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회 스승의 날을 맞았지만, 학교 현장에서 사제지간의 정을 나누는 축하 분위기는 사라졌다.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카네이션 등 감사를 전하던 문화가 자취를 감춘 데다,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와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교사들의 무력감이 높아진 결과로 풀이된다.
스승의 날 아침이면 카네이션 포장으로 분주했던 꽃집 풍경은 이제 옛말이 됐다.
전주의 한 꽃집 사장은 "2016년 청탁금지법이 생겨 학생들에게 카네이션 선물을 받지 않으면서 판매량이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6년부터 시행된 청탁금지법에 따라 교원은 원칙적으로 선물을 받을 수 없으며, 학생 대표가 공개적으로 전달하는 카네이션이나 개인이 직접 작성한 손 편지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학교 현장도 달라졌다. 익산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개인적인 선물 대신 학교 예산으로 종이 카네이션을 만들어 서로 주고받으며, 스승의 날의 의미 정도만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있다"고 전했다.
학교 문을 닫는 곳도 있다.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스승의 날을 재량휴업일로 지정한 도내 학교는 중학교 3곳과 고등학교 2곳을 합쳐 총 5개교로 파악됐다.
일선 학교들은 카네이션 지참 금지를 사전에 안내하며 혹시 모를 민원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카네이션 실종보다 심각한 것은 교사들의 교권 추락이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이 전국 유·초·중등·특수교육 교원 71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사직을 고민한 교사는 55.5%에 달했다.
교사들이 교단을 떠나려는 결정적 요인 1위는 '학부모 등의 악성 민원(62.8%)'이었으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조사에서도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및 학부모 민원 노출'이 이직 사유 1위(28.9%)로 꼽혔다.
일상적인 생활지도뿐 아니라 현장체험학습 등 외부 교육활동도 크게 위축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전국 교사 19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교사 응답자의 97.2%가 정당한 교육활동이 아동학대 신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으며, 99.7%는 교육활동 중 발생하는 학교안전사고에 대한 교사 개인의 법적 책임이 큰 부담이라고 답했다.
학생의 잘못으로 발생한 사고조차 인솔 교사가 민·형사상 책임을 지는 구조 탓에 교사들이 체험학습 자체를 기피하고 있다.
이에 교원단체들은 보복성 아동학대 신고 방지 장치 마련, 악성 민원 대응 체계 강화, 학교안전사고 면책 기준 신설 등 교사가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보호 시스템 정비를 촉구하고 있다.
전북교총 오준영 회장은 "카네이션도, 스승의 날 케이크 한 조각도 마음 편히 받을 수 없는 현실은 교육현장이 얼마나 위축됐는지 보여준다"며 "교권 추락과 악성 민원, 체험학습 책임 논란까지 겹치며 감사의 날이 불안과 눈치의 날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사가 안전하게 가르칠 수 있는 제도적 보호부터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