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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천 시스템 붕괴, 민주당의 자업자득

민주당 전북도당의 공천 과정이 상식의 선을 넘고 있다. 경찰의 강제수사가 진행 중인 후보를 낮에는 정책 행사장에 세워 사진을 찍게 하고, 불과 몇 시간 뒤 야밤에 ‘자격 박탈’을 통보하는 행태는 도민을 기만하는 처사다. 전북타임스 취재에 따르면 김슬지 전북도의원은 지난 16일 밤 부적격 판정을 받아 후보 자격을 상실했다. 도의회 업무추진비와 사비를 이용한 ‘밥값 대납 의혹’이 그 사유다. 이미 압수수색까지 이뤄진 중대한 사안임에도, 당일 오후까지 해당 후보를 ‘정책 연대’ 자리 전면에 내세운 것은 검증 시스템의 부재를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엇박자 공천’이 단순 실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수사 상황을 지켜보다 여론이 불리해지자 뒤늦게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이는 공당의 책임 있는 공천이 아니라 정치적 계산에 따른 대응일 뿐이다. 더구나 김관영 지사 제명 사태에 이어 또다시 불거진 도덕성 논란은 민주당이 내세웠던 ‘청년 정치’ 구호마저 무색하게 만든다. 낡은 정치 관행이 새로운 인물을 통해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 크다.

특히 식사비 수혜자로 지목된 이원택 전북지사 후보까지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는 점은 사태를 개인 일탈 수준으로 축소할 수 없게 한다. 민주당이 진정으로 책임 있는 정당이라면 특정 인물에 따라 기준이 달라지는 ‘고무줄 잣대’가 아니라, 모든 사안에 일관된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정치는 신뢰다. 낮에는 원팀을 외치고 밤에는 퇴출을 선언하는 이중적 행태로는 도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민주당은 졸속 공천과 검증 실패에 대해 도민 앞에 사과하고, 무너진 정치 도덕성을 바로 세울 근본적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지금 전북 도민이 느끼는 것은 기대가 아니라 깊은 배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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