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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로 부순 것은 성상이 아니라, 인간의 마지막 선이었다

최준호 / 전북타임스 대표
레바논 남부 기독교 마을 데블(Debel). 한 군인이 망치로 예수상의 머리를 내리쳐 훼손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확산되며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그 장면이 던지는 충격은 분명하다. 그것은 단순한 기물 파손이 아니라, 인류가 오랜 시간 지켜온 ‘금기’를 정면으로 짓밟는 행위다.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조차 이 장면 앞에서 불편함을 느낀다. 이유는 간단하다. 신을 모독했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신앙의 대상은 다를 수 있어도, 타인의 신념을 짓밟지 않는다는 원칙은 문명사회의 공통된 약속이다.

문제는 이것이 한 개인의 일탈로만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오늘의 중동을 뒤덮고 있는 전쟁과 충돌 역시 같은 뿌리에서 자라났다.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오만, 힘으로 질서를 재단하려는 폭력적 확신이 그것이다.

우리는 어린 시절 이스라엘을 ‘고난을 이겨낸 정의로운 국가’로 배웠다. 그 서사는 분명 역사적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의 현실은 그 단순한 이야기로 설명되지 않는다. 가자지구는 이미 깊은 상처를 입었고, 민간인 피해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넘어 비극으로 축적되고 있다. 하마스의 공격은 명백한 테러다. 그러나 그 대응이 모든 것을 정당화하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전쟁은 경계를 넘고 있다. 레바논으로, 이란으로, 긴장은 연쇄적으로 확산된다. 그리고 그 여파는 곧바로 세계를 덮친다. 원유 공급은 흔들리고, 물가는 치솟고, 경제는 휘청인다. 전쟁터는 중동에 있지만, 고통은 전 세계가 나눠 가진다.

이쯤 되면 질문은 단순해진다. 이 전쟁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Benjamin Netanyahu는 사법 리스크 속에서도 강경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안보라는 명분은 존재한다. 그러나 그 선택이 오직 국가의 생존만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정치적 생존과 무관한지에 대한 의문 역시 커지고 있다.

또한 Donald Trump가 보여준 중동 정책 역시 같은 질문을 남긴다. 지도자의 결단은 때로 단순하고 직선적이다. 하지만 그 단순함이야말로 세계를 가장 위험하게 흔든다.

전쟁은 언제나 위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죽어가는 것은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다. 총을 들지 않은 시민, 선택권이 없는 아이들, 그리고 아무 죄 없는 일상이다.

망치로 내려친 것은 예수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이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선이었다. 그 선이 무너지는 순간, 전쟁은 더 이상 비극이 아니라 ‘일상’이 된다.

지도자는 힘을 행사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힘을 멈출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권력의 자격은 단 하나, 철저한 도덕성과 흔들림 없는 윤리의식이다.
그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권력은 언제든 폭력으로 변질되고, 결국 자신이 만든 세계를 무너뜨린다.

지금 세계는 그 경계선 위에 서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너무 멀리 와버린 것은 아닌지 되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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