결과가 비공개로 처리되면서 투명성 논란까지 더해진 것은 유권자 신뢰를 스스로 허무는 자충수에 가깝다.
정밀심사 대상자들은 투기성 다주택, 상습 탈당, 당론 위반 경력 등 ‘부적격’ 항목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특히 부동산 투기 의혹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사안의 심각성이 크다. 부동산 투기는 단순한 개인 자산 관리 문제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신뢰와 공정성을 훼손하는 행위다.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 보유자와 투기 행태에 대해 연이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내놓은 배경 역시 여기에 있다. 지방자치를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지역 주민의 삶을 왜곡시키는 투기 행태와 연루됐다면 이는 공직 후보로서의 자격 자체를 근본적으로 의심받아 마땅하다.
더욱 우려스러운 대목은 자격심사 결과의 비공개 원칙이다. 정당의 내부 절차라 하더라도, 사실상 공적 권력의 출발점이 되는 공천 과정은 공공성을 띤다. 유권자에게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후보자의 도덕성, 법적 문제, 당규 위반 이력 등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가 공개되어야 한다.
비공개 뒤에 숨는 순간, 정당은 스스로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구조를 사유화하는 것과 다름없다. 완주군수 출마 예정자가 정밀심사 대상임을 스스로 공개한 사례는 오히려 정당이 보여야 할 최소한의 정치적 책임성과 투명성이 무엇인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민주당 공천룰에 따르면 투기성 다주택자는 예외 없는 부적격 대상이며, 상습 탈당, 정치자금법 위반, 교제폭력 등도 새롭게 부적격 항목으로 추가됐다. 이는 당이 과거의 관행적 공천, 계파 논리, 조직 동원 중심의 후보 선출에서 벗어나겠다는 선언이다.
그러나 제도는 운영되는 방식에 따라 공허한 선언이 될 수도 있고, 정치 문화의 혁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예외 적용이 남발되고 정치적 고려가 개입된다면, 공천 기준은 곧 정치적 흥정의 도구로 전락할 것이다. 특히 상습 탈당과 같은 정치적 책임성 문제는 지역 유권자에 대한 배신과 다름없다는 점에서 더욱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
전북 정치의 고질적 문제는 ‘경쟁 없는 경쟁’이다. 특정 정당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지는 구조 속에서 과거 후보 검증은 형식적 절차로 전락했고, 유권자의 선택권은 사실상 제한받아 왔다. 이러한 구조가 유지되는 한, 정당 내부 공천 과정이 사실상의 선거가 되고 그 공정성과 투명성이 민주주의의 질을 좌우한다. 지금 전북 정치가 마주한 과제는 공천 권력의 폐쇄성을 깨고 유권자에게 정보와 선택권을 돌려주는 것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