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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언어가 동맹을 흔들 때, 그 피해는 국가가 감당한다

최준호 / 전북타임스 대표
지방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정치의 언어는 거칠어진다. 비판은 격해지고, 공격은 직설로 치닫는다. 그러나 그 어떤 정치적 경쟁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국가의 외교와 안보, 특히 동맹의 신뢰를 흔드는 발언은 결코 가벼운 정치적 수사로 소비돼서는 안 된다.

최근 장동혁 야당 대표는 대통령을 향해 ‘친중·반미’라는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정동영 장관의 북한 핵시설 위치 관련 발언을 문제 삼으며, 한·미 간 정보교류가 차단됐다는 주장까지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안은 사실관계부터 냉정하게 짚을 필요가 있다. 현재까지 한·미 정보공유가 실제로 ‘차단’됐다는 공식 확인은 없다. 일부 언론에서 제한 가능성이나 조정 정황이 보도된 바는 있지만, 정부는 “정보공유 체계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이상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즉, 확정된 사실이라기보다 해석과 정치적 주장 사이에 놓인 사안이다.

그럼에도 이를 단정적 사실처럼 규정하고 ‘친중·반미’라는 프레임과 결합시키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벗어난다. 이는 정책 비판의 영역을 넘어, 국가의 외교적 신뢰를 직접적으로 흔드는 행위에 가깝다.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국제 환경은 단순하지 않다. 미·중 경쟁은 구조적 갈등으로 고착됐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상황 역시 여전히 긴장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외교는 균형과 신중함이 핵심이다. 그러나 ‘친중’ 아니면 ‘반미’라는 이분법은 현실을 왜곡할 뿐 아니라, 불필요한 갈등을 증폭시킨다.

특히 한·미 동맹은 단순한 외교 관계가 아니다. 군사, 정보, 경제가 결합된 전략적 관계다. 이 동맹은 신뢰 위에서 작동하며, 그 신뢰는 정교하게 관리돼야 한다. 내부 정치의 이해관계에 따라 쉽게 흔들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정치권의 발언은 국내를 넘어 국제사회에도 전달된다. 확인되지 않은 사안을 확대 해석해 동맹 균열처럼 묘사하는 것은 외교적 부담을 자초하는 일이다. 설령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결과적으로 국가의 협상력과 신뢰를 약화시킬 수 있다.

야당의 역할은 분명하다. 권력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비판이 국익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흐른다면, 그것은 견제가 아니라 위험이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존재감을 높이려는 시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그 수단이 외교와 안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정치는 말로 싸운다. 그러나 그 말이 흔드는 것은 현실이다.
동맹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그러나 신뢰는 아주 작은 균열에서부터 무너진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자극적인 구호가 아니라 책임 있는 언어다. 선거는 지나가지만, 외교와 안보는 남는다. 오늘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내일의 국가 신뢰를 소모하는 정치는 결코 이기는 정치가 아니다.

국익은 정쟁의 도구가 아니다. 그 선을 넘는 순간, 정치의 책임은 사라지고 위험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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