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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본소득은 ‘현금 살포’가 아니라 농촌 생존 전략이어야 한다

전북 순창과 장수에서 추진 중인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이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인구 유입이 늘고, 지역화폐 가맹점이 증가했으며, 지급된 지원금 상당수가 지역 안에서 소비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라져가던 면 단위 상권에 다시 사람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 반가운 신호다. 인구소멸 위기에 놓인 농촌 현실을 생각하면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가 있다.

지금 농촌은 단순히 사람이 줄어드는 수준을 넘어 지역 공동체 자체가 무너지는 위기에 놓여 있다. 학교는 학생이 없어 통폐합되고, 상가는 문을 닫고, 병원과 교통망도 유지가 어려워지고 있다. 결국 사람이 떠나면 소비가 사라지고, 소비가 사라지면 일자리와 생활 기반도 함께 무너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런 점에서 기본소득은 단순 복지 정책이 아니라 최소한의 지역 순환경제를 유지하기 위한 생존 실험에 가깝다.

그러나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부분도 있다. 기본소득이 일시적 소비 증가에만 머문다면 결국 ‘잠깐 돈 돌고 끝나는 정책’이 될 가능성도 크다. 중요한 것은 지원금 자체가 아니라 그 돈이 지역 정착과 일자리, 청년 유입, 생활 인프라 유지로 이어지느냐다. 실제 전입 인구가 장기 정착으로 이어지는지, 폐업 위기 상권이 살아나는지, 지역 학교와 공동체 유지에 도움이 되는지까지 냉정하게 검증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지속 가능성이다. 기본소득은 결국 막대한 재정이 필요한 정책이다. 국가와 지방정부 재정 여건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어떻게 재원을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현실적 논의도 함께 가야 한다. 정치적 인기 정책으로 소비된다면 결국 지역사회에 더 큰 실망만 남길 수도 있다.

농촌은 지금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다. 장수와 순창의 실험은 단순한 지원사업이 아니라 지방소멸 시대 대한민국 농촌의 미래를 가늠하는 시험대다. 중요한 것은 돈을 나눠주는 행정이 아니라, 사람이 다시 돌아오는 지역을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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