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사설] 기후위기 시대, 전북 농업은 버틸 준비가 돼 있나

- 반복되는 재해 앞에 ‘대책 발표’만 되풀이할 것인가
해마다 여름이 오면 전북 농촌은 전쟁을 치른다. 어느 해에는 기록적 폭우가 논밭을 잠기게 하고, 어느 해에는 폭염이 벼와 과수의 생육을 무너뜨린다. 병해충은 갈수록 빨라지고 강해진다. 이제 농업재해는 일시적 자연현상이 아니라 기후위기가 만든 구조적 재난이 됐다.

전북도 역시 상황의 심각성을 인정하며 수천억 원 규모의 예방사업과 24시간 대응체계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농민들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현실은 여전히 불안하다. 침수 피해가 반복되는 농지는 해마다 같은 곳에서 되풀이되고, 배수 개선 사업은 근본 처방보다 응급 복구 수준에 머문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집중호우가 한 번만 쏟아져도 논콩단지와 저지대 농경지는 속수무책으로 물에 잠긴다. 과연 무엇이 달라졌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폭염 문제 역시 심각하다. 시설하우스 농가는 냉방시설을 갖추고도 전기료 부담 때문에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폭염 대응 정책이 실제 농가의 경영 현실까지 고려하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지원사업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농민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다.

농작물재해보험도 마찬가지다. 가입률 확대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실제 피해 보상이 충분한지, 지급 기준은 현실적인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보험이 위기의 안전망이 되지 못하면 농민은 결국 빚으로 버틸 수밖에 없다.

전북은 농도(農道)다. 농업이 흔들리면 지역경제 전체가 흔들린다. 이제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대책 발표가 아니라 반복 피해 지역에 대한 구조적 개선과 장기 대응 전략이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미래의 경고가 아니다. 전북 농업은 지금, 버틸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