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1,000m를 넘는 장안산과 팔공산을 비롯해 전체 면적의 75%가 산지로 이루어져 있는 전북 장수군은 최근 풍부한 산림자원과 천혜의 자연환경을 특색있는 매력으로 가꾸는 데 집중하고 있다.
자연을 사랑하는 여행자들에게 이상적인 여행지로 꼽히면서 장수군의 산악관광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해발 400~500m 고원이 이어지는 장수의 산줄기와 계곡은 그 자체로 거대한 자연무대다. 최근 몇 년 사이 트레일러닝·캠핑·MTB 등 다양한 아웃도어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며 장수군은 ‘한국의 샤모니’ 국제산악관광도시 장수를 꿈꾸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장수(長水)라는 지명은 물이 길고 산이 높다는 수장산고(水長山高)에서 유래되었다고 알려져 왔는데 ‘長’에 으뜸·우두머리라는 뜻이 있어 “물의 으뜸”이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도심의 산들이 발전을 이유로 훼손될 때 발전에서 소외됐던 장수는 역설적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있었다. 청정한 자연환경을 차별화된 잠재력으로 삼아 섬세한 미래전략을 수립하고 ‘으뜸’ 장수의 의미를 되찾겠다는 장수군, 그 발자취를 차근차근 따라가보자.
▲ 국내 최초 트레일레이스 100마일 코스의 탄생, 장수트레일레이스!
장수트레일레이스는 불과 몇 년 만에 군내 대표 산악러닝 대회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장수트레일레이스는 국내 최장거리 100마일(170.8km) 코스가 정식으로 운영되며 국내 트레일러닝의 판도를 바꿔놓았다.
트레일러닝에서 100마일은 마라톤의 풀코스처럼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거리로 높은 난이도 때문에 운영과 안전 부담이 매우 크다. 그래서 국내에서는 그동안 이러한 대회가 쉽게 열리지 못했다. 실제로 이번 100마일에는 총 112명이 출전해 단 43명만이 완주에 성공했을 만큼 혹독한 여정이었다. 이런 현실을 돌아보면 장수에서의 100마일 신설은 적지 않은 부담을 감수해야 했던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수군은 도전적 시도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대회 기간이면 평소 고요하던 읍내와 마을마다 응원과 환대로 가득 찬다. 주민들은 준비한 간식을 나눠주고, 선수들이 지나갈 때마다 목이 터져라 응원을 보내며 힘을 북돋운다. 이따금 보급소(CP)에 도착하면 스태프가 선수의 물병까지 대신 채워주는 모습도 볼 수 있는데, 러너들은 이를 두고 “장수에서만 느낄 수 있는 진짜 환대”라고 입을 모은다. 지역 학생들도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면서 장수 트레일레이스는 지역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지역축제로 자리 잡고 있다.
장수트레일레이스는 지역의 환대와 자연환경, 그리고 코스의 완성도를 바탕으로 2022년 약 150명으로 시작했던 대회는 2023년 800여 명, 2024년에는 3,000여 명, 2025년에는 5,000여 명이 장수를 찾는 명실상부 국내 최고 수준의 대회로 떠오르고 있다.
장수트레일레이스는 축적된 경험과 입소문이 더해지면서 국내 최고 수준의 산악러닝 축제로 자리 잡았고, 장수의 산길은 해마다 더 많은 러너가 찾는 무대로 성장해가고 있다.
▲ ‘블랙야크’와 함께한 ‘K-샤모니 챌린지’, 장수의 산악자원을 하나로 묶다
장수군의 산악자원은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와 함께 운영 중인 ‘장수 K-샤모니 마운틴 챌린지’는 장수군 전역의 14개 명산을 하나의 브랜드로 통합해내며 장수군의 산악지형 전체를 하나의 아웃도어 스테이지로 재해석했다.
참가자들은 블랙야크알파인클럽(BAC) 앱을 통해 덕유산 서봉, 봉화산, 장안산, 팔공산, 사두봉 등 핵심 봉우리를 인증하며 장수의 산악지형을 직접 체감했다. 특히 장수군만의 긴 산줄기 백두대간과 금남호남정맥이 맞닿는 구조는 하루에 한 봉우리라는 일반적인 산행이 아니라 산악지형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경험하는 방식을 가능하게 한다. 챌린지를 완주하면 블랙야크는 BAC코인을, 장수군은 기념품을 제공하며 ‘체험→보상→재방문’의 구조를 완성했다.
장수군은 이 챌린지를 기반으로 트레일런 챌린지 등 다양한 산악레저 콘텐츠를 순차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는 단발성 챌린지가 아닌, 장수군 전체가 하나의 사계절 산악놀이 공간으로 기능하도록 만드는 전략이다. 이는 산악 브랜드와 지자체가 협업해 지역산업·관광·청년정착까지 연결하는 모범 모델로도 평가받고 있다.
