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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북형 혁신조달, 스타트업 판로 ‘하이패스’ 되길

전북자치도와 조달청이 손을 맞잡고 창업·벤처기업의 공공조달 시장 진입을 넓히는 실험에 나섰다.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지역 스카우터’ 제도를 도입해 민간 전문가의 안목으로 혁신제품을 발굴하고 이를 공공구매로 직결시키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기술력은 있으나 실적 부족으로 판로 개척에 애를 먹던 스타트업들에게는 그야말로 ‘성장 사다리’를 놓아주는 의미 있는 전환점이다.

그동안 공공조달 시장은 까다로운 절차와 실적 중심 평가로 인해 신생 기업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높은 벽’으로 인식돼 왔다.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도 납품 이력이 없으면 진입이 막히고 이는 다시 매출 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았다.
이번 협약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정면으로 겨냥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민간 전문가가 현장에서 유망 기술을 선별하고 지자체가 공공 인프라를 통해 성능을 검증한 뒤, 조달청이 혁신제품으로 지정하는 일련의 과정은 기존의 경직된 시스템을 유연하게 바꾸는 시도다.

특히 전북도가 추진해 온 ‘스케일업 공공실증 지원사업’과의 연계는 정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핵심 장치다. 도청과 의료원 등 공공기관을 테스트베드로 개방해 제품의 성능과 현장 적합성을 입증하고 이를 곧바로 조달시장으로 연결하는 ‘하이패스’ 구조가 구축된 것이다.

전북도가 추진 중인 ‘1:10:100 프로젝트’ 역시 이번 협약을 통해 실질적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유니콘 기업과 상장사를 키워내기 위해서는 초기 시장 진입과 안정적인 매출 기반이 필수적이다. 공공조달 시장은 이러한 기반을 제공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통로 중 하나다. 이미 일부 기업들이 공공실증을 마친 만큼 이들이 전국 단위 판로로 확장될 수 있도록 촘촘한 후속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다만 제도의 성공을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도 분명하다. 우선 지역 스카우터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특정 기업에 대한 쏠림이나 형식적 추천으로 흐를 경우 제도의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또한 단순히 혁신제품 지정에 그치지 않고 실제 구매로 이어지도록 수요기관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공공기관이 혁신제품을 부담 없이 도입할 수 있도록 제도적 인센티브와 책임 완화 장치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이번 모델이 전북에 머무르지 않고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 차원의 제도 정비와 지원도 요구된다. 지역에서 검증된 혁신이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지역-중앙 간 유기적인 협력이 필수적이다.

전북의 이번 도전은 단순한 협약을 넘어 창업·벤처 생태계의 구조를 바꾸는 실험이다. ‘기술은 있지만 시장이 없다’는 한계를 넘어 ‘기술이 곧 시장으로 연결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이 새로운 길이 일회성 성과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정책으로 자리 잡을 때, 전북은 물론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창업·벤처기업의 판로 지원과 혁신조달 성과가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 글쓴날 : [2026-03-18 13:3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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