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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만 남긴 경선, 무엇을 감추고 있나

최준호 / 전북타임스 대표
- 득표율 비공개, 유권자의 알 권리를 지우다
- 숫자를 지운 경선, 책임도 함께 사라졌다

전북 정치가 또 한 번 ‘결과만 있는 경선’이라는 기묘한 장면을 연출했다.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이 경선 결과를 발표하면서도 정작 유권자가 가장 궁금해하는 득표율은 끝내 공개하지 않았다. 순위는 알리되 숫자는 숨기는 방식이다. 이쯤 되면 경선이라기보다 ‘관리된 결과 발표’에 가깝다.

경선은 민주주의의 축소판이다. 당원과 시민이 참여해 후보를 선택하는 과정이며, 그 정당성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과 투명성에서 나온다. 누가 이겼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얼마나 지지를 받았느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은, 유권자의 판단 근거를 스스로 차단하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

당은 갈등 방지를 이유로 내세운다. 근소한 차이로 탈락한 후보의 반발을 줄이고, 경선 이후 분열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정치적 편의에 가깝다. 갈등을 막기 위해 정보를 숨긴다는 발상 자체가 이미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과 충돌한다. 투명성을 희생해 안정을 택하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득표율 비공개는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바로 책임의 실종이다. 숫자가 공개되지 않으면 누구도 결과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없다. 왜 특정 후보가 이겼는지, 어떤 지형 속에서 선택이 이뤄졌는지에 대한 분석도 불가능해진다. 결국 남는 것은 ‘결과를 받아들이라’는 일방적 통보다. 유권자는 참여했지만, 판단할 권리는 박탈당한 셈이다.

특히 결선이 진행되는 지역에서는 그 문제점이 더욱 두드러진다. 1위와 2위의 격차가 얼마나 되는지, 과반에 얼마나 미치지 못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유권자는 어떤 기준으로 다시 선택해야 하는가. 정보가 차단된 상태에서의 결선은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 ‘깜깜이 선거’에 가깝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전략 보호를 이유로 득표율 비공개를 정당화한다.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문제의 본질을 드러낸다. 유권자의 알 권리보다 후보의 전략이 우선이라는 발상, 그것이 지금의 경선 구조를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민주주의의 주인이 시민이 아니라 정치라는 고백과 다르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관행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매번 같은 이유로 숫자를 감추고, 매번 같은 방식으로 결과만 통보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간다. 이 과정에서 훼손되는 것은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정치에 대한 신뢰다. 투명하지 않은 경선은 결국 불신을 낳고, 그 불신은 정치 전반에 대한 냉소로 이어진다.

경선은 경쟁이지만 동시에 설득의 과정이다. 숫자는 그 설득의 결과다.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는 경선은 설득의 과정을 지운 채 결론만 남기는 것과 같다. 그것은 민주주의의 형식을 빌린 행정적 결정일 뿐이다.

정치가 스스로 정당성을 약화시키는 선택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갈등을 두려워해 투명성을 포기하는 순간, 정치는 더 큰 불신이라는 대가를 치르게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관리가 아니라 공개다.

득표율 없는 경선은 결국 이렇게 묻게 만든다.
도대체 무엇을 감추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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