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 돔구장 경쟁, 복지 갉아먹는 재정 재앙의 전조
선거철만 되면 되풀이되는 ‘일단 짓고 보자’식 토건 공약이 도를 넘고 있다. 한때 전국을 뒤덮었던 ‘출렁다리 경쟁’이 이번에는 수천억 원대 ‘돔구장 건설’로 번졌다. 인구 감소와 세수 부족으로 지방재정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실현 가능성조차 불투명한 초대형 시설 공약이 난무하는 기형적 풍경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돔구장 건설을 내건 지자체는 광역과 기초를 합쳐 9곳에 이른다. 충청권은 물론 부산과 전북 등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앞다퉈 복합 돔구장을 약속했고, 화성·파주·광명 등 기초지자체까지 가세했다. 현재 국내에 돔구장은 고척스카이돔 단 한 곳뿐이다. 그마저도 수도권이라는 압도적 수요를 기반으로 겨우 유지되는 시설이다.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전국 곳곳에 돔구장을 세우겠다는 발상은 무책임을 넘어 위험하다.
출렁다리의 전철은 이미 경고를 던지고 있다. 2010년 110개에 불과하던 출렁다리는 10여 년 만에 259개로 급증했다. 그러나 다수 시설이 개장 초기 반짝 효과를 지나자 관광객 급감과 안전 문제로 외면받고 있다. 논산 탑정호 출렁다리는 3년간 유지관리비로만 22억 원이 들어갔고, 울산 대왕암공원 출렁다리는 관광객이 1년 새 30% 줄었다. ‘적은 비용으로 생색내기 좋다’는 이유로 남발된 공약이 결국 지방재정을 좀먹는 애물단지가 된 것이다.
문제는 돔구장이 이보다 훨씬 더 큰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고척돔 건립에만 2,700억 원이 들었다. 현재 물가를 감안하면 최소 4,000억~5,000억 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매년 막대한 운영비와 유지관리비가 추가된다. 안정적인 수요와 상시 콘텐츠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돔구장은 건설과 동시에 ‘대형 적자 구조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K-팝 공연’이라는 막연한 기대만으로 수천억 원을 약속하는 것은 사실상 유권자를 향한 기만이다.
이미 통계는 경고하고 있다. 건립비 100억 원 이상 공공시설 532곳 가운데 87%가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전체 적자 규모는 1조 원에 육박한다. 세종시는 시설 유지관리비가 교부세를 넘어서는 상황에 직면했고, 제주 역시 적자 규모가 수백억 원대에 달한다. 화려한 외형 뒤에 숨은 현실은 ‘재정의 블랙홀’이다. 문제는 그 부담이 결국 복지 예산 축소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보육, 노인 복지, 취약계층 지원 등 가장 절실한 분야가 먼저 희생된다.
선심성 공약은 달콤하다. 그러나 그 대가는 지역의 미래다. 부풀려진 수요 예측, 검증되지 않은 타당성, 사후 운영 계획 없는 전시 행정은 이제 끝내야 한다. 건립 단계부터 운영까지 책임지는 재정 투자 기준을 엄격히 마련하고, 공약 단계에서부터 실현 가능성을 검증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정치는 건물을 짓는 일이 아니라 삶을 지키는 일이다. 수천억 원짜리 돔구장이 텅 빈 채 방치될 때, 그 빈자리는 결국 시민의 삶으로 메워진다. 전북을 비롯한 지역 정치권은 토건 포퓰리즘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화려한 공약 뒤에 숨은 텅 빈 재정과 민생의 고통을 직시해야 한다. 혈세는 치적을 장식하는 비용이 아니라, 국민의 삶을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