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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33% 단수 공천, 전북 정치에 드리운 독점의 그늘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의 도의원 공천 결과를 놓고 ‘선거 무용론’까지 제기되는 현실은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전체 35개 도의원 선거구 가운데 12곳, 무려 33%가 단수 공천으로 결정됐다는 사실은 지역 정치의 구조적 왜곡을 여실히 보여준다. ‘공천만 받으면 곧 당선’이라는 인식이 굳어진 상황에서 경쟁 없는 공천은 사실상 ‘선거 없는 선거’를 의미한다.

문제의 본질은 단순한 숫자에 있지 않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도 도의원 61%가 무투표로 당선되며 비판이 거셌지만, 이번에도 유사한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개선 의지가 의심된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경쟁과 선택이다. 다양한 후보가 정책과 비전을 놓고 겨루고, 유권자가 이를 평가해 선택하는 과정이야말로 선거의 본령이다. 그러나 단수 공천이 남발되면 이 같은 과정은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정치적 무관심과 냉소를 키운다는 점이다. 경쟁이 사라진 자리에는 검증도, 책임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후보들은 정책과 공약으로 승부하기보다 조직과 공천에 의존하게 되고, 유권자 역시 선택권을 박탈당한 채 수동적 관찰자로 전락한다.

왜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가. 특정 정당의 독점적 지위와 당내 권력 구조가 맞물린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공천 과정이 투명성과 경쟁성을 잃을 경우, 공천 거래나 밀실 결정에 대한 의혹이 뒤따르는 것도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이는 정당 정치 전반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공천은 정당의 고유 권한이지만 동시에 공적 기능을 갖는다. 특히 특정 정당이 절대적 우위를 점한 지역일수록 그 책임은 더욱 무겁다. 최소한의 경쟁 원칙조차 작동하지 않는 공천은 민주적 정당성을 스스로 떨어트리는 행위다. 공사 입찰에서도 단수 응찰은 유찰시키는 것이 상식이다. 하물며 주민 대표를 뽑는 선거에서 경쟁이 배제된다는 게 말이 되는가.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공천 결과를 계기로 제도적 보완책을 서둘러야 한다. 경선 의무화 확대, 공천 심사 기준의 공개, 외부 검증 강화 등 실질적인 개선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공천=당선’이라는 왜곡된 구조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유권자의 선택권을 되살리고 지방정치의 건강성을 회복하기 위한 근본적 성찰이 절실하다.
  • 글쓴날 : [2026-04-14 13:3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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