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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의 선택을 지운 하룻밤, 누구를 위한 제명인가

최준호 / 전북타임스 대표
- 졸속 심판과 정치적 폭거, 민주당은 전북도민이 두렵지 않은가
- ‘클린 공천’ 쇼의 제물로 전북을 선택한 민주당의 오만


민주주의는 결과보다 절차의 정당성에서 그 권위를 얻는다. 그러나 이번 김관영 전북지사를 향한 더불어민주당의 단죄 과정에는 실체적 진실도, 민주적 절차도, 전북도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도 없었다.

지난 4월 1일, 전북 정가는 만우절 거짓말 같은 참담한 소식을 접했다. 오전 10시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긴급 윤리감찰 지시가 내려진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은 늦은 밤, 민주당 지도부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현직 전북특별자치도지사이자 압도적 지지율을 기록하던 김관영 지사를 전격 제명했다. 죄명은 '금품 제공 의혹'. 지난해 11월 말, 식사 후 대리비 명목으로 총 68만 원을 건넸다는 내용이다.

현직 지사를 당에서 축출하고 경선 후보 자격을 박탈하는 중대 결정을 단 몇 시간 만에 끝내버린 이 ‘빛의 속도’ 처분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물론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제한은 엄격히 준수되어야 할 법적 가치다. 김 지사 본인도 “경솔한 불찰”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이번 제명 처분은 사안의 실체를 가리기도 전에 내린 정치적 이해득실의 산물이자, 전북을 제물로 삼은 ‘졸속 심판’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먼저 형평성의 잣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사회 권력층의 비위에 민주당은 그간 얼마나 관대했는가. 수백만 원 상당의 향응을 받고도 ‘인원수 나누기’라는 궤변으로 기소조차 피했던 검사들의 사례를 국민은 기억한다. 타 지역 유력 정치인들의 숱한 비위 의혹에는 ‘사법부 판단’을 전제로 차일피일 결정을 미루던 민주당이다. 그런데 유독 전북에서는 68만 원이라는, 한국적 정서가 섞인 ‘대리비’ 사안을 두고 단 하룻밤 만에 정치적 사형 선고를 내렸다. 이것이 민주당이 외치는 정의인가, 아니면 만만한 전북을 향한 길들이기인가.

사건의 맥락은 더욱 해괴하다. 김 지사가 대리비를 건넨 대상은 지역 시·군의원들과 청년 당원들이다. 술자리가 끝난 뒤 연장자가 대리비를 챙겨주는 행위는 우리 정서상 오랜 미덕으로 통용되어 왔다. 대리비가 없어서 받은 것도 아닐 테고, 김 지사 또한 이들에게 무슨 거창한 대가를 바랐다면 식당 CCTV가 뻔히 돌아가는 공개된 장소에서 소액을 낱낱이 나누어 주는 어리석은 짓을 했겠는가. 취기를 빌린 ‘정서적 배려’였을 가능성이 농후하며, 부적절함을 인지하고 즉각 회수했다는 소명은 최소한의 정상참작 사유가 되었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민주당 지도부는 소명 절차를 사실상 뭉개고 제명을 강행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클린 공천’ 쇼를 하기 위해 전북이라는 확실한 텃밭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에게 전북은 언제든 갈아치울 수 있는 소모품인가. 도민들이 선택한 도지사를 당 지도부가 하룻밤 새 낙마시키는 행위는 175만 전북도민의 주권을 정면으로 모독하는 오만한 처사다.

이번 사건을 ‘현금 살포’라는 거창한 프레임으로 씌우는 것 또한 억지스럽다. 현직 시·군의원들이 고작 몇 만 원의 대리비에 매수될 존재들인가. 이를 두고 선거 당락을 좌우할 중대 범죄로 몰아가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며 정치적 폭력이다. 민주당의 ‘명백한 불법’ 판단이 법원의 확정판결보다 앞설 만큼 절대적이란 말인가.

더 큰 문제는 전북의 시계가 멈춰 섰다는 점이다. 전북특별자치도 출범 초기 안정화, 새만금 예산 복원, 이차전지 특화단지 조성 등 한시가 급한 현안이 산적해 있다. 현직 지사가 당적을 잃고 범죄자 프레임에 갇힌 상황에서 국책 사업들이 동력을 얻을 리 만무하다. 민주당의 무책임한 결정이 전북의 미래를 인질로 잡은 셈이다. 도지사의 행정력과 비전은 외면한 채, 단 한 번의 경솔함을 빌미로 전북의 리더십을 해체한 처사를 도민들은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은 이번 사안을 투명하게 재조사하라. CCTV 영상 하나에 기대어 ‘정치적 꼬리 자르기’를 할 것이 아니라, 돈의 성격과 회수 과정에 대한 정밀한 검증이 선행되었어야 했다. 이번 결정이 특정 계파의 이해관계나 외부 공세를 막기 위한 방패막이가 아니었는지 도민 앞에 소상히 밝혀야 한다.

김관영 지사 역시 도정 수장으로서 오해를 살 행동을 한 실책은 뼈아프게 반성해야 한다. 그러나 과(過)에 대한 책임은 정당의 편의주의적 가위질이 아닌 법적 절차와 민심의 심판에 따라 물어야 한다.

전북은 민주당의 전유물이 아니다. 민주당이 전북을 진정으로 존중한다면, 일방적인 징계를 멈추고 공정한 소명 기회를 보장하라. 행정의 시계가 시민의 하루를 향해야 하듯, 정치의 시계 또한 당리당략이 아닌 국민의 상식을 향해야 한다. 지금 도민들이 느끼는 것은 공의(公義)가 아니라 거대 정당의 오만한 횡포다. 닫혀버린 민주당의 문이 전북의 미래마저 닫아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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