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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주에 모이는 글로벌 자본, 금융지도 바꾼다

전주가 ‘연금도시’를 넘어 글로벌 금융 거점으로 도약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이전 이후 축적된 자산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세계적 자산운용사와 투자은행들이 잇따라 둥지를 틀며 금융 생태계가 집적화를 이루며 빠르게 형성되는 모습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의 SNS에서 “공공기관 지방 이전 효과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평가한 것도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실제 흐름은 구체적이다. 뉴욕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규모의 글로벌 투자은행이자 금융서비스 기업인 골드만삭스가 전주 사무소 개설과 한국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블랙록,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 등 글로벌 금융사들도 전주에 잇따라 거점을 마련하고 있다.

이미 스테이트스트리트은행을 시작으로 다수의 해외 금융기관이 진출했고 국내 금융지주들까지 가세하면서 금융타운 조성 움직임도 본격화됐다. 이는 단순한 기관 이전이 아니라, ‘금융 클러스터’ 형성의 초기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주목할 지점은 자산 규모다. 국민연금 운용자산은 전주 이전 당시 500조 수준에서 1600조 원으로 급증했다. 이는 세계 3대 연기금으로 평가받는 규모로, 글로벌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반드시 협력해야 할 ‘핵심 고객’이다.

결국 자산이 있는 곳으로 금융이 모이는 시장의 기본 원리가 전주에서도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 여의도 중심의 금융 지형이 분산되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실로 크다.

그러나 지금의 흐름이 일시적 현상에 그칠지, 지속 가능한 구조로 자리 잡을지는 정책 설계에 달려 있다. 대통령이 제시한 ‘지역 운용사 인센티브’ 방안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국민연금의 자산 배분 과정에서 전북 소재 운용사에 일정한 유인책을 제공한다면, 수도권에 집중된 금융회사들이 자연스럽게 이전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단순한 유치 경쟁을 넘어 금융 생태계를 지방에 뿌리내리게 하는 실질적 장치가 될 것이다.

동시에 제도적·인프라적 뒷받침도 필수적이다. 국제금융업에 종사하는 인력이 정주할 수 있는 교육·의료 환경, 외국계 기업의 활동을 지원할 규제 완화, 그리고 핀테크와 자산운용을 연결하는 혁신 플랫폼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
특히 금융 전문인력 양성과 지역 대학·연구기관과의 연계는 장기적인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과제다. 외형적 유치에 그치지 않고 ‘사람과 기술이 모이는 도시’로 발전해야 진정한 금융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다.
전주는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형성된 기회를 살려 ‘제3의 금융중심지’로 도약할 것인지, 아니면 제한적 성과에 그쳐 반쪽짜리 금융도시에 머무를 것인지가 결정되는 중대한 시점이다.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지방 이전 정책의 성공 여부 역시 전주의 사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감 있는 실행과 일관된 정책 의지다. 전주가 명실상부한 글로벌 금융 허브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금융권이 서로 힘과 지혜를 모아 긴밀히 협력해야 할 때다.
  • 글쓴날 : [2026-03-27 13: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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