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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유출, 이제는 ‘국가 범죄’로 다스린다

최준호 / 전북타임스 대표
-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라 간첩죄로 단죄
- 최대 징역 30년… 처벌 기준 대폭 강화
- 신고 포상제 도입, 사전 차단으로 전환


기술 유출을 바라보는 국가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더 이상 기업의 영업비밀 침해에 머무르지 않는다. 국가 안보와 직결된 범죄로 규정하고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기술을 빼돌리는 행위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훼손하는 행위라는 인식이 비로소 법과 제도에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늦었지만 불가피한 선택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2025년 기술 유출 적발 건수는 179건으로 전년 대비 45.5% 증가했다. 해외 유출 33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중국으로 향했고, 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 등 한국의 핵심 산업이 주요 표적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AI 반도체 핵심 기술인 HBM 패키징을 해외로 빼돌리려다 공항에서 적발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기술 유출은 더 이상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 경제와 산업 구조 전체를 흔드는 구조적 위협이다.

그동안 법과 제도는 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기술 유출은 절도나 배임과 같은 경제 범죄의 틀에서 다뤄졌고, 낮은 형량과 관대한 양형은 범죄 억지력을 떨어뜨렸다. 그 결과 기술 유출은 ‘고위험·고수익 범죄’로 변질됐고, 조직적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실형을 피하는 사례가 반복됐다. 법이 보내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걸려도 감당할 수 있는 범죄라는 인식이 시장에 퍼졌다.

그러나 이제 흐름이 바뀌고 있다.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를 위해 핵심 기술을 넘긴 경우 간첩죄 적용이 가능해지고, 최대 징역 30년까지 처벌할 수 있게 된다. 기술 유출을 사실상 국가에 대한 배신 행위로 규정하겠다는 의미다. 여기에 더해 기술 유출을 막거나 신고한 경우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도 시행된다. 사후 처벌 중심이었던 대응이 사전 차단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이 변화의 의미는 단순한 형량 강화에 그치지 않는다. 기술의 성격을 다시 정의하는 데 있다.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 기술은 더 이상 기업의 자산이 아니다. 국가의 산업 기반이자 미래 경쟁력의 핵심이다. 기술을 지키는 일은 곧 국가를 지키는 일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개인의 선택에 대해 다시 질문해야 한다. 더 많은 보상과 더 나은 삶을 위한 선택이 공동체 전체에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가. 과거 일부 협력 행위가 개인의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지만 결국 공동체에 상처를 남겼듯, 오늘날의 기술 유출 역시 그 본질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죄는 개인의 것이고 책임도 개인에게 귀속된다. 그러나 동시에 그 선택이 공동체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외면할 수는 없다. 기술 유출은 단순한 경제 범죄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잠식하는 행위다.

이제 관대한 처벌의 시대는 끝나야 한다. 기술 유출은 산업 안보 침해로 명확히 규정돼야 하며, 강력한 처벌과 함께 사회적 인식 전환이 병행돼야 한다. 법의 강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법이 사회에 보내는 메시지다.

기술은 한 번 유출되면 되돌릴 수 없다. 지금의 변화는 단순한 법 개정이 아니라 국가가 기술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다. 기술을 지키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이제 우리는 분명히 말해야 한다. 기술을 넘기는 행위는 더 이상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국가를 위협하는 범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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