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자치도가 ‘벤처 불모지’라는 오래된 굴레를 벗고 ‘하이퍼 창업도시’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수도권 일극 체제 속에서 자본과 인재의 역외 유출을 숙명처럼 감내해 온 전북이 이제는 정면 돌파를 선택한 것이다.
2030년까지 유니콘 1개, 2029년까지 상장사 10개, 2028년까지 TIPS 100개를 육성하겠다는 ‘1·10·100’ 목표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비수도권 최대 규모인 벤처펀드 1조 원 시대를 연 자신감 위에서 나온 구체적 이정표다.
그동안 지역 창업 정책은 보조금 지원에 머무르기 일쑤였다. 그러나 전북은 민간 자본을 활용한 직접 투자, 회수 수익의 재투자라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며 ‘투자-회수-재투자’의 생태계를 설계했다. 자본의 뿌리를 지역에 내리게 하는 구조적 전환 없이는 창업도, 혁신도 공허하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다.
이번 비전의 핵심은 ‘초공간·초연결·초가속’이라는 세 축이다. ‘초공간’은 전북 전역을 하나의 유기적 창업 네트워크로 묶는 전략이다. 2028년까지 350억 규모의 스타트업 파크를 조성하고 전주에서 익산·군산으로 이어지는 키움 공간을 권역별 거점으로 확장한다.
여기에 14개 시군 지원 플랫폼을 통합하는 AI 기반 맞춤형 창업지원 서비스가 가동되면, 자본·공간·컨설팅이 실시간으로 매칭되는 지능형 인프라가 구축된다. 창업자가 ‘어디에 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하느냐’로 승부하는 토대가 마련되는 셈이다.
‘초연결’은 전북의 경계를 세계로 확장한다. 글로벌창업이민센터를 발판으로 해외 유망 스타트업과 창업 인재를 유입하고 정착 지원금과 사업화 자금, TIPS 연계로 안착을 돕겠다는 구상이다. 2027년 글로벌 스타트업 센터 구축까지 현실화된다면 전북은 더 이상 변방이 아닌 글로벌 창업 지형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초가속’은 성장의 단절을 막는 안전망이다. 전북형 TIPS 트랙, 피지컬 AI 특화 프로그램, 대·중견기업과의 동반성장 경로는 기술 창업의 스케일업을 촉진할 것이다. AFTER TIPS 펀드로 자금 공백을 메우고 공공실증부터 혁신제품 지정·공공구매까지 이어지는 하이패스 체계는 초기 기업의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춘다. 여기에 5천억 규모의 ‘유니콘 엔진 펀드’와 우수 VC에 대한 펀드결성 프리패스 제도는 투자 생태계의 질적 도약을 견인할 장치다.
물론 숫자 목표만으로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관건은 실행력과 속도, 민간의 신뢰다. 행정은 페이스메이커가 되되, 주인공은 기업과 창업가여야 한다. 규제 혁신, 실패에 대한 관용, 지역 대학·연구기관과의 긴밀한 연계가 병행될 때 비로소 ‘하이퍼’라는 수식어는 현실이 된다.
전북에서 시작한 이 아이디어가 세계 시장을 뒤흔드는 유니콘으로 성장하고 청년들이 더 이상 수도권으로 떠나지 않아도 되는 구조가 자리 잡을 때 도민은 변화를 체감할 것이다. ‘창업 천국 전북’은 먼 미래의 구호가 아니라, 오늘의 과감한 투자와 치밀한 실행에서 시작된다. 전북이 멈추지 않는 도전으로 대한민국 창업 지도를 다시 그리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