▲ 캠핑·트래킹·투어가 결합된 체류형 콘텐츠, ‘캠핑페스티벌’의 성장
장수방화동자연휴양림에서 펼쳐진 장수 산악레저 ‘캠핑 페스티벌’은 장수의 산악관광 모델이 캠핑·트래킹·관광으로도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3일 동안 가족 단위 400여 명이 참여한 이 페스티벌은 트래킹, 숲속 공연, 장수투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체류형 산악관광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참가자들은 개인 장비 캠핑뿐 아니라 장비 대여형 캠핑존까지 선택할 수 있어 초보 캠퍼도 자연스럽게 장수의 숲을 경험할 수 있었다.
가장 호응이 높았던 건 가을 단풍을 따라 걷는 가족형 트래킹 코스였다. 산림체험원·데크로드·방화폭포로 이어지는 약 2시간 코스는 난이도가 부담스럽지 않아 아이들과 함께 참여하기 좋았고, 스탬프 인증 미션이 재미를 더했다. 휴양림 초입의 따뜻한 먹거리존과 저녁 공연도 가족 방문객 만족도를 높였다.
또 하나의 특징은 지역경제와의 연계 구조다. 순환 셔틀을 이용해 누리파크·논개사당·장수 5일장을 잇는 ‘장수 도장깨기 투어’가 운영되며 장수의 관광지를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었다. 특히 5일장에서의 영수증 이벤트는 지역 소비 활성화에 큰 힘이 됐다. 장수군은 이를 기반으로 캠핑·트래킹·투어를 하나로 엮는 체류형 프로그램을 지속 확장할 계획이다.
▲ 60km 숲길을 달리는 MTB대회, 장수의 산악지형을 그대로 품다
장수군의 지형은 MTB 라이딩에도 최적이다. 승마로드의 메타세콰이어길과 장안산 임도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약 60km 크로스컨트리 코스는 국내에서도 보기 드문 완성도를 자랑한다. 지난해 10월에 개최된 ‘제5회 장수 한우랑 사과랑 전국 MTB대회’에는 600여 명이 참여하며 ‘장수 MTB는 믿고 간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이 코스는 임도·숲길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초보 라이더와 베테랑 모두 참여할 수 있는 폭넓은 매력을 갖췄다. 기념품·완주메달·경품 운영도 호응을 높였다.
장수군은 민관협력 지역상생협약 일환으로 2026년 10월까지 24억 원 규모의 ‘MTB 수준별 로드·랜드마크 조성사업’을 추진하며 전문 산악자전거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난이도별 9개 코스와 웰컴광장, 안전휀스 등 체계적 기반 조성이 완료되면 장수는 ‘MTB 특화지구’라는 새로운 레벨의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훈식 군수 인터뷰 “장수군, 왜 ‘국제산악관광도시’인가?”>
장수군의 산악관광은 그저 많은 행사가 열린다는 차원이 아니다. 장수의 산줄기와 물길, 계곡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자연의 리듬을 그대로 품고 있다. 장수군이 지향하는 국제산악관광도시는 이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사람의 움직임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내는 시도다.
장수의 산악레저 콘텐츠는 각각 서로 다른 종목처럼 보이지만, 실은 같은 구조를 공유한다. 트레일러너는 능선을 따라 장수의 숲을 가로지르고, MTB 라이더는 같은 산줄기를 다른 각도로 체감한다. 캠퍼들은 숲속의 밤을 머물며 산의 리듬을 더 느리게 경험한다. 이 다양한 활동들이 서로 겹치고, 이어지고, 확장되면서 장수군의 자연은 누구나 체험할 수 있는 거대한 아웃도어 무대가 된다.
중요한 건 장수군이 이 모든 흐름을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생활·산업·관광·정주와 연결된 생태계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트레일빌리지, 민관협력, 장수형 산악상품 개발, 지역경제 연계 모델은 장수군이 지속가능한 산악도시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장수군이 꿈꾸는 국제산악관광도시는 거대한 개발이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자연과 주민의 환대, 청년의 참여, 민간 브랜드의 힘,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서로 얽혀 하나의 장수형 산악 생활권을 만드는 과정이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장수의 산을 함께 숨 쉬는 생활 인구가 된다. 그리고 이 모든 여정을 가능하게 하는 중심축이 바로 장수군의 산과 숲이다.
그래서 장수군은 지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한국의 샤모니’ 국제산악관광도시로 도약하고 있다. 장수의 자연은 이미 준비되어 있고, 이제 그 자연을 통해 미래를 설계하는 일만 남았다. 장수의 산길에서 그 미래는 이미 조용히 시작되고 있다.
/장수=최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