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국 직전에서 빛난 삼성식 실용주의 승부수- 국가 경제 이끄는 초일류 기업의 책임 있는 결단을 환영한다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전쟁의 최전방에 선 삼성전자가 마침내 파국 직전의 노사 갈등을 잠재우고 극적인 대타협을 이뤄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사상 초유의 총파업 위기론과 성과급 분배 비율을 둘러싼 사내 내홍으로 전 세계 재계의 우려를 자아냈던 삼성전자 노사다. 그러나 이들은 '영업이익의 10.5% 성과급 고정 재원 확보'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통해 갈등의 골을 메우고 손을 맞잡았다. 이번 합의는 단순히 "삼성 직원이 역대급 돈방석에 앉았다"는 차원의 가십거리가 아니다. 위기 국면에서 거대 글로벌 기업이 어떻게 자본의 영리한 힘으로 내부 분열을 봉합하고 결속을 다지는지 보여준, 이른바 ‘삼성식 자본주의 해법’의 정수다. 본지는 대한민국 경제의 버팀목인 삼성전자가 공멸의 길이 아닌 상생과 생존의 길을 택한 이번 결단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이번에 도출된 ‘2026년 성과급 노사 잠정 합의서’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사측의 치밀한 전략과 노측의 현실적 수용이 빚어낸 고도의 정밀함이 돋보인다. 사측은 흑자 부서와 적자 부서 간의 극심했던 이견을 ‘특별경영성과급’ 신설이라는 정면 돌파 카드로 해결했다. 올해 예상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무려 31조 5,000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재원을 투입해, 흑자를 낸 메모리 사업부에는 최대 6억 원이라는 확실한 성과 보상을 안겨주며 성과주의 원칙을 지켰다. 동시에 소외될 뻔했던 적자 사업부와 5만 명의 완제품(DX) 부문 동료들, 심지어 협력업체까지 아우르는 상생안을 포함해 내부 위화감을 지워냈다. 파국 직전의 노조를 달래는 동시에 내부 결속이라는 가장 시급한 과제를 자본의 힘으로 멋지게 해결한 셈이다.
특히 이번 성과급을 현금이 아닌 세후 전액 ‘자사주’로 지급하고, 그중 3분의 2에 대해 1~2년간 매각을 제한하는 ‘보호예수(락업)’ 장치를 둔 것은 사측이 던진 신의 한 수다. 수십 조 원의 현금이 한꺼번에 시장에 풀려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부작용을 막았을 뿐 아니라, 임직원 개개인을 회사의 이익과 주가에 연동되는 ‘주주’로 묶어버렸다. 주가가 올라야 내 성과급의 가치가 올라가니, 직원들은 회사의 성장을 위해 더 열심히 땀 흘릴 수밖에 없다. 결국 이 파격적인 합의는 단순한 일회성 보상이 아니라, 향후 10년간 매년 100조에서 200조 원의 천문학적인 이익을 내야만 유지되는 거대한 ‘황금 수갑’을 노사 스스로가 나누어 찬 꼴이다.
일각에서는 갈등을 막대한 자본으로 해결했다는 비판 어린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 삼성전자가 처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현실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전쟁터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장벽과 대만 TSMC, 엔비디아 등 글로벌 공룡들과의 사활을 건 패권 경쟁 속에서 내부의 총질과 파업은 곧 침몰을 의미한다. 이러한 중차대한 시점에 노사가 소모적인 감정싸움을 멈추고 ‘기업의 생존’이라는 절대 명제 아래 합의를 이뤄낸 것은 지극히 실용주의적이며 현명한 결단이다. 내부 전열을 정비한 삼성이 다시 한번 AI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꽉 쥐고 질주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번 타결은 국가 경제 전체로서도 거대한 복이 아닐 수 없다.
삼성의 이번 해법은 전북특별자치도를 비롯한 우리 지역의 기업들과 노동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지방의 수많은 중소기업과 향토 기업들은 노사 갈등이 터질 때마다 이분법적 대립과 파업, 직장폐쇄라는 극단적인 과거의 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로를 무너뜨려야 내가 사는 구조는 결국 지역 경제의 공동 공동화를 초래할 뿐이다. 대마불사의 글로벌 기업조차 생존을 위해 노사가 유연하게 타협하고 서로의 실리를 챙겨주는 실용주의적 상생 모델을 보여주지 않았는가. 파이를 키워 공정하게 나누고, 그 나눈 결실로 다시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삼성의 선순환 구조는 지역 노동 행정이 반드시 벤치마킹해야 할 대목이다.
노동조합의 정체성은 무조건적인 투쟁과 쟁취에만 있지 않다. 회사가 존재해야 노동자도 존재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삼성전자 노사는 이번 합의를 통해 행동으로 증명했다. 무리한 요구와 감정적 설화로 흔들리던 노조 지도부도 결국 현장의 목소리를 수용해 파업 명분을 내려놓았고, 사측은 그에 걸맞은 파격적인 비전으로 화답했다.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민생 안정을 외치는 전북의 정치 지도자들과 기업인들 역시 삼성이 보여준 상생의 리더십을 깊이 눈여겨보아야 한다.
황금 수갑을 차고 거대한 생존의 항해를 다시 시작한 삼성전자의 앞날을 응원한다. 노사가 위기 앞에서 똘똘 뭉쳐 이뤄낸 이번 대타협이 삼성의 재도약을 넘어, 침체된 대한민국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 신호탄이 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위기 속에서 더욱 단단해지는 초일류 기업의 DNA는 이번에도 살아있음을 똑똑히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