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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아니면 고립’이라는 가스라이팅, 전북 정치는 언제 자립할 것인가

최준호 / 전북타임스 대표
지난 26일 자 본지 1면에 실린 “민주당 아니면 전북고립…”이라는 기사의 제목은 서글프게도 지금 전북이 처한 정치적 주소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선거철마다 어김없이 유령처럼 되살아나는 이 ‘고립론’은 전북도민의 마음속에 깊이 박힌 소외감과 공포를 자양분 삼아 기생해 왔다. 여당인 민주당에 표를 몰아주지 않으면 중앙 무대에서 철저히 버림받을 것이라는 공포, 우리 편을 지키지 못하면 지역 발전의 줄대기마저 끊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이번 선거판에도 여지없이 배회하고 있다. 도민들은 선거 때마다 '전북 고립'이라는 해묵은 협박에 시달리며 다른 대안을 상상할 권리마저 박탈당해 온 셈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냉정하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민주당에 압도적인 지지를 몰아주었던 지난 세월 동안, 전북은 과연 고립에서 벗어났는가? 영남과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논리로, 혹은 호남의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으로 맹목적 구애를 보낸 결과가 진정한 지역 발전이었는지 되짚어봐야 한다. 현실은 냉혹했다. 중앙 정치의 역학 관계 속에서 전북은 언제나 ‘잡은 물고기’ 취급을 받으며 후순위로 밀려나기 일쑤였다. 기어이 다가온 선거 국면에서도 정책적 비전 대신 또다시 '고립'이라는 공포 마케팅이 전면에 등장한 것은, 그동안 전북 정치가 도민들에게 보여준 성적표가 얼마나 초라했는지를 반증하는 씁쓸한 자화상이다.

선거는 본래 지역을 살릴 최고의 인물과 구체적인 정책을 두고 벌이는 건강한 경쟁의 장이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전북의 선거판에서 ‘인물’과 ‘공약’은 실종된 지 오래며, 후보들이 보여주는 행태는 도민들에게 깊은 실망감만 안겨주고 있다. 여당인 민주당 후보는 한심한 관리 부실로 핵심 자료를 통째로 유출당해 놓고도 무기력한 변명과 남 탓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야당인 국민의힘 후보는 제1여당의 털린 자료를 그대로 주워다 쓰며 급조된 대안을 내세우는 볼썽사나운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정책적 깊이나 전북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찾아볼 수 없고, 오직 ‘간판만 달면 당선’이라는 여당의 오만함과 무조건적인 진영 논리만 가득하다. 이것은 정치가 아니라 도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집단적 가스라이팅이다.

이러한 ‘일당 독점 체제’가 낳은 가장 큰 폐해는 지역 정치인들의 하향 평준화와 중앙 정치로의 철저한 예속화다. 전북의 유권자들이 아무리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도, 민주당 지도부의 시선은 늘 표가 흔들리는 수도권이나 외연 확장이 필요한 타 지역만을 향한다. 전북의 정치인들 역시 도민의 삶을 살피고 국책 사업을 따내기 위해 치열하게 발로 뛰기보다는, 중앙당 권력자들의 눈치를 보며 공천 줄대기에 안달하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 되었다. 도민들이 만들어준 강력한 정치적 자산이 정작 전북을 위해 쓰이지 못하고, 일부 정치인들의 영달과 중앙당의 세 대결을 위한 거수기로 전락한 셈이다. 인구 소멸과 고령화, 그리고 경제 침체라는 전북의 생존 위기 앞에서도 우리 정치권이 이토록 무기력했던 근본적인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민주당이 아니면 고립된다’는 프레임은 전북 정치의 자생력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 프레임에 갇혀 있는 한, 전북은 영원히 정치적 변방이자 종속국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진정한 자립은 공포 마케팅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정치적 선택권을 행사할 때 시작된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혹은 제3의 대안 세력이든 전북의 발전과 도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두는 후보에게 표를 주는 건강한 긴장 관계가 형성되어야 한다. 유권자가 언제든 매를 들 수 있다는 긴장감을 주어야만 중앙 정치권도 전북을 만만하게 보지 못하고, 민주당 역시 오만한 독점에서 벗어나 혁신과 경쟁에 나설 것이다. 견제 없는 권력은 반드시 썩기 마련이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들의 몫으로 돌아온다.

이번 선거는 단순히 한 명의 단체장이나 의원을 뽑는 자리가 아니다. 전북 정치가 낡은 진영 논리와 고립의 공포를 깨부수고 당당한 ‘정치적 자립’으로 나아가느냐, 아니면 여전히 맹목적인 예속의 굴레에 머무느냐를 결정하는 중대한 분수령이다. 유권자인 도민들이 눈을 부릅뜨고 후보들의 자질과 공약을 냉정하게 검증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는 당의 색깔만 보고 투표하는 관행을 끝내야 한다. 전북을 살리는 것은 맹목적인 ‘의리’가 아니라, 냉철한 ‘견제와 실리적 선택’이다. 언제까지 공포에 저당 잡힌 정치를 후대에 대물림할 것인가. 이제 전북 정치의 진짜 주인은 도민 자신임을 엄중한 표로써 증명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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