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한국을 향해 호르무즈 해협 군사작전 참여를 압박하고 있다. 그는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한국에 4만5000명의 병력을 두고 있다”며 한국이 작전에 동참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러나 이 말부터 사실과 다르다. 실제 주한미군 규모는 약 2만8500명이다. 숫자조차 정확하지 않은 발언에서 동맹을 바라보는 미국의 인식이 얼마나 거칠고 단순한지 드러난다.
트럼프 대통령의 논리는 간단하다. 미국이 동맹국을 지켜주고 있으니 이제는 동맹국들이 미국을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주장에는 중요한 전제가 빠져 있다. 지금 중동의 긴장을 극단으로 끌어올린 것은 바로 미국의 군사행동이었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이란을 기습 공격했고 벙커에 숨어 있던 이란 지도부를 공습으로 제거했다. 선전포고도 없는 공격이었다. 주권 국가의 지도자를 군사력으로 제거하는 방식은 국제 질서의 기본인 주권과 국제법 원칙을 정면으로 흔드는 행동이다.
최근의 사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남미의 주권국가 베네수엘라에서도 군사작전이 벌어졌다. 국가 원수 부부를 체포해 구금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국제법적 논쟁을 떠나 국제사회가 큰 충격을 받은 사건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미국은 스스로 국제 질서를 흔들어 놓고 이제 그 후폭풍을 동맹국들에게 함께 감당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작전 참여 요구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단순한 국제 협력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군사적 긴장 지역 가운데 하나다. 이란과의 직접적인 군사 충돌 가능성이 상존하는 곳이다. 이곳에 병력을 보내는 것은 단순한 해상 경비가 아니라 사실상 중동 분쟁에 발을 들이는 일이다.
한국의 상황은 더 복잡하다.
한국은 원유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동시에 이란과도 외교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군사작전에 참여하는 것은 외교적 균형을 크게 흔들 수 있다.
무엇보다 안보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
불과 며칠 전 북한은 대규모 미사일 시험을 실시했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군의 전력을 중동으로 보내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선택인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동맹은 중요하다. 동맹국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돕는 것은 국제정치에서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 전제는 분명하다. 그 위협이 공동의 위협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의 상황은 그와 거리가 있다.
현재 중동의 긴장은 미국이 스스로 선택한 군사행동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더구나 그 충돌은 미국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언제든 멈출 수도 있는 사안이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이 자국의 안보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군사적으로 개입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담긴 태도다.
그는 “열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맹은 열의 경쟁으로 유지되는 관계가 아니다. 압박과 협박으로 유지되는 관계는 더더욱 아니다. 동맹은 명령이 아니라 협의로 작동한다.
미국은 오랫동안 국제사회의 ‘경찰’을 자처해 왔다. 때로는 그 힘이 세계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의 모습은 과거와 분명히 다르다.
지금의 미국은 때로 거대한 힘을 쥔 어린아이처럼 보인다. 충동적으로 불을 지르고, 그 불이 번지자 주변 국가들에게 함께 끄자고 요구한다. 심지어 돕지 않으면 그 불이 너희 집으로 번질 수도 있다고 압박한다.
이런 방식으로는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동맹은 협박이 아니다. 한국 역시 냉정해야 한다. 동맹이라는 이름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국익과 안보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열의 경쟁’이 아니라 ‘냉정한 외교’다.
동맹이 협박으로 변하는 순간, 그 동맹은 이미 균열이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