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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현대차 새만금 투자, 전북 청년 고용으로 증명하라

지난달 27일 현대자동차가 새만금에 9조 원 규모 투자를 약속하며 전북은 다시한번 거대한 기대의 한복판에 섰다.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MOU 체결식은 “전북 역사상 최대 단일 기업 투자”, “새만금 35년 만의 전환점”이라는 수식어를 낳았다.

그러나 환호 뒤편에는 익숙한 질문이 따라붙는다. 과거 대형 투자 약속이 좌초된 기억 속에서 “이번에도 약속어음으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불안과 경계심이다. 환영과 불신이 공존하는 전북 도민의 이러한 정서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전북은 매년 7~8천 명, 많게는 1만 명에 가까운 청년이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난다. 지역에 남아 삶을 걸 만한 고임금·고숙련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투자의 성패는 공장 규모나 설비 금액이 아니라, 청년의 월급과 경력으로 얼마나 이어지느냐에 달려 있다.

AI·데이터센터·로봇·수소 산업은 본질적으로 전기 소비량은 엄청난데 비해, 사람을 덜 쓰는 산업이라는 비판이 뒤따른다. 데이터센터는 많은 전기를 필요로 하고, 로봇은 사람의 자리를 대신한다는 지적이다. 이 문제 제기를 가볍게 넘긴다면 거대한 건물과 설비만 남고 지역 고용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관건은 설계다. 현대차가 제시한 AI 데이터센터, 로봇 제조·부품 클러스터, 수전해 플랜트, 태양광, AI 수소 시티 구상은 하나의 밸류체인이다. 이를 ‘로봇만 일하는 단지’가 아니라 ‘로봇과 사람, AI와 청년이 함께 일하는 산업단지’로 재구성해야 한다.

설계·운영·유지보수·안전관리 인력, AI 개발·연구·서비스 인력, 그리고 지역 부품·장비·서비스 기업까지 포함하는 고용 생태계를 촘촘히 짜야 한다. 대기업 단일 공장에 기대는 구조가 아니라, 협력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뿌리내리는 다층적 산업 구조로 확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전북 청년·지역 인재 우선 채용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공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둘째, 도내 대학·특성화고·폴리텍과 연계한 로봇·수소·AI 특화 인력 양성 및 채용 트랙을 투자 초기 단계부터 설계해야 한다. 셋째, 완주 수소특화 산단과 현대차 전주공장, 새만금을 잇는 첨단 제조 벨트를 구축해 고임금·고숙련 일자리가 도내에서 순환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투자 이행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단계별 고용 효과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단순한 착공식과 준공식에 그칠 것이 아니라, 채용 인원·지역 인재 비율·협력업체 참여 규모 등을 도민에게 보고하는 책임 구조를 세워야 한다. 그래야만 기대와 불신 사이의 간극을 좁히고, 이번 투자가 선언이 아닌 실질적 변화임을 증명할 수 있다.

대통령이 가져온 ‘미래의 현찰’을 도민이 체감하는 ‘진짜 현찰’로 바꾸는 일은 이제 전북 정치권과 행정의 몫이다. 이번 투자가 사람을 덜 쓰는 설비 투자가 아니라, 전북 청년의 월급명세서와 이력서에 남는 투자로 완성될 때 비로소 새만금은 전환점이 된다. 9조 원의 숫자가 아니라, 청년이 떠나지 않는 전북이라는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 글쓴날 : [2026-03-03 13: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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